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 해 유럽항로는 홍해발 사태 장기화로 선사들의 희망봉 우회가 계속된 데다 주요 항만에서 발생한 파업으로 물류 적체가 극심했다. 특히 선사들의 희망봉 우회로 운항 일수가 늘어나고 선복이 부족해지면서 운임이 단기간에 급등했다.
지난해 연말 급등했던 운임 상승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상하이-북유럽행 평균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140달러를 기록, 1년 전의 882달러에서 3.6배(256)% 급등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지중해 평균 운임은 3799달러로, 1년 전의 1543달러에서 2.5배(146%) 상승했다.
한국발 운임도 급등했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2024년 평균 부산발 북유럽과 지중해행 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5259달러 5419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2023년 연간 평균인 1414달러 2294달러에서 3.7배(272%) 2.4배(136%) 올랐다.
올해 상반기 선사들의 희망봉 우회로 급격히 늘어난 운송 시간은 기업들의 납기 지연으로 이어졌다. 벨기에 볼보 공장과 스페인 미쉐린 공장에선 원자재 공급 지연을 이유로 가동을 멈췄다. 독일 테슬라 공장도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조업을 일시 중단했다.
선복난이 심화하자 HMM은 유럽항로에 임시선박 4척을 증편하며 우리 수출기업을 지원했다. 1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 북유럽에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1척, 지중해에 4000~60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을 각각 투입했다.
2월 초 중국 춘절을 앞두고 선복 부족 문제가 심화할 것으로 예측한 선사들은 임시결항 규모를 예년에 비해 축소했다. 선사 관계자는 “크게 늘어난 운송 시간을 고려한 조기 선적이 진행되고 있어 화물 적재율(소석률)이 전년에 비해 크게 올라간 상태”라며 “임시결항 규모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분기에도 선복을 확보하기 위한 화주들의 문의가 잇따르면서 운임이 크게 올랐다.
하반기는 항만 파업까지 발생하면서 물류 적체가 심화됐다. 독일 주요 항만인 함부르크항, 브레멘 등에선 1만2000명의 인력이 항만연합과의 임금 협상 불발을 이유로 최대 48시간 동안 작업을 중단하면서 물류 차질이 발생했다. 이탈리아에서도 항만 노동자들이 근로 조건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실시했다. 선사 관계자는 “선박의 희망봉 경유로 선사들의 정시운항률이 회복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까지 발생하면서 물류 혼잡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물류 적체가 지속되자 선사들은 기항지 조정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로 구성된 컨테이너선 제휴그룹(얼라이언스) 2M은 8월 둘째 주부터 라이언(머스크 AE6)과 콘도르(머스크 AE7), 그리핀(머스크 AE55) 등의 기항지를 개편했다.
물동량은 증가세를 보였다. 영국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에 따르면 2024년 1~9월 아시아 16개국발 유럽 53개국행(수출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6.8% 늘어난 1339만2000TEU로 집계됐다. 월간 물동량 실적은 9월에만 마이너스를 보였다. 중국은 9.8% 늘어난 1036만6000TEU, 동남아시아는 4.3% 늘어난 176만9000TEU를 기록했다. 다만,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등의 동북아시아는 9.9% 감소한 125만7000TEU에 머물렀다.
2024년 9월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0.3% 감소한 141만5000TEU에 그쳤다. 중국이 0.6% 늘어난 108만9000TEU, 동남아시아는 11.2% 증가한 19만7000TEU를 낸 반면, 동북아시아는 19% 줄어든 12만9000TEU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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