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08-17 00:00

[ 개정작업중인 1936년 미해상화물운송법(USCOGSA 1936) ]

한신대학교 무역학과 임 석 민 교수

흔히 USCOGSA로 약칭되는 1936년 미해상화물운송법이 조만간에 개정될 것
같다. 수년에 걸쳐 해상법 전문변호사 및 운송전문가들이 개정안을 마련하
여, 상원 육상 및 해상운송 소위원회의 공청회를 거쳐 의회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무역대국임을 감안할 때, 개정안이 입법
화되면 화주, 선사, 기타 해운종사자의 이해관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초래
할 것이다. 한국의 선사, 화주, 포워더 등 관련업계에도 그 영향이 클 것
이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USCOGSA 1936은 그동안 많은 비평을 받아 왔다. 1936년 법은 컨테이너를 예
상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화주 및 선사를 혼란에 빠뜨렸었다. 다른 주요 통
상국들은 컨테이너화에 맞춰 채택한 1968년 비스비 규칙을 채용하여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 왔는데, 미국만은 그동안 오불관언의 태도를 견지해 왔던
것이다. 예컨대 1936년 법은 이른바 '삭구에서 삭구까지'(tackle to tackl
e), 즉 화물이 본선에 선적되어 양륙될 때까지만 적용된다. 반면에 1893년
하터법(Harter Act)은 선적전 및 양륙후에도 적용된다. 그리하여 복합운송
중 분쟁이 생기면, 미법원은 해상구간은 COGSA를 그리고 육상구간은 하터
법을 적용하는 등 다소 혼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2. 개정안의 주요 내용
1936년 미해상화물운송법에 대한 주요 개정안은 다음과 같다.
① 선사는 항해과실 및 본선의 관리과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즉,
만약 클레임 제기자가 선주의 항해과실 및 관리과실을 입증하면, 지금까지
(헤이그 및 비스비 규칙에서) 인정되어 왔던 항해과실 및 관리과실에 대한
면책이 인정되지 않는다.
② 포장당 책임한도를 비스비 규칙의 한도와 같은 멸손화물의 포장당 66
6.67SDR 또는 kg당 2SDR 가운데 많은 금액으로 한다. 현재의 환율로 환산
하면 1,000∼1,100달러선이 될 것이다.
③ B/L을 발행하는 계약운송인이 전구간에 대해 책임을 진다. '삭구에
서 삭구까지'를 삭제하고 '계약운송인이 화물을 인수하여 수하인에게 인
도할 때까지'로 법의 적용구간이 확장된다. 따라서 복합운송의 육상구간
에도 COGSA가 적용된다.
④ (예컨대 복합운송증권 발행인과 같은) 계약운송인 및 터미널업자, 하
역업자 및 육송업자 등 운송에 참여하는 하청업자에게도 법이 동일하게 적
용된다. 즉, B/L 또는 C/P의 약관에 이른바 '히말라야 약관'으로 약정해
오던 것을 아예 법규화한 것이다.
⑤ 운송중에 부당이로(=항로이탈 및 기타의 위험증가)가 있을 경우, 의도
적으로 또는 무모한 행위로 인해 멸손이 발생한 것이 아니면, 운송인은 면
책 및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지금까지는 법원이 엄격책임
을 물어 운송인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강했었다.
⑥ 미국내 재판금지약관 불허, 즉 운송계약(B/L)에 외국의 법원에서만
제소하게 한 외국법원선택 약관(foreign forum selection clause)을 무효로
한다.
⑦ 항해과실 및 관리과실에 대한 면책삭제를 제외하고, 비스비 규칙의
면책항목은 변함이 없다.
기본적으로 책임원칙은 과실책임주의이다. (이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적
절한 주의의무를 요하는 원칙으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원칙을 말한다).
⑧ 유통증권은 물론 (해상운송장과 같은) 비유통증권에도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사정에 따라 비유통증권의 당사자는 다른 책임조건에 합의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⑨ 1936년 법은 물론 비스비 규칙(=다른 여러나라의 해상법)도 갑판적 운
송에는 적용되지 않는데, 미국의 개정법은 갑판적 운송에도 적용될 예정이
다. 컨테이너 운송에 촛점을 맞춘 것이다.
⑩ '송하인 적입, 계수 및 계량' 즉, 이른바 부지약관(unknown clause)의
보호를 강화한다. 이 점에 대해 법원은 지금까지 꽤 까다롭게 대했었다.
거증책임을 운송인과 화주가 균등배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3. 개정안 마련 및 입법작업
개정작업은 변호사 및 법학자들이 그룹을 만들어 수년전부터 추진되어
왔을 것이다. 막상 개정안이 표면에 떠오른 것은 1995년 미해상법협회(MLA
; Maritime Law Association)에 상정된 때부터이다. 개정안이 상정되자 회
원들은 법의 전면개정에 대해 경고 및 불만을 표시했었다. '탈이 없으면
손대지 말라'라는 속담으로부터, 개정이 되면 항해과실 및 본선의 관리과
실에 대한 면책이 없어질 것이므로 P&I 보험료가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다양한 반론이 있었다.
이런 논란속에 MLA는 개정여부를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되어 1차적으로 ML
A에서 개정시도가 좌절된다. 대신 토론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개정안에
반영하기 위해 다시 소위원회에 초안을 환송하였다. 1996년 수정안이 MLA
에서 통과 승인되었다. 그러나 예상외로 입법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개정
안을 인쇄하여 회람을 돌렸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 MLA는 입법
절차를 진행하면서 워싱턴의 의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그 와중에 수많은 법
안들이 빛을 보지 못한채 폐기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로비스트들이 법안의 회생을 위해 애를 써보지만, 의원들이 움직이
지 않으면 속수무책임을 깨달았다. 1996년은 선거가 있었고, 1984년 해운
법(Shipping Act 1984) 개정의 지연으로 COGSA는 뒷전이었다. 의원 한 사
람 한 사람에게 COGSA는 해운법과 완전히 별개라는 것을 누누히 설명해야
했다. 일반인들에게는 그것이 같아 보였던 것이다. 일단 해운법 개정에
대한 열기가 식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법안이 살려
면 의회내의 동조자가 필요했다. 다행히 MLA는 수개월의 노력끝에 튼튼한
버팀목을 하나 잡을 수 있었다. 상원 육상 및 해상운송 소위원회 허치슨
(Hutchison) 위원장을 붙잡은 것이다.
1997년 가을 미연방교통부 관리들과 예비모임을 갖고, 1998년 의회전문위
원의 심의를 거쳐, 허치슨 위원장이 주관한 공청회에서 대부분 호의적인 평
가를 받았다. 그러나 COGSA 개정법 초안에 적지 않은 땀을 흘렸던 MLA 멤버
들은, 의회전문위원으로부터 입법초안양식에 맞게 초안을 완전히 다시 작
성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것도 입법초안양식은 알되 해운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전면 재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위원이 추천한 입법자문위원
아토르(Ator)에게 수정작업이 맡겨졌다. 아토르의 손을 거쳐 법안은 명료해
지고 이해하기 쉽게 변모되었다.
"처음 초안을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어떤 부분은 너무도 단서가 많
고 마치 중세시대의 성경을 읽는 것과 같았다." 아토르의 푸념이다. MLA의
초안은 고색창연한 1936년의 COGSA 용어를 그대로 담고 있었던 것이다. ML
A 초안은 현대영어로 바뀌고 55면이 23면으로 축소되었다. 조목별 제 (tit
le)도 만들어 냈다. 4차에 걸친 수정작업을 거쳤다. 특히 장황한 것을 싫어
하는 아토르는 1936 COGSA에 통째로 포함된 포메린법(Pomerene Act)도 삭제
했다. MLA도 그의 초안에 흡족해 했다.
그런데 초안 14조에 선사가 화주와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별도의 책
임조건을 협상할 수 없게하여, 현재 하원의 동의를 기다리고 있는 수정해
운법(Shipping Act)이 허용하고 있는 비밀서비스 계약권을 무력화시킬 우
려가 있으므로, 개정법은 서비스 계약에 대해 선사가 화주를 차별화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허치슨은 98년 4월에 공청
회를 가졌다. 미국수상운송업자 대표의 이의를 제외하고, 미국해상보험협회
회장, 미국산업운송연맹 대표, 시랜드의 대변인 등도 모두 법개정에 찬동
했다.

