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불황에 해운사 대출받기 너무 힘들어
자금조달 무조건 희소식...중소선사 ‘막막’
STX팬오션 이사회는 지난 7일 25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결의했다. 만기이자율 5.0%를 보증하고, 6980원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조건이다.
BW 발행은 통상 악재로 통한다. 조달한 자금이 부채로 잡히기 때문.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BW 발행으로 주가가 6% 희석됐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9000원에서 8400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 반응은 의외였다. 7일 4.32% 올랐던 주가는 8일 12.69%나 급등했고, 다음날 다시 1.35% 상승했다.
이와 관련 한 증권가 관계자는 "당분간 돈 걱정이 없다는데 주주들이 환호한 것"이라며 "빚을 진 것이지만, 빚이라도 질 수 있는 게 어디냐는 해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는 해운업의 요즘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 유럽 실물경제 악화로 벌크운임지수(BDI)는 연초 1700선에서 최근 600~700대까지 추락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권은 신규 대출은커녕 기존에 빌려줬던 자금을 조기 상환하라고 압박한다. 담보로 잡힌 선박의 가치를 대폭 떨어뜨리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중소형 해운사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적자 운항이 고착화되면서 주력 업무는 돈 끌어오는 일이 된지 오래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직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통을 영입하는 일에 착수한 곳들도 있다"며 "대출만 받아오면 구세주, 능력자가 된다"고 소개했다.
다행히 정부, 금융권은 "불황이라고 독촉만 하면 해운업이 공멸한다"는 해운업계의 읍소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에 전방위적으로 지원책 마련에 착수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선박을 매입해줬고, 수출입은행에서는 선박 발주단계부터 선주를 대상으로 대출의향서를 발급하는 등 조선·해운업 살리기에 적극적이다.
다만 지원책의 대부분이 대형 해운사에만 쏠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한진해운, 현대상선은 신규선 구매시 어렵지 않게 선박펀드로 자금을 충당하지만, 중소형선사들은 이 전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지난 2009년 한 중소형 해운사의 사장이 선박펀드 자금을 횡령한 뒤 기피 현상이 심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중소형 해운사들은 시장 악화에 어떻게 살림을 꾸려나갈 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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