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항로의 해상운임은 사상 최저대에 머물렀지만 물동량은 날개를 달았다.
4월1일 기준 상하이발 북미항로 운임(현물)은 40피트컨테이너(FEU) 기준으로 미 서안은 922달러, 미 동안은 1787달러를 기록하며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주까지만 해도 역대 최저 운임을 기록했지만 5월 SC(운송계약)을 앞두고 선사들이 4월1일 FEU당 600달러의 기본운임인상(GRI)을 시행해 운임을 겨우 끌어올렸다.
파나마 운하 확장을 앞두고 벌어진 선사들 간의 집하 경쟁은 북미수출 항로의 운임하락을 부채질하고 있지만 선박에는 화물을 가득 실으며 북미항로는 순항 중이다.
북미항로의 가장 많은 화물이 처리되는 북미서안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전년대비 두 자릿수 이상 대폭 증가하며 극명한 호조세를 보였다. 북미서안남부(PSW) LA항, 롱비치항, 오클랜드항의 2월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동월대비 36~50% 급증했다. LA는 42% 증가한 71만4000TEU, 롱비치는 36% 증가한 56만1000TEU, 오클랜드는 54% 증가한 18만8000TEU를 기록했다. 서안북부(PNW) 시애틀·터코마항의 2월 컨테이너 처리량은 전년 동월 대비 21% 증가한 26만8000TEU였다.
亞-美 수출, 작년 서부항만 적체 기저효과 ‘톡톡’
아시아발 북미항로 컨테이너 수출도 매달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미국 통관조사기관인 피어스에 따르면 2월 아시아 18개국에서 미국으로 수송된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은 127만8천TEU로 전년동월대비 29.2% 증가했다. 특히 중국발 화물은 전년동월대비 28.5%, 한국발은 38.9% 증가하며 전체 물동량 성장을 견인했다. 중국 춘절 연휴에도 불구하고 2월 수출물량은 역대 동월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월 누적물동량은 전년동기대비 24.8% 증가한 257만8천TEU를 기록해 지난해 미 서부항만 노사협상 지연으로 인한 기저효과가 나타났다. 한국발 누적수출물량은 12만2781TEU로 전년동기대비 24.3% 증가했다. 전체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4.8%였으며, 자동차 관련 품목과 일반 전기 기기의 대폭적인 증가 등으로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일본발 물동량도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1~2월 전년 대비 24.2% 증가한 9만6650TEU를 기록했다. 자동차 관련 품목의 대폭적인 증가로 2월에만 전년동월대비 38.1%가 증가하기도 했다. 중국발 수출물량은 170만7181TEU로 전년동기대비 24.7% 증가했다. 가구, 섬유 제품, 일반 전기 기기 등 상위 품목의 대폭적인 증가가 물동량 상승을 이끌었다. 중국은 아시아발 북미 수출 전체 물동량에서 66.2%를 차지했다.
대만발 북미 수출물량은 자동차 부품 및 주택 관련 품목의 대폭적인 증가 등으로 전년동기대비 29.3% 증가한 10만4339TEU를 기록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발 물동량은 전년동기대비 35.8% 증가한 36만1649TEU를 기록했다. 특히 베트남은 가구, 섬유 제품의 대폭적인 증가로 전년동기대비 43.6% 증가한 14만8121TEU를 수출했다. 태국도 6만4360TEU를 처리하며 전년대비 41.3% 증가했다. 서남아시아발 수출은 12만8821TEU를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5.7% 증가했다. 서남아국가 중 방글라데시는 전년동기대비 14.3% 증가한 1만7251TEU를 기록해 유일하게 두 자릿수의 성장을 보였다.