4. 개정안에 대한 해외의 비판
개정안에 대해 외국으로부터 비판이 일고 있다. 런던의 P&I 클럽엽합 사
무총장은 "최대의 교역국이 독자노선을 취해서는 곤란하다. 현재의 해상법
은 나라마다 달라 혼란이 적지 않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모든 나라의
해상법이 동일해야 한다. 따라서 만국해법회(CMI) 및 유엔무역법위원회(
UNCITRAL)가 목하 통일법을 위해 10년 계획으로 작업중이다. MLA가 시기를
잘못 잡은 것 같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한 자문위원은 "미국은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제포워더협회연맹(FIATA)로부터도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복합운송은
1국의 일방적인 법적 주도에 맡겨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FIATA는 미국
의 개정해상법이 육상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국제운송'
을 지배하는 슈퍼법이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FIATA는 또한 '이행운송인
'(performing carrier)이라는 COGSA의 정의가, 관습법상의 대리인의 지위
를 흔들어 버림으로써, 운송거래에서의 대리인과 본인(principal)의 역할을
혼란하게 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또한 미국에서는 철도 및 도로 운송인이
개정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들이 제외되지 않
아 혼란을 염려한다. FIATA는 또 분쟁에 대해 외국에서의 재판 또는 중재
를 명시한 일체의 계약을 무효로 하는 것이 못마땅하다. 이것은 내륙운송에
관련된 소송에 대해 미국법원이 전세계에 걸쳐 절대적인 재판권을 행사하
게 만든다는 것이다.
초안을 주도했던 후퍼(Hooper) 변호사는, 개정법이 어느 누구에게도 외
국법원에서의 손해배상청구, 즉 재판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운송계약
(B/L 또는 C/P)에 '미국에서 제소할 수 없다'고 약정한 경우에만 그 약관
을 무효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재판을 강제하는 약관'을 인정한 대
법원의 Sky Reefer호 판례를 우회하기 위한 것이다. 후퍼는 또한 미국의 트
럭과 철도는 논의과정에서 적용이 제외되었는데, 외국의 트럭과 철도가 미
국내의 재판에 휘말릴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어떤 법원이 자국 트럭과 철
도에 미국법을 적용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이행보조자에 대한 책임약관을
확장한 것은 법원이 이들에 대한 책임제한의 확장을 꺼리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진일보한 조치로 모두가 환영
하고 있는 사항이다.
런던의 P&I 클럽연합, BIMCO, 국제해운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Shipping) 등이 미상원 육상 및 해상운송 소위원회 전문위원에
게 끈질기게 이의를 제기함에도 불구하고, 개정법의 방향을 돌리지는 못할
것 같다. 개정법안에 대한 불평은 미국보다 런던 및 쥬리히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외국의 비평가들에게는 투표권이 없다. 계속해서 떠
들어대면 오히려 법안의 통과를 돕게 될 것"이라고 한 로비스트는 꼬집고
있다.
미국의 법개정을 주도해 온 당사자들은 개정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낙관
하고 있다. 후퍼 변호사는 상원에 상정되면 무투표(a voice vote)로 통과
될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1998년은 11월의 중간선거로 인해 빨라
야 1999년에나 통과될 것 같다. 1999년에는 가장 먼저 통과될 것이라고 기
대만만해 하고 있다. "하원에도 지지자가 많고, 낙관은 하지만 의회를 통과
하려면 1년은 족히 기다려야 할 것 같다."는 것이 현재의 분위기이다.

