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해운시장은 호재보다는 악재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우리나라 해운회사들은 단기 유동성이 위험 수준에 육박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김학소)은 28일(목) 오후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제8차 2012년 해운시황과 이슈 세미나를 개최하고, 현재 우리나라 해운업계가 직면한 주요 현안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기선 부문과 부정기선 부문 해운 시황과 해운업계 주요 이슈가 다뤄졌다.
컨테이너선 시황 하반기 조정 예상
2012년 컨테이너선 시황은 연초 이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지수(CCFI)는 5월18일 사상 최대치 1335.9를 기록했다. 이로써 2004년 10월 과거 최고치 1255를 넘어섰다. 금년 6월까지 미서안 항로 CCFI는 지난해 말 저점 대비 26%, 미동안 항로는 23% 상승한 반면, 유럽항로는 무려 117%나 상승했다. 이 같이 올 상반기 원양항로 운임 호조세는 유럽항로 운임이 주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개시된 머스크의 데일리 서비스의 등장과 불황 타개를 위한 G6 등 전략적 협력체 구축과 서비스 축소가 이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6월 들어 유럽항로 운임 인상계획이 연기되면서 다소 조정 국면이다. 최근 운임 변동은 수요의 문제보다는 초대형선 투입에 따른 원가하락과 서비스 축소, 계선량 증가 등 선사들의 인위적인 공급 조절 노력에 기인한다.
2012년 컨테이너 해상물동량은 전년 대비 7.3% 증가한 1억 6200만TEU로 전망된다. 전년 증가율 7.9%에 비해 다소 둔화가 예상된다. IMF가 2012년 세계경제성장률을 지난해 3.9%보다 낮은 3.5%로 예상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2013년 세계경제성장률은 4.1%로 다소 회복이 예상된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산업생산증가율도 9%대로 떨어져 부담이다. 2012년 컨테이너 선박량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1,647만 TEU로 물동량 증가율(7.3%)에 비해 소폭 높을 전망이다. 초대형선은 지난해 118척에서 금년 173척, 2013년 223척으로 꾸준히 늘 전망이다. 또한 연초 기준 150만 TEU(전선대 9.7%)의 대량 선박이 계선되었다가 4월 기준 72만 TEU(전선대 4.6%)로 줄어든 상황이다. 문제는 7월 들어 선사들이 서비스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어 계선량이 크게 줄고, 다시 공급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따라서 하반기는 현 수준에 비해 운임시장의 조정이 예상된다.
KMI에 따르면, 하반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급등에 따른 영향으로 금년 CCFI는 전년(990.7) 대비 12~16% 상승이 예상된다. 그러나 2013년에는 올해보다 다소 조정이 전망되며, CCFI 기준 금년 대비 약 3~10%의 조정이 전망된다. 컨테이너선사들은 벙커가 급등에 따른 비용부담 완화와 전략적 협력을 어떻게 이끌어 내는가가 중요한 한편, 2013년까지 컨테이너선 시장의 중요 전환기로 인식, 선대구조 합리화와 선박금융능력을 키워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벌크선 지수 하반기 1070~1270 예상
2012년 건화물선 시황은 BDI가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2월5일 1999년 BDI가 발표된 이후 역사상 최저치인 647를 기록했고, 6월 현재 연평균 BDI가 940에 그치고 있다. 특히 대형선이 소형선에 비해 운임이 낮은 역전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볼틱해운거래소 일일 평균운임은 케이프 3486달러, 파나막스 8699달러, 수프라막스 1만1980달러, 핸디사이즈 1만11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시황부진은 2008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신조선 인도로 선박공급압박이 누적적으로 작용한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012년 1월 초 각 선형별 선대 증가율을 보면, 2008년 같은 기간 대비 케이프 89%, 파나막스 43%, 수프라막스 65%, 핸디사이즈 12%가 증가하여, 수프라막스 이상 선형의 공급압박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2012년 1월 한 달 동안 케이프는 사상 3 번째로 많은 509만 DWT가 추가로 인도되고, 파나막스 이하 선형은 사상 최대의 신조선이 인도되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한편, 브라질 Vale사의 40만 DWT급 차이나막스 선박이 올해 1월 말 중국항만 입항이 금지된 것이 언제 풀리느냐에 따라 최악의 시황을 보이고 있는 케이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물동량 측면에서는 연초에 남반구의 사이클론 및 홍수피해로 시황에 부정적인 효과가 있었으나, 추세적으로는 중요화물인 철광석, 석탄, 곡물 등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철광석 수입이 주택 및 인프라 건설, 서부대개발 등으로 올해 7억 톤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신흥국의 원자재 수요는 견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KMI는 올해 하반기 BDI는 1070~127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평균 940를 감안하면 2012년 연평균 BDI는 1000p~1100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BDI 수준은 올해보다 다소 높은 1150~1400이 예상된다. 이 같은 전망은 현재 시황이 최악의 수준이라는 판단에서 물동량 수요가 4% 정도 증가하고, 인도예정량의 70%가 실제로 인도된다는 점을 기본 전제로 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진해운 정부영 마켓리서치파트장과 STX팬오션 윤석홍 리서치팀장도 KMI와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정부영 파트장은 "하반기 해운시장은 물량면에서 유로존의 위기로 인해 증가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 유럽은 1% 또는 마이너스, 미주는 4% 성장을 예상한다"며 "하지만 공급조절이 예상돼 하반기에도 2분기의 수익 환경이 이어지는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 세계 컨테이너선이 1년 만에 1500만TEU에서 1600만TEU로 늘어났음에도 유럽항로와 태평양항로는 선복량이 줄어 들면서 시황 회복으로 이어졌다고 풀이했다. 캐스케이딩(선박 전환배치) 전략으로 늘어난 선박량이 아시아나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 시장으로 흡수한 데다 머스크라인 MSC, CMA CGM 등 빅3 선사들이 감속운항 전략 등으로 공급량을 조절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윤성홍 팀장은 "본격적인 시황 회복까진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신조선 인도 연기가 증가하고 있고 선박해체량이 2300만t에서 3천만t으로 늘어나면서 선복과잉이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저시황으로 신조발주가 줄어들어 선복공급이 과거 6%대에서 올 하반기 4%로 떨어진 뒤 내년엔 2%까지 둔화되며 시황이 턴어라운드로 전환하는 기초를 다질 것으로 전망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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