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고기술 제품보단 기본기능에 충실한 제품이 수출에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원장 오상봉)은 ‘전략적 다운그레이드를 통한 차별화 전략’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이 저가·저기능 제품으로 새 시장을 창출한 사례를 소개했다. 또 국내 기업들의 구체적 실천 방안까지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시장의 수용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하이테크 제품보단 부가기능 제거로 기본기능에 충실하며 저렴한 제품이 해외 시장 공략에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담겼다. 이는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 시장 공략에도 해당된다.
보고서가 설명하는 ‘다운 그레이드’ 전략은 무조건 저가·저기능 제품을 신흥 개도국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 아니다. 신흥국 소비자가 원하는 필수적 기능을 강화하고, 비용대비 효용이 떨어지는 기능은 과감히 제거하는 전략이다.
또 애초에 신흥국 시장을 염두하고 만든 제품이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선진국 소비자들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끄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운 그레이드’ 전략의 대표적 예는 글로벌 기업 제너럴 일레트로닉(GE)사의 심전도 진단기기인 ‘MAC 400’이다. 인도는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6천만명에 달하지만 빈곤율이 높고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많은 환자들이 진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GE는 낮은 비용과 사용 편의성이라는 인도 시장의 특징을 반영해 기존 가격의 3분의 1수준으로 이동형 심전도 기기인 MAC 400을 출시해 대성공을 거뒀다. MAC 400은 유럽 시장에서도 히트했다. 핵심기증만을 탑재한 이 기기에 유럽소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도 예상외로 인기를 끌었다.
해외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시장에서 원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는 소비자 의견이 2011년 48%에서 2013년 63%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최첨단 기능에 피로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무역협회 박필재 수석연구원은 “개도국의 추격을 의식한 고가제품정책과 경쟁적인 신제품 출시, 다운그레이드에 대한 심리적 저항으로 기업들은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기능 피로(Feature Fatigue)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또 “개도국에서 다운그레이드로 성공한 제품이 선진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사례가 절반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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