5. 결어
미국은 바야흐로 1936년 해상법을 개정할 시점에 와 있고, 개정안은 비교
적 적절한 것으로 사료된다. 전통적으로 화주국으로 분류되어 화주들의 입
장을 대변해 온 미국이, 이번 개정법에서도 화주의 입장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500달러이던 책임한도를 1,000달러로 인상한 것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항해과실 및 본선의 관리과실에 대한 면책삭제는 함부르그 규칙을
원용한 것으로, 다른 나라 해상법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파격적인 내용이
다. 당연히 선사들이 긴장해야 할 사항이다.
그리고 해상화물운송법이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게 육상구간도 법의 규제
를 받게 한 것은, 미국이 복합운송대국이라는 점에서 수긍이 간다. 오히려
내륙운송에 대해 별도의 법이 적용되는 것보다 일관성과 단순화로 선주 및
화주에게 공히 불리할 것이 없을 것 같다. 또한 히말라야 약관을 법조화
한 것은, 강하게 비평하는 런던 및 쥬리히측에서도 환영하는 사안이다. 미
국내 재판금지 불허조항도 미국내에서의 소송 및 중재의 금지를 불허하는
것이므로 그다지 무리한 규정은 아니다.
무릇 법이란 대단히 복잡하고 미묘한(sophisticated) 것이라서 이제 두고
두고 법원이 해석하고 적용해 봐야 그 효력 및 여파를 알 수 있겠지만, FIA
TA 등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눈에는 일견 무리가 없는 법안으로 여
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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