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9 15:39
"한국과 중국이 세계 해운시장 좌우한다"
스털링 마소프트 사장, 해운사들 더블딥 대비해야
"세계 해운업계 최대 변수는 한국과 중국이다. 수주량 1ㆍ2위를 다투는 두 나라 조선업체 선박 공급량과 중국 교역량에 따라 세계 해운업 부침이 결정된다."
해운업 컨설팅업체 마소프트의 알리 스털링 사장(사진)은 "현재 해운시장이 V자형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악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사 자문도 맡고 있는 스털링 사장은 오는 22~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해운 투자ㆍ위험관리(IRMS) 포럼'에 앞서 한국을 방문해 업계 현황을 점검했다.
최근 해운 경기는 벌크선 중심으로 급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해운 선박은 운송 대상에 따라 컨테이너선, 탱커선, 벌크선 등으로 나뉜다. 컨테이너선은 주로 완제품을 나르고 탱커선은 석유 등 액체, 벌크선은 석탄ㆍ철광석 같은 원자재와 곡물을 실어 나른다.
이 가운데 벌크선은 중국의 원자재 사재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국제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해 5월 사상 최고치인 1만1793을 기록한 후 12월 663으로 폭락했지만 올해 들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4300대로 올라서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BDI는 경기 선행지표로도 활용된다. 이 때문에 향후 경기가 V자형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스털링 사장은 V자가 W자로 바뀔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W자형은 일시 반등 후 다시 하락하는 '더블딥'을 뜻한다.
그는 "벌크선 시장 호조는 주요 선주들이 선박 인수를 연기한 측면이 크다"며 "만일 최근 호조 덕에 선박 공급이 늘어난다면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의 원자재 수입이 다시 줄어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어 "벌크선과 달리 컨테이너ㆍ탱커선은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해운업계 경영난이 최소 6개월에서 1년가량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털링 사장은 무엇보다 현금 확보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성장 중심 전략이 유효했지만 이제는 재무 건전화가 중요하다"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현금을 충분히 쌓아두고 돈을 융통해주는 은행과 돈독한 관계 유지에도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운항 속도 조절을 통한 선박량 조절론도 제시했다. 호황기에는 선박 속도를 높여 운송 횟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높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반대로 불황기에 선박 속도를 낮추면 운송 횟수가 줄어 자연스럽게 초과 공급 일부를 해소할 수 있다.
선박 속도를 낮추면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같은 거리를 이동하더라도 저속으로 운항하면 연료비가 절감되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든다.
스털링 사장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자국 해운업을 살리기 위해 지원에 나섰지만 쓰러지는 기업이 꽤 나올 것"이라며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지만 살아남는 기업들에 유효한 문구"라고 말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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