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동영해운의 컨테이너선이 일본 가나가와현 앞바다에서 파나마 선적의 일반화물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동영해운의 708TEU급 컨테이너선 < 페가서스프라임 >호가 일본 가나가와현 해상에서 파나마 선적의 1만7220t급 일반화물선 < 비글3> 호와 충돌한 것으로 이 사고로 < 비글3 >호는 침몰한 반면 < 페가서스프라임 >호의 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해상보안본부에 따르면 < 비글3 >호에 타고 있던 중국인 선원 20명 가운데 12명은 구조됐으나 8명은 실종됐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15일에는 부산 생도 남서방 3마일 해상에서 라이베리아 국적의 < 캡틴 밴젤리스 엘 >(Captain Vangelis L)호가 유류공급선인 < 그린플러스 >호로부터 해상에서 기름을 공급받던 중 밀어 닥친 높은 너울로 인해 두 선박이 접촉하면서 선체 좌현 수면상 8m 지점의 연료탱크가 파공돼 해상으로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한 달이 멀다하고 들려오는 선박 사고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해양경찰은 ‘해양사고 30% 줄이기와 해양재난 대응체계 고도화’에 관한 계획을 세우고 정책 실천을 펼친다고 밝히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렇게 야심차게 출발한 계획이 불과 한 달도 채 못가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해 특단의 대책을 무색케 했다.
또 해양수산부는 작년부터 전방위적으로 추진한 해양사고 줄이기 운동을 꾸준히 펼쳐 나름 큰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2010년 해양사고로 176명의 사망·실종자 수가 발생했던 것에서 꾸준히 감소해 작년에 발생한 해양사고는 639건이며 이로 인한 사망·실종자 수는 97명으로 집계돼 무려 55%가 줄어든 수치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낸 ‘해양사고 줄이기 운동‘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 대형사고는 왜 빈번하게 발생할까? 부산항은 우리나라 최대의 무역항으로 연간 출입항 하는 선박은 3만여척에 이르기에 항상 분주한 곳이다.
특히 부산항은 컨테이너 전용 부두로 이곳을 이용하는 선박은 거의 대형 선박이 주를 이루기에 자칫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선박 대형화로 사고 위험 높아져
또 선박은 브레이크가 없기에 항해상 위험물이 보여도 육상의 자동차처럼 쉽게 멈추거나 회피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선박은 항상 행해상 위험물을 사전에 인지하고 상대 선박의 움직임(항로, 속력)에 촉각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꾸준히 지속된 고유가와 선박 비용 절감의 측면에서 시작된 선박의 대형화는 갈수록 급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대형선박의 선회 반경은 매우 커 통상 5천TEU급 컨테이너선의 회전반경은 거의 1000m에 달해 항해상 위험물을 마주친다고 해도 쉽게 피할 수도 없다.
또 화물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관성력이 커져 선박 엔진을 끄고 멈추려고 해도 수 km를 전진한 다음에야 겨우 멈출 수 있기에 이런 대형선박들을 움직이는 데는 좀더 세심한 주의와 숙련된 항해사가 요구된다.
기자 역시 지난 시절 오랜 기간에 걸쳐 선박을 운항해 왔기에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나는 대형 해상사고 소식에 맘이 편하지만은 않다. 당시 5년에 걸친 승선 기간 중 큰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운 좋게 면할 수 있었다.
가끔씩 선박명명식 취재차 조선소를 방문해 접하게 되는 최신 선박들은 예전의 소형선박에 비해 항해 장비나 관제 시스템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최첨단 장비로 이뤄져 있기에 많은 부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처럼 최신의 항해 장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결국은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기술 부족과 안전불감증에 기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지난해 인천경찰서는 ‘대형선박 사고 예방 선사 지원 간담회’를 열고 선박사고 사례와 원인을 분석한 적이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화물선 등 대형선박사고는 240척이 발생했고 이중 당직근무 소홀 등에 의한 충돌사고가 114척으로 전체사고의 48%를 차지하는 등 인적요인에 의한 사고가 83%를 차지하고 있어 선원들의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해경에서 제안한 사고예방법은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즉 해운선사들도 해양사고 예방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항법 준수, 선원 교육 강화, 조타실 졸음 방지 시스템 도입 등 안전관리 체계 강화를 주문한 것이었다.
또 선박의 특성상 한 달 이상 항해를 하는 경우가 많기에 기관고장으로 발생하는 사고도 매우 많다. 따라서 선사 관계자는 주기적인 선박 정비를 통해 항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만전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갈수록 대형화 돼가는 선박의 추세에 따라 발생하는 해양사고도 그에 비례해 엄청난 피해를 수반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선사의 노력과 정부 각 기관과의 해양사고 줄이기 캠페인에 힘입어 해양사고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이렇게 감소하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한 번 발생하면 대형 피해가 뒤따르는 사고 소식에 국민들은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이제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나른한 봄이 찾아오는 시기이다. 또 5월 농무기와 여름의 태풍을 앞두고 있기에 해상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무엇보다도 선박을 직접 운항하는 선원들의 안전의식 고취와 항로 및 속력 준수 등 인적 요인의 쇄신이 요구된다. < 부산=김진우 기자 jwkim@ksg.co.kr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