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지수 개발을 놓고 한국과 중국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해운산업의 중심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주도권 싸움은 불가피한 상태다.
해상운임은 화물을 운송하는 뱃삯이다. 운임지수는 어느 한 시점을 기준으로 그 뱃삯을 일정 비율의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해상운임지수는 △해운거래 단초 제공 △위험 회피(헤징·hedging) △투자금융시장 형성 등에 필수요소다. 때문에 시황정보의 '총아'로 일컬어지며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BDI'(Baltic Dry Index)와 'HRCI(Howe Robinson Container Freight Index)'가 있다. 이들 지수는 모두 해운 산업이 일찍부터 발달한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철광석·석탄 등을 운반하는 뱃삯을 알 수 있는 벌크운임지수 BDI는 영국 발틱해운거래소가 1985년 1월 1일 100을 기준점으로 전 세계 20여개 항로의 벌크선 운임과 용선시황을 지수화했다.
컨테이너선 용선료를 알려주는 HRCI는 영국 해운중개업체 호베 로빈슨이 1997년 1월 15일 12개 선형별 컨테이너용선료를 1000을 기준으로 지수화해 발표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하이해운거래소가 중국수입벌크운임지수인 CDFI(China Dry Freight Index)와 중국수입원유운임지수인 CTFI(China Tanker Freight Index)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상하이해운거래소가 중국과 브라질, 호주, 중동 등의 주요 벌크 및 유조선 선적항로를 대상으로 운임을 지수화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 측은 "자국시장을 겨냥한 좁은 의미의 운임지수 개발"이라고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물동량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으로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상하이해운거래소의 행보에 글로벌 해운업계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상하이해운거래소가 세계 최대의 벌크화물 소비국인 자국시장에 제공하기 위한 해상운임지수를 개발하고 나선 것은 267년 역사를 가진 BDI에 선전포고를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 상하이해운거래소는 지난 1998년 상하이발컨테이너운임지수인 SCFI(Shanghai Container Freight Index)를 발표했다. 이어 2011년에는 중국연해석탄운임지수 CBCFI(China Bulk Freight Index)를 개발했다.
한국도 지난해부터 동북아시아 해운 시장에 초점을 맞춘 운임지수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 해운산업의 새로운 중심지인 아시아 시장의 맹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중심은 해운거래정보센터(MEIC)다. 해운거래정보센터는 지난해 8월 부산시와 부산발전연구원, 해운중개업협회, 세계 최대 선박 브로커 SSY 등이 설립한 기관이다. 아시아권 해상운임지수 및 해양파생상품 개발, 아시아 해운거래 정보 집적화 등이 설립 목적이다.
현재 해운거래정보센터는 벌크운임지수 'MEIC지수' 개발을 완료하고 지난 9월부터 시범운용하고 있다. 이 지수는 부산항을 포함해 중국, 일본 등 동북아 해상운임 현황과 전망을 제공하고 있다.
테스트 단계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중국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의 전문가들을 영입해 한국발 벌크선 해상운임지수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동일한 항로를 두고 해운거래정보센터와 상하이해운거래소가 각각의 운임지수를 발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양측의 경쟁이 불가피한 이유다.
양국이 경쟁적으로 독자적인 해상운임지수를 개발하려는 것은 기존 운임지수가 아시아 지역의 시황정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무관치 않다.
해운거래정보센터 염정호 센터장은 "전체 해상물동량의 50% 이상이 거래되는 등 아시아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새로운 운임지수 개발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기존 유럽형 운임지수에 의존해서 시황을 예측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독자적인 해상운임지수 개발을 통해 아시아 해운 산업의 패권을 잡으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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