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중남미항로는 미국의 무역 제재에 대응한 우회 수출이 급증한 데다 파나마운하 정상화가 지연되면서 컨테이너 운임이 급등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상하이-중남미행 평균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5688달러를 기록, 1년 전의 2065달러에서 2.8배(175%) 올랐다.
한국발 운임도 크게 상승했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2024년 평균 부산발 중남미 동안과 중남미 서안행 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5936달러 4281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2023년 연간 평균인 2295달러 2128달러에서 2.6배(159%) 2배(101%) 올랐다.
우리나라와 중남미 지역을 오간 물동량은 1년 전과 비교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4년 1~11월 한국-중남미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245만3000TEU 대비 3.7% 증가한 254만3000TEU로 집계됐다. 수출은 7.3% 늘어난 177만5000TEU를 기록한 반면, 수입은 3.8% 줄어든 76만8000TEU로 각각 나타났다.
1분기 중남미항로는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시황이 꺾일 거란 예상과는 달리 선사들은 탄탄한 수출 물량을 기반으로 운임 방어에 나섰다. 취항선사들은 배에 화물을 가득 채운 만선 출항을 이어갔다. 남미 서안쪽 소석률(화물 적재율)은 대부분 100%였다. 동안 소석률도 선사에 따라 80~100% 수준을 보이며, 화물 적재 상황이 호전됐다.
북미항로와 마찬가지로 상반기 이슈가 된 파나마운하 일일 통항 선박 수는 증가세를 보였다. 파나마운하청(ACP)은 올해 3월 말 일일 파나마 운하 통행 가능 선박 수를 24척에서 최대 27척으로 조정했다. 통상 우기가 시작되는 오는 5월을 앞두고 가툰 호수의 수위가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통항 규제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분기 선사들은 중국발 수출 물량 러시에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중국 노동절을 앞두고 밀어내기 물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게 배경이다. 특히 알리·테무 등 전자상거래 수출 물량이 대폭 늘어났다. 선사 관계자는 “장기 계약 화물을 기본적으로 보유한 선사들은 소석률을 가득 채웠지만, 그렇지 못한 몇몇 선사들은 화물이 모자라 소석률이 저조한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항만 적체도 상반기 중남미항로의 주요 화두 중 하나였다. 물동량 증가와 낮은 생산성으로 체선이 악화되면서 브라질 산투스와 이타포아는 평균 약 1~3일, 파라나과는 약 5~7일 가까이 지체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반기엔 미국의 무역 제재에 대응한 우회 수출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선사들이 멕시코 컨테이너 서비스를 잇따라 강화했다. 미국이 8월부터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의 품목을 대상으로 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최고 100%까지 높이겠다고 예고하자, 화주들은 제재를 피하고자 멕시코로 보내는 화물을 늘렸다. 중국은 2018년 미중 무역분쟁 이후 베트남, 멕시코 등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로 미국의 무역 제재에 대응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멕시코로 보내지는 화물이 늘면서 선사들의 신규 노선 개설이 이어지고 있고 소석률이 내려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HMM은 일본 컨테이너선사 ONE과 손을 잡고 중국과 우리나라, 멕시코의 항만을 연결하는 FLX(Far East Latin America Express) 서비스를 8월 중순 개시했다. 스위스 선사 MSC도 우리나라 부산항과 남중국 멕시코를 잇는 달리아(Dahlia) 서비스를 8월 초부터 시작했다. 이 밖에 홍콩 OOCL은 아시아와 멕시코를 연결하는 TLP5를 지난 5월 열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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