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8 09:01

“내년 컨선 운임 20%이상 하락” 전망

KMI, 공급과잉으로 하방압력 지속
벌크선 침체 vs 유조선 상승


내년 컨테이너선 운임 수준이 올해보다 최대 40% 가까이 하락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병주 전문연구원은 13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열린 제43회 해운 전망 세미나에서 2025년 평균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가 1600~1900포인트(p)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보다 26~38%가량 낮은 수치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평균 SCFI는 2560으로, 지난해 평균 1006에 비해 2.5배(155%) 급등했다. 내년엔 공급 과잉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 정세와 공급망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운임 하방 압력을 일정 부분 상쇄해 올해보다는 침체되지만 지난해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게 김병주 연구원의 관측이다.

그는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의 수요공급지수가 수급 균형을 나타내는 100을 크게 밑도는 데다 현재 컨테이너선 발주 잔량이 747만TEU에 달해 이집트 수에즈운하가 정상화할 경우 공급 충격이 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사태 발 해운 초호황기였던 2021년과 2022년 각각 105.2p 101.1p였던 글로벌 수요공급지수는 2023년 79p까지 곤두박질 쳤다가 올해는 홍해 사태를 배경으로 84p로 소폭 상승했다. 김 연구원은 내년에도 수요공급지수가 85.2를 기록하는 등 공급 과잉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홍해사태 효과’ 공급 150만TEU 흡수

드류리에 따르면 홍해 사태 여파로 컨테이너선이 수에즈운하 대신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올해 3분기 현재 아시아-북유럽항로에 투입되고 있는 컨테이너선은 305척으로 늘어났다. 1년 전의 240척에 견줘 27%(65척) 급증한 수치다.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가 결성한 2M이 10척이나 늘린 76척을 북유럽항로에서 운항 중이다. 얼라이언스에 소속되지 않은 선사들은 지난해보다 무려 51척을 같은 항로에 추가 배선했다.

프랑스 CMA CGM, 중국 코스코, 대만 에버그린이 결성한 오션과 우리나라 HMM,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대만 양밍, 독일 하파크로이트가 소속된 디얼라이언스는 각각 2척씩 늘렸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현재 아시아-유럽항로를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의 전체 선복량은 740만TEU로, 1년 전의 589만TEU에서 무려 151만TEU 급증했다. 홍해 사태가 150만TEU의 선복을 흡수하면서 공급 과잉 상황을 상당 폭 완화한 셈이다.

이와 비교해 아시아-북미항로 선대는 지난해 508만TEU에서 547만TEU로 8%, 아시아 역내항로 선대는 292만TEU에서 296만TEU로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요 성장률은 3%를 밑돌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내년 컨테이너 물동량이 2.9% 늘어난 2억1700만TEU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8%로 예상한 영국 클락슨이나 드류리 등의 해외 해운조사기관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물동량은 지난해보다 5.1% 증가한 2억1100만TEU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항로별로, 북미항로와 아시아 역내항로의 수요 성장 폭이 유럽항로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내년에 북미항로에서 2.5%, 아시아 역내항로에서 3.8%의 수요 성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항로 예상치인 1.5%에 비해 1~2.8%p 높다. 클락슨과 비슷하고 드류리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클락슨은 북미 1.9%, 유럽 1.5%, 아시아 역내 3.3%의 수요 성장률을 제시했다. 반면 드류리는 북미에서 5.7%, 유럽에서 3.8%가량 물동량 성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컨테이너선 시장 하향 안정화 추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다만 내년 상반기엔 미국 동부 항만 파업, 컨테이너선사 얼라이언스 재편 등 공급망을 위협하는 요인이 다수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해사물류통계 ‘아시아-북유럽항로 운항 컨테이너선 척수 및 선복량’ 참조)

 


벌크선시장 수요 줄고 공급은 증가

벌크선 시장도 올해보다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됐다. 18만t 안팎의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시장을 진단한 팬오션 송상훈 책임은 올해 일일 2만3600달러까지 치솟았던 케이프 선박 평균 정기용선료가 내년엔 1만7000~2만2000달러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케이프 선박 정기용선료는 파나마운하와 수에즈운하의 통항 제한에 따른 운항 거리(톤마일) 증가와 중국의 철광석 보크사이트 수입 증가 등으로 지난해의 1만6000달러에서 44% 급등했다.

송 책임은 케이프 선단은 올해 4억130만t에서 내년 4억700만t으로 1.4% 늘어나는 반면 물동량은 올해 20억3900만t에서 내년 20억3800만t으로 소폭 감소할 거란 예측을 내놨다. 

5만t급 안팎의 수프라막스와 7만t급 안팎의 파나막스 벌크선 시황을 전망한 황수진 KMI 해운시장연구실장은 두 선형의 2025년물 해상운임 선물거래(FFA) 가격이 각각 1만4419달러 1만2838달러란 점을 들어 올해보다 내림세를 띨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평균 운임은 파나막스는 16% 오른 1만4873달러, 수프라막스는 26% 오른 1만4126달러였다.

황 실장은 곡물은 1.5% 증가하고 연료탄은 2% 감소하는 등 수요는 품목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반면 공급은 수프라막스에서 4.3%, 파나막스에서 3.1% 증가하는 등 전반적인 상승세를 띨 것으로 관측했다. 

유조선 시장을 분석한 류희영 KMI 해운경영금융연구실장은 내년 시황이 올해보다 소폭 상승할 거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올해 4만달러 안팎을 오르내렸던 초대형 유조선(VLCC) 용선료가 내년엔 5만달러 선까지 상승한다는 예상이다.

류 실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톤마일 증가, 글로벌 경기 회복, 원유 소비 개선에 따른 물동량 회복 등을 기대 요인으로 제시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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