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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노인식 사장(왼쪽)과 에버그린 장룽파 회장(오른쪽)이 계약을 체결한 뒤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
삼성중공업과 에버그린이 또 다시 손을 맞잡았다.
삼성중공업이 27일 대만 에버그린사로부터 8,0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10억3천만달러에 추가 수주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초 같은 크기의 컨테이너선 10척을 이미 수주한 바 있어 두 회사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
대만 에버그린사 본사에서 삼성중공업 노인식 사장과 에버그린社 장룽파(張榮發)회장이 직접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한 선주로부터 한 해에 20척의 선박을 대량으로 수주한 것은 창립 36년 이래 최초”라고 밝혔다.
지난 16년간 일본과의 거래만을 유지했던 에버그린사가 연이어 삼성에 발주한 것은 삼성중공업 컨테이너선이 선박수명 기간 동안 연료 3만t, 탄소배출량 8만t을 절감할 수 있는 고효율 친환경 선박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에버그린은 자사의 경영전략을 국제해사기구의 오염물질 규제기준 강화에 대비해 친환경 선박을 미리 확보하는 것에 맞추고 있다. 유럽 및 미국기업으로부터 화물수송 계약을 따 내는데 유리할 뿐 아니라 글로벌 해운사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단 한 척도 없었던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의 러쉬가 이뤄지는 것은 세계적인 물동량 증가 및 운임료 회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중공업 측은 에버그린의 대량발주 외에도 최근 싱가폴 NOL사가 12척을 발주한 바 있고 덴마크의 AP몰러 머스크사와 1만6천TEU급 컨테이너선 10척에 대한 입찰을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전용인 길이 420m, 폭 70m 규모의 플로팅 도크 4호기를 제작해, 연 7척의 1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을 추가로 건조할 수 있게 됐다.
삼성중공업 노인식 사장은 "최근 AP몰러 머스크, MSC, CMA CGM 등 글로벌 해운社들이 금융위기의 직격탄에서 벗어남에 따라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시장이 되살아 나고 있다.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운항효율도 높은 친환경 선박으로 승부하겠다"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계약으로 올해 총 70척, 71억 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으며, 연간 목표인 80억 달러의 89%를 확보했다.
한편 STX와 대만 CSBC가 벌이고 있던 8,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 신조협상은 여전히 오리무중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조심스럽게 이번 삼성중공업 수주건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STX관계자는 “이번 계약과 지난 STX의 협상과의 연관성은 알 수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이로 미뤄보아 여전히 자세히 밝혀진 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에버그린 장룽파(張榮發) 회장이 지난 4월 1,700억대만달러(약 54억달러)를 투자해 선박 100척을 건조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신조협상에서 8,000TEU 선박 적정가를 8천만달러선으로 제시했던 가이드라인과 이번 삼성중공업 신조협상에서 나타난 발주가격이 큰 차이를 보여, 이에 따른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STX와 CSBC에게 제시했던 발주가격은 ‘20피트 컨테이너(TEU) 1개당 1만달러 정도선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컨테이너선의 친환경 기술을 높게 평가한 에버그린사가 장기 운용을 대비해 조금 더 고가의 발주가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번 신조 협상의 수주 가격에 대해 진단했다. 에버그린이 STX와 CSBC에게 저가 수주를 고집하던 당시 에버그린 측이 "여전히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조선소들과 접촉을 벌이고 있다"는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황태영 기자 tyhwa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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