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3 13:22

13억 중국 내수 시장 열린다

한·중 FTA 30개월 만에 타결…발효시 FTA 교역국 GDP 비중 세계 3위
2년 반만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FTA의 실질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한·중 양국은 11월 4~9일간 개최된 한·중 FTA 제14차 공식협상을 통해, 상품 및 서비스 시장 개방과 품목별 원산지기준(PSR) 등 모든 핵심 쟁점에 대해 최종 합의를 도출했다.

한·중 FTA는 지난 2012년 5월 협상을 시작한 후 약 2년 6개월 간 14차례의 공식협상을 진행해왔으며, 올 7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연내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된 바 있다. 한·중 FTA 타결로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세계 거대 경제권인 미국, EU, 중국과 FTA를 모두 타결한 나라가 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상품과 서비스, 투자, 금융, 통신 등 양국 경제전반을 포괄하는 총 22개 챕터에서 FTA가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많은 농수산물의 경우 품목수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로 FTA 역대 최저수준으로 개방키로 합의됐으며 쌀은 한중 FTA에서 완전 제외됐다.

발효 즉시 연간 87억달러 관세 철폐

한·중 FTA를 통해 對中 수출 연간 87억불에 해당하는 물품의 관세가 발효 즉시 철폐되며, 對中 수출 458억불에 해당하는 물품은 발효 10년 후 관세가 모두 철폐됨에 따라, 중소기업을 포함한 우리 기업들의 對中 수출 활로를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부는 한중 FTA로 건설, 유통, 환경, 법률, 엔터테인먼트 등 중국 유망 서비스 시장에서 양허를 확보하고, 금융, 통신 분야 규범을 강화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진출 기회가 늘어나 안정적인 제도 틀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상품·서비스 등 내수시장을 경쟁국들보다 나은 조건으로 공략할 수 있게 돼 향후 중국의 미래·고급 시장을 선점해 2015년까지 한·중 교역 3,000억불 달성하는 것은 물론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중 FTA 발효 시 우리나라 FTA 교역국의 GDP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경제영토)은 73.2%로 칠레, 페루에 이은 세계 3위이며, FTA 교역국과의 교역비중도 64.3%까지 증가해 경쟁국인 중국(21.9%)과 일본(18.9%)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우리나라의 교역국 가운데 수출, 수입, 교역, 수지 부문 제1위 무역상대로 對중국 수출은 2010년~2013년간 연평균 13.9%, 수입은 연평균 11.2%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對세계 수출에 필요한 원부자재, 중간재의 주요 공급국으로서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對중국 수출이 확대됨에 따라 무역수지 흑자규모도 628억 달러(2013년)까지 증가했다.

최근 중국의 對세계 수출 성장세 둔화, 중간재 자급능력 확대로 인해 중간재 교역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對중국 수출도 과거에 비해 둔화되는 추세다. 특히 한·중 교역은 국제분업구조에 기반을 둔 가공무역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중국은 기업이 물품을 가공해 수출할 목적으로 원료 및 중간재를 수입하는 경우에 한해 관세와 증치세를 면제 또는 환급해주는 가공무역제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가공무역제도를 축소하고 일반무역으로 전환하려는 조치를 강구하고 있어 한·중 FTA는 중국의 가공무역제도 축소에 따른 수출 충격을 완화하고, 수출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중 FTA를 통해 우리나라는 글로벌 3대 경제권과 FTA 네트워크를 완성해 명실상부한 FTA 허브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으며, 이를 통해 국내 투자 유치 확대와 일자리 창출 효과도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역업계 70%, “한·중 FTA 중국시장 진출에 도움 된다”

무역업계가 한·중 FTA로 대중 수출 증가와 중국 및 제3국 기업으로부터의 투자 유치 확대를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무역업계가 전망한 한·중 FTA’보고서에 따르면 대중 수출입 업체 총 1,212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8%p)결과 응답의 70%가 중국 시장 진출 및 확대에 한중 FTA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중 수출업체(525개사)의 55.2%는 한·중 FTA로 대중 수출이 늘어나고 증가폭은 ’14년 대비 평균 22.73%(연간)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중 수입업체(561개사)의 경우 응답기업의 61.1%가 FTA로 대중 수입이 늘어나며 증가폭은 ‘14년 대비 평균 24.81%(연간)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내 현지 투자업체(180개사)도 FTA 이후 대중 수출은 24.89%, 대중 수입은 20.41% 늘어날 것으로 전망해 무역업계 전반에서 대중 교역의 큰 폭 증가를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와 관련, 무역업계는 중국 기업이나 제3국 기업으로부터의 대한(對韓) 투자 유치가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한·중 FTA 이후 중국에 대한 기존 투자를 확대하겠느냐는 질문에 대중 수출입 업체의 21.6%가 그렇다고 답했고 신규 투자 계획이 있다는 기업은 16.8%였다. 반면, FTA를 계기로 중국 기업 및 제3국 기업으로부터의 대한(對韓)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51.4%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한편, 중국에 이미 진출한 기업들도 기존 투자 확대 계획(22.8%) 보다는 투자 유치 전망(32.8%)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설문조사에서 우리기업들은 중국 기업의 부상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국 시장 내 최대 경쟁자를 묻는 질문에 대중 수출 기업들은 중국 로컬 기업들을 최대 경쟁자(응답기업의 44.4%)로 꼽았고, FTA 이후에는 이들 기업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44.4%→50.3%)으로 내다봤다. 중국 현지 진출 기업들 역시 현시점의 최대 경쟁자로 중국 로컬 기업(56.7%)을 꼽았고, FTA 이후 이들과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56.7%→65.0%)으로 전망했다.

한·중 기업 간 품질 격차도 향후 수년 내 좁혀질 것으로 전망됐다. 대중 수출입 업체들은 현시점에서 중국 기업의 품질이 우리 기업 보다 낮다(61.1%)고 진단했으나 5년 뒤에는 그 비율이 큰 폭으로 낮아지고(61.1%→42.2%) 10년 후에는 우리와의 품질 경쟁력이 동등(41.9%)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품질과 함께 가격 요인을 고려할 경우 경쟁력 역전까지도 우려하고 있었다. 현시점에서 중국 기업의 품질+가격 경쟁력은 우리보다 낮다(52.6%)는 의견이 많으나 5년 후에는 우리와 동등하다(39.6%)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고 10년 뒤에는 우리보다 앞설 것(38.9%)으로 내다봤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명진호 수석연구원은 “우리 기업의 한·중 FTA를 통한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면서 “한·중 FTA 발효 전까지 FTA 활용을 위한 업계의 내실 있는 준비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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