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홍해발 물류난은 올 한 해 내내 해운업계를 뒤흔들었다. 글로벌 해운업계에선 친이란계 예멘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으로 피해가 잇따랐다.
올해 3월 선복량 기준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인 스위스 MSC의 2169TEU급 컨테이너선 <스카이2>(MSC SKY Ⅱ)호가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엔 MSC와 덴마크 머스크가 홍해 인근 해역에서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올해 2월엔 반군의 공격을 받았던 3만2000t(재화중량톤)급 벌크선 <루비마>(Rubymar)호가 홍해에서 침몰했다.
컨테이너선이 피격당하는 등 잇따라 피해가 발생하자 우리 정부는 대책 마련에 발 벗고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홍해해협 통항 중단 수출입 물류 비상대응반’을 발족했다. 비상대응반은 국적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HMM과 협의해 홍해 사태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북유럽 노선에 1만1000TEU급 1척과 지중해노선에 4000~6000TEU급 3척을 임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또 국적선사 선박에 한국발 물량을 최우선으로 배정하고 중소기업엔 화주 수요를 바탕으로 선복이 부족한 항로에 집중적으로 전용 선복을 제공했다.
길어지는 홍해 사태에 수에즈운하 대신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노선이 확산하면서 컨테이너선사들의 지각 운항 또한 장기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인 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 세계 34개 항로를 대상으로 조사한 컨테이너선사들의 평균 정시 운항률은 전년 62.6%에서 9.8%포인트(p) 떨어진 52.8%를 기록했다. 컨테이너선의 정시 운항률은 홍해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해 4분기 이후 악화했다. 지난해 12월 60%대가 무너진 뒤 11개월 연속 50%대를 맴돌고 있다.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사태가 발생한 이후 수에즈운하 통과 물동량도 급감했다. 새해 첫 일주일 동안 수에즈운하를 통과한 화물량은 하루 평균 303만t을 기록, 3주 전 498만t 대비 39%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468만t에 비해선 35%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급전직하했던 컨테이너선 운임지수는 홍해 사태가 불러온 호황에 올해 들어 2배 이상 급등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평균 상하이운임지수(SCFI)는 2507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06에 견줘 2.5배(149%) 상승했다.
컨테이너 운임 급등에 힘입어 선사들은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일제히 신고했다.
HMM은 올해 9개월간 35% 증가한 8조5453억원의 매출액과 4.6배(363%) 급증한 2조512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프랑스 CMA CGM의 해운사업 매출은 43% 증가한 108억5000만달러(약 15조7000억원), EBITDA는 2.8배(179%) 급증한 43억5700만달러(약 6조3000억원)로 각각 집계됐다. 대만 에버그린은 올해 아홉 달 동안 매출액 3478억NTD(약 15조4000억원), 영업이익 1255억NTD(약 5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각각 68% 4.2배(318%) 증가한 실적을 일궜다.
홍해 사태에 선사들이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코로나 사태 동안 발주한 선박이 해운시장에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면서 글로벌 컨테이너 선복량은 3000만TEU 고지를 넘었다. 지난 2015년 2000만TEU를 넘어선 이후 9년 만에 천만 단위의 선단 확충이 이뤄졌다.
프랑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전 세계 해운시장 컨테이너 선복량은 3021만2000TEU로 전년 2710만2000TEU 대비 12% 늘었다. 1년 새 컨테이너선단이 약 311만TEU 증가했다. 선단을 100만TEU 가까이 늘린 세계 1위 스위스 MSC와 중국 코스코, 독일 하파크로이트, 일본 ONE 등의 글로벌 선사들이 선복량 증가세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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