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건화물선 시장의 침체가 심상찮다. 건화물선운임지수(BDI)가 한 달 새 800포인트 하락했으며 대형선박 용선료는 70% 이상 곤두박질쳤다. 세계 벌크선시장의 동력 역할을 하는 중국의 수요 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19일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18일치 BDI는 926을 기록했다. 전날 974로 지난 2009년 1월26일 995 이후 3년 만에 1천포인트대가 무너진 뒤 하락세를 이어갔다.
BDI 하락은 대형선박인 케이프사이즈 선박 시장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17만t급 안팎의 케이프사이즈선 일일 평균용선료는 지난해 12월23일 2만7512달러에서 이달 18일 현재 7103달러로 74.2% 하락했다. 한 달 만에 운임이 무려 2만달러 이상 급락했다. 중국이 철광석 수입을 재고량 상승을 이유로 줄이면서 이 화물을 주력으로 실어 나르는 케이프 선박의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지난해 연말 중국 주요 30개항의 철광석 재고량은 9680만t을 기록했다. 작년 초 7000만t대 중반에서 1년 새 2000만t이 증가했다. 중국 바이어들은 지난해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자 원료확보를 늘렸으며, 5월 말 이후 중국내 철광석 재고량은 9000만t을 넘어섰다. 철광석 재고량이 급증하자 중국 철강기업들은 새해 들어 원료 확보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철광석 산지의 홍수도 시장 부진에 한 원인이 됐다. 철광석 광산이 밀집해 있는 브라질 남부에 지난해 12월 홍수피해가 발생했다.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기업인 발레사는 이달 11일 불가항력을 선언, 호우에 따른 철광석의 선적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철광석 200만t분의 출하가 중단될 것으로 전망됐다.
호주 서부에서도 이달 중순 사이클론이 철광석 출하항인 헤들랜드항을 강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선 시장은 케이프 시장에 비해 하락세가 심하지 않다. 하락세를 덜 탄 덕에 선박이 작을수록 용선료가 높은 시장왜곡 현상도 재현되고 있다. 18일 현재 7만t급 안팎의 파나막스선 일일 평균 용선료는 8807달러, 5만t급 안팎의 수프라막스선 용선료는 9330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의 1만3139달러 1만2296달러에 견줘 파나막스는 33% 수프라막스는 24.1% 하락했다. 3만t급 이하의 핸디사이즈선 용선료도 8319달러에서 7405달러로 11% 하락하는데 그쳤다.
중소형선 시장이 대형선에 비해 견고한 이유는 수송화물의 차이 때문이다. 케이프사이즈나 파나막스 등의 중대형 선박이 철광석이나 석탄 등 산업 원부자재 수송에 주로 쓰이는 반면 수프라막스 이하 중소형선은 곡물 수송에 이용돼 시황 부침이 적다.
시장에선 선박공급 과잉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들어 현재의 시황 부진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신조선 인도가 정점을 이루는 시기가 늦춰졌다. 2010년에 선박인도가 정점을 이뤄야 했지만 선사들이 인도시기를 연기하면서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며 "그 결과 해운시황의 턴어라운드(반등)도 늦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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