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환경변화 요인으로 인해 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올라가는 지구온난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북극의 빙하 역시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나사(NASA)에 따르면 지금 이 속도로 가면 2030년에는 지구상에서 빙하가 사라질 전망이다.
‘위기는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기회’라고 했다. 적어도 해운업계는 은근히 빙하가 빨리 녹아 없어지길 원할지도 모른다. 바로 북극항로 때문이다. 북극항로는 북미와 유럽을 잇는 캐나다 해역의 북서항로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러시아 해역의 북동항로로 나뉜다. 현재는 빙하가 완전히 녹지 않아서 북극항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쇄빙선이 화물을 실은 선박을 뒤로한 채 얼음을 부수고 항해를 해야 한다. 쇄빙선의 용선료, 러시아에 지불해야하는 통행료, 그리고 각종 비용 등을 따진다면 현재 북극항로는 경제성이 사실상 없다고 봐야한다. 하지만 빙하가 완전히 녹아 없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북극해를 지나는 북극항로는 부산-로테르담 기준으로 35일이 소요된다. 기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루트가 48일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북극항로를 이용함으로서 13일의 항해일수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10월 현대글로비스가 국내 최초로 추진한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대글로비스는 스테나해운으로부터 용선한 <스테나 폴라리스>호에 나프타 4만4000t을 싣고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을 출발했다. 러시아 출항 12일 후 북극항로에 진입, 이후 러시아 국적 쇄빙선이 인도하는 뱃길을 따라 12일을 더 항해해 북극해를 벗어났다. 이어 배링해와 오호츠크해, 동해를 거쳐 총 거리 1만5500km를 35일 만에 항해해 지난 10월22일 광양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입항 후 광양항 사포1부두에서 가진 환영식에는 현대글로비스 김경배 사장과 해양수산부 관계자, 스테나 해운 칼 요한 하그만 회장 등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해 성공적인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축하했다. 김경배 사장은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추진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준 해양수산부에 감사의 말을 전하며 글로벌 선사와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도록 북극항로 개척과 국내 해운사업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런 장점들을 여러 국적선사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해달라는 의도로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선사에 항만시설 사용료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6월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6년 북극정책 시행계획’을 보고했다. 이 시행계획은 해양수산부,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기상청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만들었다. 또한 정부는 해상실크로드로 부상하고 있는 북극항로 개발을 위해 노르웨이와 공동연구를 추진하기로 했고, 2017년에 발효하는 국제해사기구의 ‘극지해역 운항선박 안전기준’(Polar Code)에 대비해 국내 ‘극지운항선박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2018년까지 항해안전시스템도 개발한다고 했다. 더 나아가 정부는 극지운항선박 건조 기술개발을 위해 ‘조선기자재 성능고도화 시험연구센터’를 연내 준공하고 북극해 해양플랜트 개발을 위한 심해공학수조도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지난 3년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북극권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옵서버 국가로 평가받았다”며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북극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북극권 사회 협력 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북극에 대한 기여를 강화하는 한편, 미래 북극진출 기반을 착실히 다져 나가겠다”고 밝혔다. 향후 정부 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북극항로 개발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세계에서 한발 앞서가야 한다. 적어도 해운업계에서는 북극항로가 효자 역할을 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 송재호 대학생기자 thdwogh888@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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