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7 17:16

'이단적재열차' 철도물류 성장 기폭제 될까

터널 개보수·유효장 확장 등 문제점 산적

내년이면 컨테이너 박스 2만개를 실을 수 있는 선박이 해상에 등장한다. 과거 대항해시대를 꿈꿨던 선사들이 어느덧 선박 대형화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한 번에 많은 컨테이너를 실어 원가 수송비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철도에도 규모의 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올 들어 ‘DST(Double Stack Train·이단적재열차)’ 도입을 위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달 부산항만공사 한국철도기술연구원 CJ대한통운 코레일로지스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등 5곳과 2층 화물열차도입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6개 기관은 DST 도입 가능성과 타당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올해 안에 시험운전을 실시할 계획이다. 

코레일은 한국형 2층 화물열차인 ‘KDST(Korea Double Stack Train·한국형 이단적재열차)’와 ‘DST’ 도입에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KDST는 내수 운송을, DST는 수출입 화물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KDST에 사용되는 컨테이너 박스의 최고 높이는 4.378m로 표준 DST보다 1.122m 낮다. DST에는 1량당 40피트 컨테이너(FEU) 박스 2개가, KDST에는 3개가 실린다. 40피트 컨테이너 박스 1개가 실리는 기존 수송능력과 비교해 경쟁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철도물류업계의 시선은 수출입 화물을 다루게 될 DST로 쏠리고 있다. 업계는 빠르면 내년 초 DST 시범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범운영 구간은 여수 흥국사와 부산신항을 잇는 루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만도위니아 등의 공장이 밀집돼 있는 전남 광주의 물량을 여수 흥국사로 끌어와 부산으로 보내는 게  이 운송루트의 핵심이다. 부산에서는 빈 컨테이너 박스를 광양과 광주 등으로 보낸다. 코레일은 이 구간을 활성화하고 향후 구간을 다양화해 통해 철도물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DST는 철도차량 제작기업인 성신알에스티가 이달부터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ST가 상용화 되면 기존보다 수송능력이 약 65% 증대되는 효과를 가져와 물류비를 줄이고 철도운송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송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물류업계에서는 DST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번에 많은 양의 화물을 실어보낼 수 있어 비용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DST 성공사례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검증된 바 있다. DST는 현재 중국, 미국, 캐나다, 러시아, 네덜란드 등에서 운행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효율적인 복합운송체제를 구축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 실제로 해운선사 APL은 LA-시카고 구간과 시애틀-시카고-뉴욕간 2단 열차를 운행해 한 번에 560TEU를 수송하며 약 20∼25%의 운송비를 절감했다. 미국 서안항만들의 발전 역시 DST의 성장에 힘입은 것이다.

도입까지 ‘문제산적’

다만 DST 도입까지 여러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철송 물량이 가장 많은 경부구간은 DST 도입에 걸림돌이라는 게 업계의 견해다. 경부구간에서 DST를 운영하려면 터널 개보수 작업에 약 1조2천억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 투입된다. 미국 캐나다 등 DST를 앞서 도입한 국가들은 터널 개량작업을 거쳤다. 이들도 우리와 비슷한 터널의 높이였다. 현재 국내 터널 높이로는 DST가 통과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컨테이너를 이단 적재한 DST의 총 높이는 5m50cm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부분 터널 높이는 5m30cm다. DST 도입을 위해 터널 개보수가 불가피한 대목이다. 운송사 관계자는 “터널의 높이를 올리기 위한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성 면에서도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하며, 가능하면 터널의 숫자가 적은 구간에 이단 열차를 운행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물열차 량수를 크게 늘리지 못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철도화물의 대량 수송이 가능한 미국은 현재 한 번 운송시 200량 이상의 DST를 운영한다. 량수가 많다보니 총 4대의 기관차가 붙어 화차를 이끈다. 반면 우리나라의 화물열차는 10~33량이 대부분이다. 50량 이상 운용을 위해서라도 화물열차 대기선로(유효장)를 확대해야 한다.  

물류업계에선 DST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운송사 관계자는 “뚜껑을 알아봐야 알겠지만 물류비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DST 도입은 철도물류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또다른 운송사 관계자는 물류비를 깎기 위한 화주들의 운임 인하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그는 “미국, 중국 등 영토가 큰 나라에서 DST 도입은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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