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 KYL이 회사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세웠다. 국내 포워더 최초로 세계 최대 구리광산 안으로 채굴장비(undermining)를 수송했다.
KYL 김명진 대표이사
(사진)는 이달 초 카자흐스탄 제스카스칸에 위치한 구리광산을 찾았다. 김 대표가 몸소 카자흐스탄까지 날아간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한국에서 카자흐스탄까지 채굴장비를 직접 보기 위함이다. KYL이 운송한 화물이 안전하게 잘 도착했는지, 앞으로 보완할 점이 없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현지 광산 관계자들은 외국 운송사 대표가 구리광산을 방문한 것이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중장비 및 프로젝트 벌크화물을 여러 지역으로 운송해 왔지만 이번에 카자흐스탄 구리광산까지 수송한 장비에 대해서는 유독 큰 자부심을 느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700m나 되는 지하광산을 내려갔을 때 느낌이요?! 매우 뿌듯했죠. 세계 최대 규모의 광산을 직접 다녀온 국내 포워더 1호로 기록될 듯합니다.”(웃음)
KYL은 부산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바닷길을 통해 언더마이닝 장비를 운송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내려진 화물은 카자흐스탄 제스카스칸까지 TSR(시베리아횡단철도)를 통해 진행됐다. 해상과 철송 등 복합운송망을 활용해 총 35~40일이 소요되는 루트다. 35t 가량 되는 장비를 1량의 화물열차에 실어 운송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KYL의 이번 운송은 단번에 이뤄진 게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오랜 노력 끝에 이뤄진 수출계약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카자흐스탄 광산에는 캐터필러, 아틀라스 등 미국기업의 고착화 현상이 오래 전부터 진행된 상태였죠. 광산의 작업인원 또한 미국 장비에 익숙했습니다.”
수십 년간 맺어온 거래를 갑자기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 기업들이 처음 진출하려고 할 때 반대 세력이 많아 고생을 많이 했을 겁니다.” 현대중공업과 카자흐스탄 딜러의 몇 년간 지속된 노력과 협업 끝에 그들의 생각은 바뀌었다. 현대중공업의 뛰어난 기술력과 파트너인 카자흐 딜러의 영업력을 믿고 시험 테스트에 동의했다. KYL은 장비에 대한 물류업무를 맡아 1~5호기를 현장까지 안전하게 운송하는데 성공했다.
이 광산은 앞으로 30년 동안 채굴할 수 있는 구리 매장량을 갖고 있다. 달리 말하면 KYL이 현대중공업의 장비를 장기간 운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대표는 현대중공업 장비에 대한 테스트 결과에 따라 추가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 동안 휠로더 굴착기 등의 중장비 운송은 이뤄졌지만, 지하 장비 첫 운송을 진행한 ‘제1호 포워더’로서의 자부심이 전해졌다. KYL은 몽골 버스 택시 수송 등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운송 서비스를 펼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무역자회사·해외지사 추가 설립으로 ‘여러우물’ 판다
중앙아시아와 몽골, 서아프리카에서 입지를 다져온 KYL은 해외법인 및 지사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아프리카와 중동을 타깃으로 물류 네트워크 공략에 나선다.
김 대표는 중동과 아프리카에 해외지사를 추가 설립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각오다. KYL은 이미 중앙아시아와 몽골에서 성공적인 통관·운송으로 화주로부터 물류 경쟁력을 입증 받았다. 기업들이 까다롭게 여기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내륙에서 안전하고 빠른 통관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경쟁이 치열한 물류업계에서 ‘한 우물’만 판다는 건 이젠 옛말이다. 기업들은 새로운 변화를 통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
KYL도 변화의 바람에 몸을 실었다. “포워더라고 물류만 해야 하는 법이 있나요.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어려운 시대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가동에 들어간 무역자회사 KJ상사는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 김 대표는 코트디부아르 가나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를 타깃으로 여러 가지 품목으로 무역을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지역에 치중하지 않고 회사의 위험요소를 분산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게 김 대표의 의도다. “최초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화주의 물류비 절감을 위해 앞장서는 최고의 물류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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