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국내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열풍이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저성장에 발목 잡힌 아시아 국가들 중 베트남은 매년 성장률을 높이고 있으며 전 세계 기업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베트남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009년 이후 최고치인 6.68%를 기록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의 성장기조와 경제지표 호조를 기반으로 올해 GDP 성장률 목표치를 6.7%로 설정했다. 최근 몇 년간 베트남의 수출액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기지화를 위한 對베트남 투자 증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AEC(아세안경제공동체)와 같은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증가는 베트남의 물동량을 상승시키고, 물류산업의 잠재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
베트남 내수시장 성장에 발맞춰 한국-베트남 교역액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베트남 관세청에 따르면 2015년 한국-베트남 교역액은 전년대비 26.4% 증가한 약 365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베트남의 4위 수출국이자 2위 수입국으로, 베트남의 대한국 수출액은 전년대비 25% 증가한 89억32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액은 전년대비 26.9% 증가한 276억1400만달러를 기록해 베트남은 한국과의 교역에서 약 186억82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베트남 전체 수입액의 16.7%에 상당하는 수치다.
늘어나는 수요에 물류기업들 속속 진출
베트남의 잠재성을 미리 알아본 한국, 태국,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 베트남 투자국들의 유통회사들은 공격적으로 베트남 시장 투자 및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트남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국내 제조기업들도 속속 진출을 늘리고 있다.
CJ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베트남 투자를 본격화하기로 했으며 2020년까지 베트남을 한국, 중국에 이어 3대 전략 요충지로 삼았다. CJ 베트남 법인은 2011~2015년 동안 연평균 26.73%에 이르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롯데그룹은 베트남 내 현대적 유통망 확장 및 선점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 중이며, 최근 베트남 유통체인 빅시(Big C)를 인수하기 위해 입찰서를 제출했다. 두 개의 태국계 회사인 TCC 홀딩스와 센트랄그룹은 이미 베트남 빅시 인수를 위해 1차 입찰서를 제출했으며 그 외에 싱가포르의 다이어리팜(Diary Farm), 일본의 아에온(AEON)역시 빅시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유통업계는 빅시 인수에 성공하는 회사가 베트남 1위 유통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베트남 내수시장 성장은 우리 기업들에 소비재 수출 확대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되고, 덩달아 물류기업들에게도 진출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해상운송, 창고, 포장, 검사 등 물류서비스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물류기업들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범주해운이 3월부터 컨테이너항로를 신규 취항했고, 이어 흥아해운이 베트남에 배를 띄웠다. 4월 한진해운과 장금상선도 공동운항으로 신규항로를 개설하면서 선사들의 베트남 기항이 대폭 늘었다.
선사뿐만 아니라 인천항과 평택항 등 항만들도 베트남 물동량을 겨냥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4월초 평택항과 베트남을 잇는 컨테이너 항로가 개설되자 현지 설명회를 열고 신규항로 조기 안정화와 상호협력 강화에 나섰다. 인천항만공사도 인천-베트남 항로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수도권 소재 베트남 수출입 화주 및 경인지역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를 대상으로 이 항로를 적극 홍보했다.
베트남 물류시장 규모 600억…인프라는 ‘아직’
베트남 물류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캐피틀 세큐리티(VCSC)에 따르면 베트남 물류시장 규모는 500억~600억달러에 달한다. 연평균 15~20%의 성장률로 향후 5~10년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유지할 전망이다. 베트남 물류회사 중 약 70%는 중소기업, 나머지 30%는 외국계 물류기업들이며 외국계기업들이 약 80%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1300여개의 물류기업이 베트남에 있으며 주로 운송 및 배달·수송·창고·항구·선적 및 하적·공급·세관 절차 및 통합 물류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또한, 대부분의 베트남 물류업체들은 2자물류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선진국이 3자물류 방식의 물류업체 및 통합공급체인 관리 벤더가 우세한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물류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몇 가지 약점도 안고 있다. 업체들의 영세성, 기술 및 자본의 한계 등이 대표적이다. 수천 개의 물류업체들이 단순 물류서비스만 제공하는 등 물류체인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베트남에서 전체적으로 현대적인 관리시설 및 장비를 갖추고 대형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항구는 아직 적은 수준이다. 야드(yard)와 창고는 대량 컨테이너를 보관하기에 버거운 수준이다. 현재 화물 운송은 주로 호찌민시, 하이퐁, 다낭 그리고 꾸이년과 같은 대도시나 지방 항구도시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늘길을 잇는 공항은 베트남 내에 20여 개가 있으며, 이중 11개 공항에 국제선이 취항 중이다. 베트남 국적 항공사로는 베트남항공(국영)과 비엣젯항공(합작)이 있으며, 주로 여객용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로운송은 국내 여객 및 화물 운송 비율의 65%를 차지할 만큼 베트남 물류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도로망도 약 10만6000㎞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수출입 전후 활동에 있어 육로를 통한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운송 방식이 필수적임에도 아직 베트남 도로망이 부족하고 보존상태가 열악해 많은 교통 혼잡이 야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물류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베트남의 내륙 수로는 홍강 및 메콩 델타 지역을 비롯해 수준 높은 수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수로를 통한 화물 운송 비율은 약 30%에 이르고 있다.
다수의 베트남 물류회사들이 운송 및 창고, 저장과 같은 기본적인 물류 서비스만 제공 중이지만 이에 반해 3자물류 서비스를 제공 중인 15% 물류업체들은 서비스 품질 및 전문화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 경쟁적 이점을 보유하고 있다.
코트라의 호치민 무역관은 “對베트남 외국인 투자 증가 및 수출입 물량 증가에 따라 고객들의 욕구는 점차 복잡해질 것이므로, 물류업체들은 좀 더 넓은 범위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물동량이 급속히 늘어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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