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해운불황 파고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에 광양항의 미래 이정표가 제시됐다.
여수광양항만공사(YGPA)는 지난 26일 국내외 권위있는 해운항만물류 분야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초청해 광양항의 발전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제9회 광양항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광양항 월드마린센터에서 진행된 이번 포럼은 개항 30주년을 맞아 광양항의 산업클러스터 항만 지지기반 확보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회사에서 YGPA 선원표 사장은 “해운 경기불황 장기화와 글로벌 선사들의 해운동맹 재편 등 급변하는 세계 해운물류 환경에 광양항이 능동적으로 대처해야한다”며 “배후물류단지를 통한 발전 방안, 로테르담항만의 성공사례 등을 통해 광양항의 미래 발전에 대해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6년 개항해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광양항은 개항 이래 지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석유화학, 제철산업과 컨테이너 부두의 지속 확충으로 인해 작년 2억7000만톤의 물동량을 처리했다. 하지만 최근 유가하락 및 국내 철강제품 수출 저조, 해운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해양수산부 윤학배 차관은 “해양산업클러스터법이 지난 19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광양항의 발전 가능성이 더욱 확대됐지만 모든 상황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글로벌 경기 악화로 광양항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고 국내 해운업계 구조조정과 글로벌 해운동맹의 재편이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테르담항 벤치마킹…22조원 산업시설 유치
이런 가운데 광양항이 미래 성장 돌파구로 주목하는 것은 산업클러스터 거점 항만으로서의 도약이다.
광양항은 유럽의 수출입 관문인 로테르담항을 벤치마킹해 총 22조원 규모의 산업시설을 유치한다. 해수부 종합대책을 발판으로 삼아 국가 경제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담당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클러스터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광양항의 강점은 ‘종합 항만’이라는 데 있다. 일자형(ㅡ) 컨테이너 부두를 비롯해 광양제철 관련 부두, 여수석유화학단지 관련 부두, 일반 부두 등을 갖춰 모든 화물을 종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로테르담항은 배후산업단지에 제철용 화물(철광석·석탄), 석유화학 원료·제품, 그리고 북서유럽 지역으로 수출입하는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하는 등 광양항과 매우 흡사한 산업구조를 갖췄다.
행사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로디 엠브레흐츠(Lody Embrechts) 주한네덜란드 대사는 "항만과 관련해 전문성이 있는 부분, 없는 부분을 양국이 합작투자를 통해 서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각국에서 추진되는 항만 관련 프로젝트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화물처리 연평균 40% ↑
세션I의 발표자로 나선 현대글로비스 황창국 이사는 향후 광양항 터미널 운영사로서 광양항의 중장기 비전을 함께 해 갈 것을 약속했다. 현대글로비스가 광양항 3단계 2차 자동차 부두 운영사로 선정됨에 따른 것이다.
2003년부터 자동차 화물을 처리해 온 광양항은 '13년 40만대, '14년 81만대에 이어 '15년에는 114만대를 처리하는 등 연평균 40% 이상의 급증세를 기록하며 국내 제2의 자동차 화물 처리 항만으로 도약했다. 올해는 자동차 130만대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선 인도, 중국 등의 화물이 광양항에서 환적을 거쳐 미주 등으로 이동하는 물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황창국 이사는 “광양항을 자동차 환적 중심기지로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광양항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항만서비스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황 이사는 “광양항 환적 중심 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국내 및 해외에서 생산되는 현대, 기아자동차 및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환적 물량 유치를 도모할 것“이라며 “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서측 배후단지에 정비·검사, 재조립, PDI센터(자동차 출고전 검사 센터), CKD센터(완성부품을 조립해 수출하는 센터) 등 환적 관련 산업단지를 유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만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자동차 물류 위원회를 구성하고 산학협력 체결, 여수광양지역 인재채용 등의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세션II에서 ‘협력’을 주제로 발표한 장금상선 임삼섭 이사는 광양항의 수출입간 불균형이 공컨테이너 운송비 증가를 초래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임삼섭 이사는 “선사들이 광양항을 선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광양항의 수입화물 증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소비재 품목을 취급하는 CFS와 냉동냉장창고의 확대를 통한 화물의 다양성도 확보돼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양항 개항 30주년을 맞아 개최된 이번 26일 국제포럼엔 이정현 국회의원, 정인화 20대 국회의원 당선인, 정현복 광양시장, 해양수산부 남봉현 기획조정실장, 정복철 여수지방해양수산청장, 하파그로이드 에스테반 페레즈 한국 사장 등 국내외 귀빈들이 참석했다.
27일에는 국내외 국제포럼 참석자를 대상으로 순천 낙안읍성과 선암사 등을 돌아보는 남도 문화투어를 실시하고 광양시 하포마을, 골약동 주민 80여명을 초청해 영화 ‘국제시장’을 상영하는 등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YGPA 선원표 사장은 “이번 국제포럼을 계기로 ‘제2의 광양항 도약’이라는 모토 아래 국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항만 물류 산업 발전에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언한 기자 uhkim@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