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호주항로는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의 여파로 코로나19 팬데믹 이래 고운임 시기를 맞았다. 수요 증가 추세는 없었지만 선복난이 지속되면서 운임도 덩달아 상승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호주해상노조(MUA) 파업이 올해 2월까지 이어져 1분기엔 선적 이월(롤오버)된 화물이 많았다. 선사들은 양하지 변경, 결항 등 스케줄을 조정해 대응했다. 통상 중국 춘절 직후 수요의 급격한 침체에 맞서 운임 하락 방어에 급급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 시행 없이 배에 화물을 가득 실어 날랐다. 4월 이후 중국발 물량 공세가 이어지면서 운임은 약세에서 다시 반등했다.
3분기 들어 전 세계 해상 운임이 하락세를 겪는 와중에도 호주항로는 성수기에 진입해 강세 시황을 연출했다. 성수기를 벗어난 12월 또한 선사들은 공급을 조절하면서 고운임 기조를 유지했다. 내년엔 춘절(중국 설)이 기존보다 일찍 찾아와 그 전에 화물을 보내려는 수요까지 더해졌다.
올해 11개월간 전반적인 물동량은 보합세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오세아니아 지역(대양주 포함)을 오간 1~11월 누계 물동량은 52만6700TEU를 기록, 전년 동기간(47만3900TEU) 대비 11% 늘어났다. 이 가운데 환적 물량을 포함한 수출화물은 14만6600TEU로 지난해(14만4700TEU)에 견줘 큰 변동이 없었으나, 수입화물은 지난해(32만9300TEU)보다 15% 증가한 38만100TEU를 달성했다.
수입화물을 분기별로 보면 1분기, 3분기, 4분기(12월 제외) 물동량은 각각 14만100TEU 14만5600TEU 9만8000TEU로, 1년 전보다 22% 14% 13% 성장했다. 2분기엔 소폭(1%) 감소한 14만2900TEU를 처리했다. 올해 9월 국내 주요 교역국인 호주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10주년을 맞아 핵심 광물과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협약을 맺은 만큼 추후 교역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 한 해는 국제 정세에 따른 해상 운임 상승으로 선사들이 호황을 누렸다. 중국과 한국 모두 수출 운임은 지속 상승했다. 1~2월은 호주 항만의 파업으로 현지에서 적체 현상이 벌어졌다. 선사들은 이에 대응해 양하지를 변경하거나 스케줄을 조정하면서 선복난이 가중됐다.
3~4월엔 비수기와 함께 운임도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이 시기 상하이발 호주 멜버른행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운임은 평균 879달러로, 1년 전 같은 시기(460달러)와 비교하면 약 2배 높았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중국발 수출 물량이 급증하면서 선복난, 컨테이너 장비난으로 모든 항로에서 운임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오세아니아를 오가는 항로에서도 선사들이 일부 모선을 다른 곳으로 투입하면서 운임은 덩달아 상승세를 탔다.
성수기를 앞두고 중국발 수요 강세가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선사들은 중국발 화물이 늘고 선석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배가 지연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8월 말부터 글로벌 해상 운임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 항로는 홀로 상승세를 띠었다. 크리스마스와 블랙프라이데이 대목을 겨냥한 현지 화주들의 수입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통적인 성수기를 맞았다.
중국발 운임은 9월 첫째 주에 TEU당 2268달러를 기록해 연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9~11월 동안 중국 국경절 즈음에 발표된 운임을 제외하고 TEU당 2000달러대의 고운임을 유지했다. 하지만 연말로 접어들면서 시황은 서서히 꺾이기 시작했고 12월 둘째 주 중국 운임 지수는 1922달러로 하락했다.
해양진흥공사가 발표한 부산발 호주행 운임(KCCI)은 올해 4월 마지막 주부터 연일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소폭 하락하다가도 이내 반등했다. 5월 말 기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운임은 2000달러대를 돌파했다. 이는 팬데믹 호황이 막바지에 달한 2022년 12월 이후 약 17개월 만이다.
9월 둘째 주엔 4000달러를 넘어서는 질주를 이어갔다. 11월 마지막 주 현물운임은 4511달러로, 해진공이 2022년 11월 한국형 운임지수를 발표한 이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에도 연말을 앞두고 물량을 보내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모든 선사에서 높은 운임으로 화물을 가득 싣고 출항했다. 9월부터 12월까지 부산발 수출화물 운임은 FEU당 평균 4000달러를 훌쩍 넘겼다. 4개월 동안 월 평균 각각 4095달러 4259달러 4422달러 4353달러를 기록했다.
이 밖에 호주항로는 2월 초 DP월드와 호주해상노조(MUA) 간 임금 협상이 잠정 합의점에 도달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노조 파업이 정리되면서 그동안 호주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항만 적체는 다소 해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올해는 특수하게 중국발 물량 공세로 공급 대란이 일어나 선적 지연, 항만 적체, 스케줄 변동 등이 여전히 발생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