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공표제가 드디어 도입됐다. 해양수산부는 개정 ‘외항운송사업자 운임공표 업무처리 요령’을 이달 11일 발령했다. 그동안 붕괴된 운임구조로 몸살을 앓아온 한중항로 취항선사들은 운임공표제 도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제도는 사실상 한중항로를 염두에 두고 도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임신고제를 운영 중인 중국 정부가 지난해 중일항로에서 덤핑영업을 했거나 운임신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선사들을 대상으로 8억원에 이르는 벌금을 매긴 게 알려지면서 우리 정부도 사문화돼 있던 운임공표제를 새롭게 꺼내들었다.
해수부는 운임공표제를 손질하면서 대상항만을 전 기항지로 확대했지만 당분간 제도의 영향권에 놓이는 항로는 한중 한일 한러항로로 국한될 전망이다. 항구와 화주가 복잡한 원양항로와 동남아항로의 경우 공표 시기를 6월로 유예한 까닭이다. 운임이 비교적 견실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한일항로와 한러항로보다 한중항로가 운임공표제의 수혜를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취항선사들은 제도 시행을 계기로 현재 마이너스까지 치닫고 있는 운임수준을 플러스로 전환하는 한편 부대할증료도 요율표대로 받는 운동을 벌여 나갈 방침이다. 상하이항운거래소에 따르면 한중항로 수입운임은 3월11일 현재 10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200달러를 오르내리던 수입운임은 선사들의 물량 유치경쟁이 과열되면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10~20달러 등락을 보이긴 하지만 과거 수준을 회복하긴 어려워 보인다. 수출운임은 50달러 이하다. 일부 선사들은 10만원가량인 터미널할증료(THC)를 할인해주는 등 마이너스운임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선사들은 운임공표제 도입을 기점으로 50달러 안팎의 운임회복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운임공표제가 도입될 경우 기본적으로 ‘제로’ 수준의 운임은 시장에서 사라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략 30달러가량 운임회복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지난 1~2월 근해선사들 실적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운임공표제가 실효적으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 그동안 안정적인 경영을 일궈왔던 근해 컨테이너선사들마저도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것”이라며 “한중 선사들이 앞장서 바닥운임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월 한중항로 물동량은 2월보다 다소 살아났지만 1월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였다고 선사들은 전했다. 1월은 2월 초 중국 춘제(春節)를 앞둔 밀어내기 효과에 힘입어 상승세를 탄 반면 춘제 이후 시황은 추운 겨울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선사 관계자는 “2월 초 시작된 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춘절의 후유증이 3월 말까지 계속됐다”며 “4월쯤 돼야 시장이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남성해운은 지난달 말 부산·평택과 중국 다펑(大豊)항을 잇는 컨테이너선 항로를 재개했다. 이 서비스는 지난 1월 말 중단됐다가 한 달 만에 다시 열렸다. 이 항로엔 349TEU급 <오션드래곤>이 취항 중이며 장금상선이 선복 임대 방식으로 참여 중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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