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동북아항만들의 물동량은 높은 성장을 보였다. 부산항이 1500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해 2천만TEU 시대를 앞두고 있고 지난 10월까지 상하이항은 2641만 TEU, 닝보항은 1240만 TEU의 컨테이너 물량을 처리하며 전년대비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였다.
동북아항만들이 처리한 물동량이 증가하게 되자 항만들 간에는 경쟁뿐 아니라 상호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는 수도권 항만의 협력과 경쟁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수도권 항만 간 협력과 소통을 통한 시너지효과 창출 및 효과적인 정책방안과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인천항· 평택항 차별화 통해 협력해야
이 날 인천발전연구원의 유주영 박사는 인천항과 평택항의 경쟁과 협력관계에 대해 발표하며 두 항만의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두 항만을 우선 비교해 보면 항만시설에 있어 인천항은 컨테이너부두 7선석을 포함해 총 90선석을 확보하고 있다. 평택·당진항은 컨테이너부두 4선석에 총 30선석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 2013년까지 인천항은 컨테이너 6선석을 확충하고, 평택항은 컨테이너부두 5선석, 자동차 1선석을 포함한 총 23선석을 확충할 계획이다. 배후물류단지는 인천항이 4부두 배후부지에 아암물류1단지 총 132만6천m2를 운영하고 있으며, 평택·당진항은 142만9천m2의 규모를 갖고 있다.
두 항만을 기항하는 선사로 비교해보면 인천항이 일본과 동남아를 기항하는 선사들에 강세를 보이며, 수적으로 우세하다. 반면, 평택·당진항은 최근 자동차 처리물량이 100만대를 넘어서는 등 자동차 전용선사의 기항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항만 비용 면에서는 인천항 내항에 기항하는 컨테이너선박 1척의 항만비용보다 평택항의 항만비용이 저렴했다.
유 박사는 “2만t급 컨테이너선을 기준으로 접안료, 입출항 도선료 등을 포함한 인천내항의 총 항만비용은 1558만2685원으로 이를 100%로 봤을 때 평택당진항의 항만비용은 953만6292원으로 인천항의 61% 수준”이라고 밝혔다.
일반 화물선에서는 두 항의 항만비용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배후단지의 창고 임대료에서 차이가 났다. 인천항은 약1만8천원의 연간임대료를 받고 있으며 평택·당진항은 8400원을 받고 있다.
인천항과 평택항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처리한 물동량은 각각 3.7%, 14.7%로 이중 컨테이너의 처리 물동량은 8.4%, 14.5%가 증가해 두 항만의 경쟁관계가 가시화되고 있다.
두 항의 물동량 차이를 비교해보면 인천항은 컨테이너 화물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반화물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평택·당진항은 자동차 부두 등의 신규 터미널 개장에 따라 컨테이너 화물대비 일반화물의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유 박사는 인천항과 평택항이 광산물, 화학공업제품에는 강한 경쟁관계에 있으나 기계류, 플라스틱고무 및 가죽제품에 강한 보완관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서남아시아지역과 유럽, 남미, 대양주 지역에서는 두 항 중 한곳이 늘면 한곳이 줄어드는 식의 경쟁관계를 보이지만 일본 중동 북미 중미지역 등에서는 보완관계에 있다.
유 박사는 경쟁 및 협력의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차별화 고급화를 통한 경쟁방안과 물류효율화의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인천항의 경우 고가화물을 처리하고 있어 카페리화물, 컨테이너화물을 통한 차별화, 고급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항 및 아암 물류단지 배후부지의 조속한 활성화를 통해 화주유치에 나서야하고 신항의 조속한 개발을 통한 항로의 다양화 및 원양항로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
평택항과 인천항이 함께 협력하는 방안으로는 물류효율화 및 비용절감을 위한 협력을 들었다. 항만 간의 수송효율화를 위해 공컨테이너 운송차량의 감소방안에 대해 협력하고 중앙정부에 인프라 정비와 재정지원 등의 공동대응전략에 있어 협력할 수 있다. 예로 한-중항로 개방에 대한 수도권 화주의 물류비 절감을 위해 두 항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유 박사는 “항만공사간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배후지 접근성을 개선하고 공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국내적으로는 부산과 광양항에 대응하고 북중국 항만에 대응해 특정지역 특정 화물에 대한 공동비즈니스 개발과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후단지 특성 살려 투자유치 해야 ‘질적 성장’
이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성우 박사는 ‘수도권 항만배후단지의 클러스터 구축방안’을 발표하며 인천항과 평택항의 발전 방향을 설명했다.
이 실장은 “물류, 항만, 산업단지로 구분됐던 배후단지의 기능이 모두 통합되고 있다”며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배후단지의 공간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수도권에서의 인천항과 평택항의 질적 성장을 위해 두 항만의 배후단지를 통한 상호협력으로 항만 클러스터를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항만클러스터 구축을 위해선 배후단지에 기업이 자연스럽게 진입하고 퇴출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을 위한 특화된 콘텐츠를 만들고 특화된 항만에 맞는 기업군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천항은 전자기기 반도체 등의 글로벌배송센터와 고급식품가공센터를 유치한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배후단지를 통해 일본과 중국의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고급식품 물량이 수출될 수 있다. 현재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는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유치를 준비 중이다.
평택?당진항은 자동차와 관계된 투자유치를 할 경우 질적 성장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동차 이 가공물류거점과 선박, 비행기, 자동차 등의 부품을 다시 재제조하는 기업을 유치를 통해 배후단지를 활성화 할 수 있다. 중고자동차의 물량도 연계해 수도권 인근에서 생산되는 수출입자동차의 CKD(반조립)제품을 유치한다면 그 성과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항만배후단지에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항만배후단지 입주기업이 비숙련 외국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업종추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 현재는 냉동 창고에만 외국 인력을 채용할 수 있고 일반창고에도 고용할 수 없어 배후단지내 현장에서는 인력부족문제의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평택시 항만지원사업소의 변백운 소장은 “최근 평택항의 부두운영사간 통합을 추진하는 것도 갈등이 심한데 하물며 항만을 통합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통합 타깃을 정해놓고 두 항만이 협력하는 방안으로 가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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