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항로 해상운임이 선사들의 연이은 운임인상(GRI) 시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요약세와 선박 대형화로 수급불균형이 초래되면서 연초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던 저운임 기조는 여름을 넘기면서까지 선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7월31일 발표한 상하이발 북유럽항로 운임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1109달러였다. 선사들이 8월1일부로 900~1000달러의 GRI에 나서면서 해상운임은 대폭 뛰었다. 북유럽 컨테이너 운임이 1000달러대를 넘는 것은 반년만으로 선사들의 시장 회복 노력은 성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운임은 일주일새 800달러까지 하락했고 3주 연속으로 하락세를 보이다 결국 반 토막 수준까지 떨어졌다.
8월28일자 상하이발 컨테이너운임은 북유럽노선이 TEU당 전주대비 122달러 인상된 591달러를 기록했다. 몇 주째 하락세를 지속하던 북유럽항로는 전주대비 반등했지만 여전히 평년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 지중해노선은 8월 초 879달러에서 하락세를 지속하다 28일 기준 전주대비 248달러 인상된 697달러를 기록했다.
월말로 접어들면서 GRI가 무색할 만큼 운임 하락폭은 커졌다. 7월에는 그동안 수요 공급의 불균형에도 꿋꿋하게 선복을 유지하던 거대 얼라이언스들이 선복감축이라는 카드를 꺼내면서 GRI에 힘을 실어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졌다. 8월에도 운임은 월초 잠깐 반등했을 뿐 매주 하락세를 기록했다. GRI를 시장에 적용하기가 더 어려워지자 선사들은 9월1일부로 적용키로 했던 TEU당 1천달러대의 GRI를 한주 뒤로 미뤘다. 그나마 9월말 추석연휴를 앞두고 밀어내기 물량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며 일주일 더 기다려보기로 한 것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운임이 월초에만 반짝 올라갈 뿐 월말에는 더 크게 떨어져 인상 노력이 소용없다”며 “선사들이 선복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워낙 과잉선복량이 높은 상태로 운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반기 선복증가 전년비 7.8%↑…수요는 -4% 뒷걸음질
유럽항로의 수급불균형은 쉽사리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 컨테이너 트레이드 스터티스틱스(CTS) 집계에 따르면 아시아발 유럽 수출 항로의 상반기 누적 화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731만9000TEU를 기록했다.
수요는 감소했지만 공급은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과 1만4000TEU급 등 초대형 컨테이너선(ULCS)의 출현으로 오히려 늘었다. 로이즈리스트는 유럽항로 취항 선사들이 초대형컨테이너선을 지속적으로 항로에 투입하면서 2분기 아시아-유럽노선 선복량은 전년동기대비 7.8% 증가했으며 상반기에는 전년대비 7.6%가 늘었다고 밝혔다.
CKYHE 얼라이언스의 코스코와 양밍이 8600TEU급 컨테이너선을 1만3천TEU급으로 교체했고, CMA CGM은 FA1노선에서 1만3900TEU급 선대를 1만5400TEU급으로 바꿔 평균 선박 크기를 확대했다. ‘오션3’ 얼라이언스의 차이나쉬핑과 UASC는 AEX1과 AEX7 노선에 대형 선대를 투입했다.
지중해 항로에서는 에버그린이 6000TEU급 선박을 8100TEU급으로 업그레이드했고, 오션3는 AMX1서비스에서 8500TEU급 선박을 9300TEU급으로 키웠다. G6얼라이언스는 AZX노선에서 5900TEU선박을 7200TEU로 대체하고 1만500TEU급 선박을 1만4300TEU급으로 바꿔 평균 선박 크기를 늘렸다. MSC와 머스크라인의 2M얼라이언스도 타이거/AE15 노선에서 1만3600TEU급 선대를 1만4300TEU로 업그레이드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이 속속 운항에 나서자 덩달아 전 세계 터미널 투자 붐도 일어났다. 드류리는 2019년까지 세계 컨테이너 항만 개발 수요는 평균 4.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1억6800만TEU의 추가적인 터미널 수요가 증가해 총 8억5천만TEU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전 세계 터미널 수요의 60%가 아시아에 집중되면서 터미널 운영사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대형 컨선 속속 투입…웬만한 감축 소용없어
해운분석기관들은 3분기에 일부 얼라이언스만이 선복감축에 나서면서 해상운임은 회복단계에 들어서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오션3’ 얼라이언스는 6월 말부터 12주 연속으로 매주 1항차씩의 운항을 감축했고, G6얼라이언스도 임시결항을 통해 선복을 줄였지만 해상운임 인상에는 실패했다. 해상운임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선복감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G6얼라이언스는 9월부터 10월까지 주 1항차씩 임시결항을 결정했고, 2M은 9월 중순부터 북유럽-아시아 노선의 AE9/콘도르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M의 이번 노선 중단은 유럽항로 선복의 3.5%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는 2M의 선복감축 결정이 해상운임을 끌어올리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단정했다. 그동안 2M얼라이언스는 선박 규모를 줄인 것 외에는 적극적인 선복감축에 나서지 않았다. 알파라이너측은 얼라이언스마다 적어도 1개 노선 이상의 선복감축을 통해 낮은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했지만 이미 늦어버려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말까지 그리고 내년과 내후년까지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인도는 줄줄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수요는 선복 증가대비 더디기만 하다. 초대형선 투입으로 늘어나는 선복에 대해 추가 감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급불균형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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