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4 14:00

중동항로/ 불안정한 공급망에 운임 시황 ‘요동’

중동 사태 및 무역 갈등이 주원인…물동량은 두자릿수 감소


올해 중동항로는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국제 분쟁의 여파를 직격으로 받았다. 수요와 무관하게 운임은 급등과 급락을 오갔다.

상반기엔 홍해 인근에서 예멘의 후티 반군이 상선을 대상으로 한 공격을 이어가면서 수에즈운하가 막혔다. 지난해 12월 이후 사태가 본격화하자 대다수 선사들은 홍해·아덴만을 통과하는 노선을 중지했고 페르시아만(걸프)으로 화물이 몰렸다. 덩달아 2분기엔 중국에서 화물을 서둘러 보내려는 수요가 발생하면서 선복 부족 현상이 빚어졌다. 컨테이너박스도 수급이 어려워 운임은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3분기부터는 선복이 정상화된 데다 이르게 맞이한 호황의 반동으로 수요가 급감해 약세 시황으로 돌아섰다가, 다시 4분기에 연말을 앞두고 실적을 끌어올리려는 수출기업들의 ‘밀어내기’ 수요를 바탕으로 보합세를 유지했다.

올해 전반적인 물동량은 약세였다. 수에즈운하로 향하는 길이 막히며 중동 국가와 우리나라를 오간 화물량은 전년보다 대폭 줄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1~11월 중동 국가와 우리나라 간 누계 물동량은 54만TEU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만9000TEU에 비해 11%가량 하락했다.

홍해 사태로 공급망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면서 수송 실적도 함께 줄었다. 특히 수입 물동량은 21만3000TEU를 기록, 1년 전의 25만4000TEU보다 16% 감소했다. 수출 물동량은 35만5000TEU에서 8% 줄어든 32만7000TEU로 집계됐다.

줄어든 물동량과 반대로 컨테이너 운임은 홍해 사태 효과로 올해 상반기 최고조를 달렸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발 두바이행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운임은 상반기 동안 평균 2070달러를 기록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발표한 한국발 중동항로 운임지수(KCCI)는 강보합세를 이어가다가 6월 들어 처음으로 40피트 컨테이너(FEU)당 4000달러를 넘어섰다. 7월까지 운임 상승 기조가 이어져 7월15일 기준 한국발 운임은 지난 2022년 11월 해진공 집계 이래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운임은 상반기 내내 벌어진 선복 부족난의 영향이 컸다. 항로를 우회하면서 운항 빈도가 줄어든 데다 선사들은 전쟁 위험, 성수기 등을 이유로 할증료를 추가 부과하거나 운임을 인상 조정했다. 사우디향 화물은 제다항을 대신해 담맘과 리야드로 행선지를 틀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 또한 기존 피더화물 외에도 홍해 인근 항구로 들어가던 화물이 들어왔다.

미-중 무역 갈등도 공급망에 혼란을 불러왔다. 8월부터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응해 그 전에 수출 물량을 보내려는 수요가 폭증했다. 중동 지역 갈등으로 선사들의 우회 운항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시아, 유럽 지역에서 특히 선편이 부족해지며 수요를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선복과 컨테이너박스가 부족해지자 선사들은 기본운임 인상(GRI) 카드를 꺼내들었다.

8월 들어서는 선박 공급이 원활해지고 중국발 수출 수요가 사라지면서 시황은 약세로 돌아섰다. 추석 연휴까지 겹치면서 수요가 크게 위축됐고 잉여공급이 생기자 글로벌 선사들은 앞다퉈 운임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발 운임은 9월27일 기준 962달러를 기록, 올해 최저치를 찍었고, 한국발 운임 또한 지속 하락했다.

선사들은 채산성이 마이너스로 하락하기 직전까지 빠르게 운임을 낮췄다. 중국보다 한국발 운임이 더 높아지는 구간이 오면서 선복이 한국에 추가 투입되는 현상도 일어났다. 

이런 가운데 10월 중순 이후 연말을 앞두고 다시 중국발 수요가 발생했다. 선사들은 시황이 시시각각 바뀌자 요율 책정에 신중을 기했다. 얼마나 깎아줄지 인하 폭을 고심하다 한 달 만에 상황이 호전되자 인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상하이발 운임은 11월 평균 1417달러, 12월 2주 평균 1491달러를 기록했다. 부산-중동 간 운임은 12월 평균 2586달러로 집계돼 TEU로 환산하면 1293달러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올해 중동 국가는 일부 주요 항만이 막히자 대체 항만에 혼잡한 상황이 이어졌다. 특히 페르시아만(걸프)에 위치한 주요 항만에서는 적체가 반복됐다. 8월 아랍에미리트(UAE) 제벨알리와 사우디아라비아 담맘에선 화물을 처리하는 데 3~4주가량이 소요됐다. 일부 선사는 적체를 피하고자 해당 항만을 기항지 명단에서 잠시 제외했다. 화물이 제한되면서 홍해 인근 항만으로 향하는 노선의 운임은 제벨알리행보다 2배가량 오르는 현상이 빚어졌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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