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부당 공동행위 여부를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운사가 벌이고 있는 행정소송에서 해운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는 지난 2월1일 대만 컨테이너선사인 에버그린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공정위가 에버그린에 내린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모두 취소하고 소송 비용을 피고가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공정위는 지난 2022년 1월 한국-동남아항로를 취항하는 국내외 해운사 23곳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62억원을 부과했다. 선사들이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5년간 해양수산부에 신고하지 않고 120차례 최저운임(AMR)이나 긴급유가할증료(EBS) 등의 부속 운임 도입을 합의했다는 이유였다.
정기선사에게 운임 등의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는 해운법 제29조 내용 중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어 공동행위가 부당하면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해운업계는 해운법에 따라 18건의 기본운임인상(GRI) 합의를 해양수산부에 신고했고 이를 달성하고자 부속 운임을 도입한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반발했다. 해운시장 감독기관인 해수부도 공정위가 담합 행위로 지목한 운임 합의가 적법한 절차 내에서 이뤄졌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공정위는 제재를 강행했다.
제재를 받은 선사는 ▲고려해운 남성해운 동영해운 동진상선 범주해운 SM상선 HMM 장금상선 천경해운 팬오션 흥아라인 흥아해운 등 국적선사 12곳 ▲대만 CNC 에버그린 완하이라인 양밍, 싱가포르 씨랜드머스크 PIL 뉴골든씨쉬핑(코스코 자회사), 홍콩 골드스타라인(GSL) OOCL SITC TS라인 등 외국선사 11곳이었다. 이 가운데 이번 재판의 원고인 에버그린은 33억9900만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하지만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공정위의 논리를 모두 배척했다. 재판부는 해운사 규제 권한을 공정위에 부여하려면 해운법 또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공정위 제재의 부당함을 지적한 해운사들의 주장을 수용했다.
공정위는 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법원은 에버그린 재판을 해운사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의 대표 재판으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져 대법원에서도 에버그린이 승소할 경우 공정위가 전체 해운사에 내린 징계는 모두 효력을 잃게 된다. 아울러 막대한 과징금과 이자 비용, 소송 비용을 고스란히 물어줘야 한다.
공정위는 동남아항로 취항선사에 962억원, 한일항로 취항선사에 801억원 등 총 176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적선사가 1461억원, 외국선사가 302억원의 과징금을 냈다. 1993년 한중 양국 정부가 맺은 해운협정에 의거해 관리되고 있는 한중항로엔 시정명령만 내렸다.
이에 맞서 해운사는 총 19건의 제재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동남아항로 11건, 한일항로 5건, 한중항로 3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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