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30 09:22

기고/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선박투자회사제도 개선 필요성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74)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성우린 변호사(現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前 해양경찰청 고문변호사)


해상기업이 일반적으로 고가의 선박을 확보하는 방법은 다른 회사로부터 용선을 하거나 매입하는 것이다. 용선은 운송의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초기 자본이 크게 들지 않는 장점이 있는 데 반하여, 수급에 따라 용선료가 급격하게 상승하거나 필요한 장소와 시간에 즉시 투입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에 해상기업은 일정 수준 선박을 매입하여 자신의 선대를 구축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기분담금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은행 등으로부터 차입해야 한다.

위와 같은 선박금융의 특수성으로 인해 해운업계와 정부는 고가의 선박을 매입하기 위해 직접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찾는 노력을 지속하였으며, 그러한 과정 중 1997년 IMF 금융위기 때 국가 신인도 하락에 따라 외국 금융시장에서 자금 확보를 하지 못해 보유 선박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2년 선박투자회사법을 제정해 국내에 선박투자회사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선박투자회사제도는 일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과 금융기관 등에서 차입한 자금으로 선박을 건조하거나 중고선을 매입하여 그 선박을 선박 운항 회사에 빌려줌으로써 매월 또는 매분기 발생하는 대선료에서 차입금을 상환하고 나머지를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금융 기법이다. 특히 선박투자회사법을 최초 제정할 당시에는 민간 개인투자자 참여를 촉진하기 위하여 액면가액 3억원 이하 주식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 3억원 초과 주식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15.4%의 분리과세 제도를 시행했다. 

민간 선박펀드 활성화는 2004년부터 4년간 40여척의 선박 수와 24.6%의 선복량 증가를 가져와 우리나라가 세계 6대 해운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2015년에는 선박투자회사법에 기초한 민간 선박펀드 조성 금액이 약 9400억원(11개 펀드, 15척)에 이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2016년 선박투자회사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 특례 제도가 일몰 폐지된 이후 개인 투자 자금을 유치하는 민간 선박펀드가 등장하지 못했고, 선박투자회사를 통한 민간자본 유입이 현재까지도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조인의 시각에서 선박투자회사법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투자자의 보호를 위하여 구체적인 규제들이 촘촘히 규정되어 있고 이 부분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민간에도 선박투자의 기회를 제공하여 선박금융 재원을 다변화하여 경기에 민감한 해운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좀 더 중요한 입법의 목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법률 개정을 통해 상기 규제들을 완화하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민간투자자들의 진입이 용이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IMO와 EU를 중심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2050년까지 친환경선박 전환에 약 71조원, 벙커링 인프라 구축에 약 4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사실상 해당 투자 소요를 정책금융만으로 감당하는 것은 한계가 확실히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국적선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박투자회사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대외무역 의존도는 59.83%(2020년 기준)로, 일본(31.56%)이나 중국(28.17%)에 비해 거의 2배가량 높고, 수출입화물의 99.7%가 선박을 통해 운송된다. 나아가 해운업은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연간 273억달러(2020년 기준)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등 여전히 비교우위가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민간 자본시장을 통하여 선박 확보 자금의 안정적 공급을 도모하는 것은 사실상 국가의 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개인 투자자의 선박투자회사에 대한 배당 소득과 관련하여 약 9년 가까이 일몰 폐지된 과세 특례 제도를 다시 한 번 검토하는 방법 등, 민간 투자자에 대한 실질적인 세제 혜택을 재도입해 선박펀드에 대한 민간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관련 법령의 개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 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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