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09 09:04

“공유 기반 정책으로 중소물류기업 살려야”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국내 중소물류시장의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유개념을 도입해 중소물류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정승주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일 청운대학교  인천캠퍼스에서 열린 국제물류연구회 정책세미나에서 이 같이 주장하고 이를 위해 중소물류기업 우선의 공동물류체계 구축, 협동조합형 공동경영구조 정착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연구원은 중소물류시장은 여러 문제점들로 인해 공유조건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우선 물류는 영세사업자가 많은 산업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공유참여규모가 높다. 또 범위 및 규모의 경제를 가지지 못하는 다수의 영세물류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시설공유나 정보공유 등 공동화사업 추진으로 잠재적 공동이익이 높다는 설명이다.

양적 성장 정책으로 중소물류 소외

그동안 우리나라는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물류산업 정책이 추진됐다. 2001년 이래 수립된 3차례의 국가물류기본 및 수정계획은 국내외 시장 확대 중심의 정책이 강조됐다. 2011년 발표된 수정계획에서 경제위기 및 양극화 심화 등 여건변화를 반영해 중소물류산업에 대한 정책을 도입했으며 이를 계기로  공동물류, 화주-물류기업 공생발전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정부는 화물운송시장 안정화 등 각종 규제조치로 시장 현안 해결을 도모하고 있으나 시장 활력 저하로 오히려 시장잠재력이 정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개별물류기업이 효율적인 물류서비스망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우리나라 물류정책의 특징이다. 반면 물류망 확장, 효율성 제고 등 물류 주체간 공동협력 노력에 대한 촉진이나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추진된 정부의 중소물류산업 정책 중 공동물류사업유형 발굴지원 사업과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건립 지원은 정 연구원이 말하는 공유를 적용한 물류정책의 예로 볼 수 있다. 공동물류사업유형 발굴지원 사업은 공동물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자체와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공동물류 사업유형을 발굴해 정부에서 사업비의 50%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건립 지원 사업은 중소유통업자의 공동구매 배송 판매를 위한 검품장, 보관창고 등을 갖춘 공동도매물류센터의 건립을 국가 지자체 민간에서 각각 6:3:1의 비율로 부담하는 방식으로 지원해주는 정책이다.

정 연구원은 그동안 추진된 국가 물류산업정책이 중소물류산업부문의 성장을 도모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다. 물류산업의 양적 성장은 대형업체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소물류산업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이다. 최근 인증제, 공동물류 등에 대한 지원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범사업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견해다. 또 중소물류산업부문의 전체 발전방향과 정책효과가 사전에 체계적으로 검토되는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국가계획내의 세부정책과제(사업단위)에 삽입하는 형태로 정책을 생산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중소물류산업정책은 물류산업의 속성상 여러 부처 간의 협업이 요구되는 영역임에도 개별 부처 중심의 단발성 정책 추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대표적 중소물류정책인 물류공동화의 경우 품목 대상사업자(물류사업자, 화주), 지역 등 다양한 양상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고 정 연구원은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물류산업에 공유 개념을 도입한 해외 사례로 일본과 프랑스의 화물운송협동조합을 들었다. 일본은 영세 운송사업자 중심으로 화물운송협동조합을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화물운송협동조합은 공동구매 및 판매, 공동화물정보 및 배차, 금융·보험, 고속도로 통행할인카드 구매,  복지지원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일본 내 화물운송협동조합수는 지난해 3월 현재 641개이며 소속 운송업체는 1만4천여곳에 이른다. 조합당 평균 22곳의 물류업체가 가입해 있는 셈이다.

프랑스도 1980년대 운송시장 자유화 조치 이후 화물운송협동조합이 활성화됐다. 2010년 현재 180여개의 조합이 활동 중으로 소속운송업체는 4천여곳, 고용직원은 1만6천명에 이른다. 특히 1992년 18개 중소화물운송사업자를 조합원으로 설립된 ASTRE라는 협동조합은 2012년 현재 국내외 지점 310개소, 1만4500개 협력사, 각종 화물차량 및 장비 1만7000대, 물류시설 340만㎡ 등을 보유한 거대 기업 형태로 발전했다. 특히 트럭운송 외에 복합운송, 창고서비스, 팔렛트 서비스 등을 벌이는 종합물류회사로 인정받고 있다.
일본의 공동물류 시스템도 벤치마킹대상이다. 공동물류란 물류시설, 정보, 프로세스를 공동으로 이용 또는 운영함으로써,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도모하는 물류합리화 방법을 일컫는다.  규모의 경제 외에도 범위의 경제 등을 통해 효율화를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일본에선  화주기업, 물류기업, 중소기업 등 다양한 추진주체별로 공동물류가 자발적인 활성화 단계에 들어섰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정부와 공공 주도의 촉진단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화주-물류 상생 생태계 조성

정 연구원은 물류산업에 공유기반의 물류정책을 도입해 중소물류기업 우선의 공동물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규모’ 및 ‘범위’의 경제를 달성, 영세물류업체의 시장자생력을 도모하고 물류서비스의 고도화 및 효율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인 정책 추진 방법으로 정부 차원의 마스터플랜이라 할 수 있는 (가칭)공동물류활성화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물류업무 고도화 인증사업에 공동물류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동물류사업 촉진의 근거법을 마련하고 공동물류와 협동조합을 통합한 공유물류민관합동포럼을 운영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대형업체에 대응해 영세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협동조합형 공동경영구조를 정착시키는데 초점을 맞추는 정책과 화주기업-물류기업간 및 대형물류기업-중소물류기업간 상생 생태계라 할 수 있는 물류부문 성과공유제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물류산업의 체계적 지원을 위한 정책수단 마련 및 지원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물류고도화기금 조성 등 종합적 지원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 시간에서 이충배 중앙대 교수는 “중소업체들이 공유를 통해서 뭉치게 되면 바겐파워를 갖고 될 것”이라고 정 연구원의 견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코트라와 농수산물유통공사, 중소기업청 항만공사등에서도 공동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덕 숭실대 교수는 “협동조합이나 공동물류는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도 하고 있기 때문에 구분해야 한다. 또 (물류고도화) 기금에 대한 성격이 모호하다. 융자를 해주는 건지 융자+보험 성격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승범 교수는 성과공유제를 들어 “성과를 어떻게 볼 것이냐, 성과를 공유하면 손실을 공유할 것이냐, 이익은 초과이익공유 등으로 볼 것이냐 등의 여러 개념이 있는데 (정 연구원의 주장은) 개념이 모호하다. 또 공유의 개념이 제조기업과 물류기업의 공유인지 2자와 3자의 공유인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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