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한러항로가 성수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러항로는 6월 들어 점차 수출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제자리걸음 중이다. 6월 한국-극동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보스토치니)물동량은 주당 2700TEU(20피트컨테이너)선에 머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출물량이 급감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의 하역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피셔리 터미널로 화물이 쏠리고 있지만 전체물동량 증가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선사 관계자는 “6월 물동량은 수출을 미뤄왔던 화주들이 화물을 내보내기 시작하면서 살짝 수출화물이 늘었을 뿐 시황 회복의 기운을 느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년간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 경기 침체는 우리나라의 러시아 교역량을 대폭 줄였다. 코트라에 따르면 극동러시아 9개 지역(연해주, 하바롭스크주, 사할린주, 아무르주, 캄차카주, 추코트카주, 마가단주, 유대인자치주, 사하공화국)의 지난해 수입총액은 전년동기대비 45.6% 감소한 57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극동러시아 수입규모가 2014년보다 대폭 감소한 것은 루블가치 하락 및 러시아 경제위기가 1년 새 더 심화돼 극동러시아의 수입 여력이 급속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동량 하락과 함께 운임도 대폭 하락했다. 1년 전 한러항로 운임은 선사소유 컨테이너(COC) 기준 한국-블라디보스토크는 TEU당 725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100달러, 한국-보스토치니는 TEU당 600달러, FEU당 1000달러 수준에서 반 토막으로 하락했다.
한러항로가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주요 선사인 현대상선과 페스코는 지난 4월 기존의 한국-러시아 서비스를 빼고, 중국-러시아 서비스에 한국 기항을 추가하면서 전체 한러항로 선복을 줄였다. 하지만 여전히 한러항로 취항 선사들의 소석률(선복대비화물적재율)은 평년 수준의 30%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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