북미항로 강자 에버그린, 부동의 1위
선사별 실적에서는 에버그린이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에버그린은 전체 점유율 10%인 25만7780TEU를 처리하며 북미수출 1위 선사의 자리를 지켰다. 머스크라인과 CMA CGM은 각각 23만7158TEU, 20만8802TEU를 처리하며 나란히 2위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장점유율은 각각 9.2%, 8.1%를 기록했다. MSC는 지난해 102만7479TEU를 처리하며 6.8%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올 들어 점유율이 7.2%로 늘어나 한진해운을 제치고 4위에 올라섰다. MSC는 1~2월 북미항로에서 18만5602TEU를 실어 날랐다.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은 작년 시장점유율 7.4%에서 7%로 소폭 하락했으며 18만446TEU를 처리했다. 현대상선은 전년과 시장점유율은 같았지만 11만6001TEU를 수송하며 13위에서 12위로 순위가 한 계단 올랐다. 지난해 12위에 머물렀던 차이나쉬핑의 시장점유율은 소폭 감소한 4.4%를 기록했으며 11만3423TEU를 처리해 13위를 기록했다.
일본선사인 케이라인과 MOL, NYK는 MOL을 제외하고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을 거뒀다. 케이라인은 14만9513TEU를 처리하며 전년과 동일하게 7위에 머물렀고, NYK는 점유율이 소폭 줄었지만 전년과 동일한 11위에 머물렀다. 반면, MOL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대비 0.3%포인트 점유율이 하락한 10만8268TEU를 처리하며 지난해 순위에서 한 계단 내려와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 동안, 파나마운하 확장 ‘대형화 급물살’
북미항로의 선박 대형화는 더욱 가속도가 붙고 있다. 유럽항로 시황 침체에 1만TEU급 초반의 대형선들이 북미로 전환배치(캐스케이딩)되고 있으며,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미 동안에도 1만TEU급의 컨테이너선의 기항이 가능해졌다. 북미서안은 이미 1만TEU급 이상 초대형컨테이너선의 기항이 늘고 있다. CMA CGM은 지난해 1만8천TEU급 컨테이너선의 시범운행을 마쳤으며 5월부터 1만8천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아시아-북미서안 서비스에 투입할 예정이다.
북미동안에는 6월26일 파나마 운하 확장이 마무리되고 선박대형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파나마 운하 확장공사 공정률은 97% 수준이며 5월31일까지 운행 준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국가별로 파나마 운하 이용률을 보면 미국과 중국이 부동의 1,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용 순위 6위에 올라 있다.
파나마 운하 확장공사로 운하 수용능력은 배가되고, 포스트 파나막스급(폭49.1m×길이 365.7m) 대형 선박이 통과할 수 있게 된다. 국제해상운송에서 파나마 운하가 차지하는 비중(현재 약 5%)도 크게 증가하게 될 전망이다. 선사들은 파나마 운하 확장공사로 동북아시아 지역과 미국 동부지역, 태평양연안 중남미국가와 미국 동부지역 간의 물동량이 특히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북미항로의 물동량 호조세에 파나마 운하 확장까지 이뤄진다면 북미는 새로운 정기선업계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나마운하 확장을 두고 이미 얼라이언스들은 미 동안 서비스를 늘렸다. 한진해운이 속해있는 CKYHE와 오션3는 지난해부터 동안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MSC와 머스크라인이 참여하고 있는 전략적 제휴그룹 2M 얼라이언스도 아시아-미 동안 서비스 취항을 결정했다. 2M의 움직임은 타 얼라이언스에 비해 다소 늦은 행보지만 몇 년 전 파나마 운하의 대형선 투입이 어려워 수에즈운하로 경로를 변경했다가 개장을 앞두고 다시 파나마운하를 찾았다. 2M은 오는 5월부터 아시아-미 동안에 신규 서비스를 취항한다. 운항 선박은 기존의 4500~5000TEU 파나막스급 선박이 배선된다. 1만TEU급의 컨테이너선 운항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한 선사 관계자는 “파나마 운하 확장을 앞두고 선사들이 동안 서비스를 늘리고 화물유치 경쟁이 치열한 데, 2M의 진입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북미 선복증가와 선박대형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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