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되면서 지난해까지 급격한 하락세를 띠었던 동남아항로 시황이 올해 들어 다시 회복세를 띠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1월부터 11월까지 우리나라와 동남아 8개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387만58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7만8000TEU에 비해 8.3% 증가했다. 11개월간 물동량으로는 사상 최고치로, 종전 기록은 코로나19 사태발 해운 호황기였던 2021년의 371만500TEU다. 수출은 3% 증가한 182만3100TEU, 수입은 13% 늘어난 205만2700TEU를 각각 기록했다.
8월까지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달이 6개월에 이를 만큼강세가 이어졌다. 1월 16%, 2월 14%, 4월 15%, 6월 17%, 7월 10%, 8월 12%의 성장률을 각각 신고했다. 하지만 9월과 10월 0.4%로 증가 폭이 크게 꺾인 뒤 11월엔 -3%의 감소세로 돌아서 향후 전망을 어둡게 했다.
수출화물의 엇갈린 행보가 월간 수송 실적의 희비로 이어졌다. 수출화물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2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했다가 9월부터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 3개월 연속 하락 곡선을 그렸다. 특히 9월과 11월엔 -10%를 웃도는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11개월간 실적을 국가별로 보면 8개국 중 대만과 싱가포르 홍콩을 제외한 5개국이 모두 플러스 성장을 거뒀다.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신고했다. 동남아항로 물동량 1위 국가인 베트남은 16% 성장한 132만900TEU, 2위 태국은 8% 성장한 56만8400TEU, 3위 인도네시아는 12% 성장한 55만1800TEU, 4위 말레이시아는 4% 성장한 43만2900TEU, 6위 필리핀은 16% 성장한 25만6100TEU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5위 대만은 1% 감소한 34만6900TEU, 7위 싱가포르는 6% 감소한 20만1100TEU, 8위 홍콩은 9% 감소한 19만7700TEU에 그치며 역신장세를 띠었다. 싱가포르는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하는 부진을 보였다. 홍콩은 2021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36개월간 마이너스 성장하다 10월에 3% 성장하며 반등했지만 11월에 다시 역신장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바닥권까지 떨어졌던 운임은 올해 급상승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올 한 해 상하이발 동남아항로 운임지수(SEAFI) 평균은 2436포인트(p)를 기록, 지난해 816.1에 견줘 3배(199%) 급등했다.
지역별 평균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베트남 호찌민행이 지난해 148달러에서 올해 396달러, 태국 램차방행이 지난해 172달러에서 올해 467달러로 인상되면서 170%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 밖에 말레이시아 포트클랑행은 216% 오른 526달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은 115% 오른 644달러, 싱가포르행은 199% 오른 487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한국발 운임은 견실한 상승 흐름을 이어갔지만 중국발 운임처럼 드라마틱한 반등을 보여주진 못했다. 지난해는 중국발 운임처럼 급격한 하락 추세를 보이지 않은 게 원인으로 파악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올 한 해 부산발 동남아행 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당 871달러를 기록, 지난해 평균 604달러에서 44% 인상됐다.
동남아항로 KCCI는 처음 발표된 2022년 11월부터 12월까지 두 달간 평균 1601달러를 기록한 뒤 지난해 62%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선사 관계자는 “홍해 사태로 원양항로 운임이 크게 오른 데다 중국발 동남아항로 운임도 강세를 띠면서 한국발 수출 운임도 동반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시황이 회복하면서 선사들은 다시 항로 개설에 관심을 보였다. 고려해운은 올해 7월 남성해운, 싱가포르 PIL, 일본 ONE이 공동운항하는 한국·중국-동남아(KCS) 서비스에 합류했고 천경해운과 팬오션은 1000TEU급 컨테이너선을 투입해 인천과 베트남, 남중국을 잇는 한국·중국·하이퐁(KCH) 서비스를 8월 말 개설했다.
남성해운은 싱가포르 벵갈타이거라인(BTL),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와 손잡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거쳐 인도 동안을 연결하는 컨테이너선항로 SVX를 10월 말 취항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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