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선사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가 동남아항로에서도 감지됐다. 이 항로를 주력으로 하는 선사들은 한진해운이 빠진 틈을 타 서비스를 잇따라 개설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한진해운의 공백을 메우고자 서비스 노선 개편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선사는 현대상선이다. 현대상선은 9월 말 부터 고려해운, 흥아해운, 장금상선과 15척의 선박을 투입, 4곳의 동남아 노선을 운영한다. 이 선사들은 광양·부산과 싱가포르, 포트클랑을 잇는 NHM(New Hochimin Malaysia), 인천에서 시작해 마닐라, 호찌민을 기항하는 KMH(Korea Manila Hochimin), 한국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자카르타를 잇는 K1 K2(Korea Indonesia 1·2) 서비스 등 총 4개 노선을 선보인다. 이번 서비스 개편을 통해 국적선사들은 동남아항로에서 물동량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동남아 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아온 3개 선사와 현대상선의 협력에 취항선사들은 크게 주목했다. 선사들은 한진해운에서 이탈한 화물이 대부분 국적선사에 흡수된 것으로 점쳤다. 선사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휘청거리자 선사들이 재빨리 서비스 개편을 단행했다”며 “외국적선사보다 국적선사에 물량이 집중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빠진 틈을 메꾼 선사들의 잇따른 행보에 동남아 해운시장을 바라보는 경쟁선사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안 그래도 운임이 크게 떨어진 판에 선사들의 서비스 개설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사 관계자는 “한 개의 선사가 비운 공백을 여러 선사들이 채우다 보니 경쟁만 더욱 심해져 힘든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9월 동남아항로의 해상운임은 지난달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항운교역소(SSE)에 따르면 9월9일자 상하이-동남아시아(싱가포르)의 해상운임은 TEU당 53달러로 한 달 전과 비교해 변동이 없었다. 홍콩항 운임 역시 56달러로 지난달과 동일했다. 선사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동남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아 운임에 미치는 부분은 적었다”며 “동남아는 선사들이 배를 넣고 빼는 게 원양항로에 비해 쉬워 한진해운 여파가 타 항로에 비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사들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운임공표제로 한국발 수출 해상운임을 어느 정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했다. 공표제 시행으로 태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평균 100~150달러의 운임이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와 동남아항로를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8월 동남아항로의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은 20만75TEU로 전년 동월 19만7029TEU 대비 1.5% 증가했다. 한국에서 동남아로 실어 나른 컨테이너 화물은 전년 대비 1.2% 늘어난 10만2371TEU를 기록했다. 대만, 필리핀행 화물이 각각 11.3% 13.3% 증가한 9035TEU 6265TEU로 집계됐다. 동남아발 한국행 컨테이너는 9만7704TEU로 전년 대비 1.8% 상승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수입된 컨테이너 물량 역시 19.3% 폭증하며 전체 수입물량 상승을 이끌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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