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일상을 뒤흔들고 있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이제는 지역 경제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6월20일부로 공식 환자발생 한 달째를 맞은 메르스 감염사태는 그동안 가뜩이나 어렵던 부산지역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어 항만물류 종사자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사고 1주기를 맞아 그 여파로 어려웠던 경기가 조금씩 풀려가고 또 여름철 관광 휴가 시즌이 도래함에 따라 국내외 여행객들로 조금씩 활기를 되찾던 부산 경제가 이제는 메르스라는 복병을 만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시는 해운물류산업이 중심산업으로 인식되는 지역 특성상 자연스레 해운업과 여행업이 조화를 이루는 크루즈산업 부흥에 사활을 걸고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아 왔지만 이번 메르스 여파로 인한 관광객의 급감으로 지역 관광산업은 큰 어려움을 맞고 있다.
메르스 여파로 크루즈선 줄줄이 입항취소
지난해 부산항을 찾는 크루즈관광객은 24만5천여명으로 집계돼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14% 늘어난 28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지만 메르스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 수치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메르스 여파로 인한 크루즈선 입항 감소 현황은 조금씩 누적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0일 뉴스킨사 중화권 포상관광단 6000명을 태운 크루즈선 2척이 부산항·인천항에 각각 입항했지만 하선한 관광객은 아무도 없었다. 또한 8월 말까지 부산항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크루즈선의 입항 취소가 13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관련 종사자들은 더 우울하기만 하다.
이 크루즈선들의 총 정원은 3만2742명에 달해 정원의 80%가 승선했다고 가정했을 때 이번 입항 취소로 인한 승객감소는 무려 2만6194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경제적 손실 측면에서는 이들이 하선 후 시내관광을 하며 쓰는 돈은 19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번에 부산을 방문한 뉴스킨사 중화권 포상관광단은 일반 관광객과는 달리 더 큰 씀씀이를 보여 이들 승객들의 하선 취소는 큰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5월 부산을 찾은 중화권 암웨이 포상관광단은 1인당 233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외래 크루관광객 실태조사에서 산출한 74만원 보다 무려 3배 이상 지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메르스 여파가 야속하기만 한 것이다. 또 메르스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지난 11일 개최 예정이었던 ‘제1회 부산국제크루즈박람회(Seatrade Cruise Asia 2015)’가 내년으로 전격 연기된 것이다.
이 박람회는 개막전야인 10일 오후 7시 VIP 환영 리셉션을 시작으로 11일부터 13일까지 해운대 벡스코에서 각종 전시회와 컨퍼런스 등으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개막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메르스 전염 우려 때문에 결국 연기됐다.
본래 크루즈박람회는 지난해 6월에 개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발생한 <세월>호 사고로 1년 연기된 데 이어 이번에도 메르스 여파를 넘지 못하며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부산지역 경제를 옥죄는 또 다른 한 가지는 바람을 동반한 흐린 날씨가 20일 넘게 이어지고 있어 해수욕장을 비롯한 시내 관광지의 관광객은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특히 지난 1일 해운대, 송정, 송도 등 부산지역 3곳의 해수욕장은 조기개장을 통해 여름 관광객 불러 모으기에 전격 나섰으나 메르스에 이은 기상여건 악화로 피서객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급감했다. 또 다음 달에는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알려져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가 더 얼어붙지 않을까하며 시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부산관광협회 강석환 부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에 이어 지속되는 세계 경제와 국내 경기의 엇박자가 큰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조금씩 살아나던 부산지역 경기가 이번 메르스 여파와 기상여건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부산시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시민들의 경기 하락 우려가 더 이상 누적되지 않도록 발 빠른 대처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 부산=김진우 기자 jw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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