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는 6월 들어 전달에 비해 물동량이 살아나며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사들은 선적상한선(실링)을 높여 잡았음에도 선복은 무난히 채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은 6~7월 선적상한선을 98%로 정했다. 4~5월의 95%보다 높아졌고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8%에 비해선 낮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실링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복구물자 러시를 반영한 것이다. 올해는 대지진 특수 등의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실링은 매우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6월은 5월보다 물동량이 강세를 띠고 있어 고무적이다”며 “수출의 경우 주력화물인 유화제품(레진)이나 잡화 등이 많이 나가고 있으며 원부자재 등의 수입화물도 전달에 비해 늘어났다”고 말했다.
물동량 강세로 운임은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을 이어갔다. 부산과 일본 주요항을 연결하는 해상항로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수출 230~250달러, 수입 120~150달러 수준이다. 특히 수입항로 운임은 최근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물동량은 오히려 강세를 띠며 약세 국면에서 벗어났다. 선사들은 전통적으로 한일항로 물동량이 6월 이후 상승해온 점을 들어 향후 시장 분위기는 계속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일항로의 실링을 수출과 수입 노선으로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선사들 사이에서 계속 회자되고 있다. 지난 15~16일 열린 선주협회 연찬회에서도 실링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한편 최근 원양선사들의 한일항로 진출은 국적선사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지난달 중국 선사 코스코는 자회사인 코흥라인을 통해 한일항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해 해운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코흥라인은 14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배선해 부산-남중국-요코하마-도쿄-나고야-모지-부산을 번갈아 취항할 예정이었다. 수입항로이긴 하지만 중국선사인 코스코가 한일항로에 첫 진출하는 것이었다.
앞서 머스크라인의 아시아역내항로 자회사인 MCC트랜스포트가 4월 이후 동남아 펜듈럼노선에서 부산과 일본 게이힌(도쿄·요코하마) 및 한신(고베·오사카) 지역을 취항함으로써 한일 수출항로를 늘렸다.
코흥라인의 한일항로 취항 소식이 들리자 국적선사들이 반발했다. 관련 단체인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중국선사들은 한일항로 취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중 양국은 한일항로와 중일항로에서 상대국 선사들의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
만약 진출을 추진할 경우 민간협의체에 가입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일종의 캐버타지(근해항로 운항권) 룰인 셈이다. 코흥라인은 관련 사실을 파악한 뒤 항로 개설을 늦춘 채 KNFC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기존 회원사들과 접촉하며 협의회 가입 승인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선사로선 SITC가 유일하게 KNFC에 가입 중이다.
코흥뿐 아니라 다른 중국선사들도 한일항로 진출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져 국적선사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선사들은 중일항로 시황이 썩 밝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을 묶는 한중일 펜듈럼 노선 개설로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복안인 것으로 보인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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