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희망찬 새해가 밝았지만 호주항로는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침체된 이후 지금까지 개선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호주항로 선사들이 1월에도 역시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긴긴 정체기가 이대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협의협정(AADA)에 따르면 현재 호주항로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600~800달러대의 저조한 수준으로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선복과잉이 심화돼 소석률이 평균 60~70%에 밖에 미치지 못했을 뿐더러 소위 ‘잘 나가는’ 대형 선사조차 소석률이 50%도 안 되기도 했으니 상황이 안 좋은 건 ‘뻔할 뻔 자’다. 소석률이 이 모양인데 운임이 오를 리 만무하다는 것.
다만 이달 1일부로 실시했던 기본운임인상(GRI)은 완전한 실패를 맛보진 않았다. TEU당 5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천달러의 GRI가 지켜지리라는 건 애초부터 ‘무리수’였지만 운임을 한껏 끌어올리고자 하는 이와 같은 노력으로 기존 운임을 유지하거나 평균 50달러씩 GRI가 지켜진 선사도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운임은커녕 14일부로 시행했던 650달러의 유류할증료(BAF)의 비용보전조차 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에도 내내 호주항로 운임 인상의 발목을 잡았던 제지의 운임이 바로 그 주범이다.
동남아항로의 운임 수준보다 못한 경우도 있다고 하니 운임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미국의 이란 제재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어 BAF가 또 오르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지 않아도 AADA 측은 한 달도 채 지나기 전 두 번이나 BAF를 인상한 바 있는데 유류비가 내리기는커녕 오를 요인만 자꾸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AADA는 12월부터 비수기 운항 프로그램을 시행, 선사 간 블랭크 세일링을 통해 한 주에 4천TEU 이상씩 선복을 빼기로 계획했었다. 하지만 목표했던 바와는 달리 4천TEU까지 선복을 빼지는 못했다. 선복 조정을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1월 1~4주차에는 블랭크 세일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AADA 측의 설명이다.
결국 지금까지는 한 주에 3천TEU 가량씩밖에 선복을 빼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한 선사 관계자는 “4천TEU씩 빼기로 한 것도 지켜지지 않은 마당에 이런 말을 하면 다소 맥 빠지겠지만 현재 비수기 선복 조정 프로그램의 강도가 너무 약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4천TEU는 쉽게 말해 ‘간의 기별도 안 간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수준에서 2천TEU 씩은 더 빼야 운임 회복이 원활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ADA는 1월 5주차부터 본격적인 선복 감축에 돌입한다. 한국과 중국을 합해 총 102척의 선박을 돌아가며 빼 2월 말까지는 8천~8400TEU 씩 선복을 빼 운임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AADA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2월은 연중 가장 물동량이 적은 달이기도 하고 중국의 구정 연휴 이후에는 전체 물동량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져 이 같은 강도 높은 선복 감축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시기(구정 이후)에는 매년 그랬듯 드라이도크를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호주항로 물동량은 20%에 가까운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AADA에 따르면 2011년 한국발 호주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약 7만7천TEU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 6만5천TEU에 비해 17.2%나 물동량이 늘어난 것이다.
12월 한 달만 두고 봤을 때에도 2011년과 2010년 각 6천TEU, 4800TEU를 기록하며 1년 새 22.8%의 증가세를 보였다. 여타 아시아 국가들이 거의 미미한 물동량 증가를 보이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만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인 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이에 대해 선사 관계자는 “뭐니 뭐니 해도 CKD 물동량 증가가 호주항로 전체의 물동량 성장을 견인했다고 볼 수 있다”며 “올해에도 역시 CKD 물량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호주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 자연스레 호주 항로 시황에도 간접적이나마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본다면 호주 항로의 향후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지난해 유럽·미국의 경제 위기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만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철광석 수요는 건제해 호주의 광산업체들은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이를 두고 ‘제2의 광산개발 붐’이 라고까지 일컬을 정도다. 이에 더해 호주달러의 가치가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호주달러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소식들은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호주 항로 취항 선사들에게도 반가운 이야기일 것이다. < 김보람 기자 br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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