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9 11:21

조선·해운 불황 장기화시 선박펀드 앞날은?

장기 불황시 운용사·투자자 피해 우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적 경기침체로 해운, 조선업계가 좀처럼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분야에 투자한 선박펀드도 흔들리고 있다.

경기침체와 공급과잉 상태가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될 경우 자금난에 허덕이는 조선·해운사들의 연쇄 파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선박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피해도 불가피해 보인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재 운용중인 선박펀드는 17개에 2500억원 규모다. `하나UBS세계로선박특별자산 제4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모펀드 형태로 운용된다.

지난 2003년 전후로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선박펀드는 2∼3년 전부터 대안투자처로 각광 받으며 급속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조선·해운업종이 된서리를 맞으면서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상태다. 신규설정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엔 설상가상으로 자금난에 허덕이던 중소형 조선·해운사들이 하나둘 쓰러지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얼마 전 하나UBS자산운용은 `하나UBS세계로선박특별자산 제4호`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75% 가량을 상각 처리했다.

`하나UBS세계로4호`펀드는 선박을 매입한 뒤 국내 27위권 중소해운사인 브라이트해운에 빌려 주고 임대료를 받는 형식으로 운용됐으나, 브라이트운용이 지난달 사실상 파산하면서 용선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펀드만기가 지났지만 투자금을 되돌려 주지 못한 상태다. 회사측은 선박을 경매해 투자금을 회수할 방침이지만 투자자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업황이 개선될 기미가 없어 해운회사 등의 `파산 도미노`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과잉 등으로 최근 해운업과 조선업이 유례없는 장기 불황에 빠져있는 상태다.

최광식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해운업종 경기가 바닥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다"며 "당분간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형사의 경우 파산이나 우려는 낮은 편이지만 중소형사의 경우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다른 선박 펀드들도 하나UBS운용 선박펀드의 전철를 밟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선박펀드는 배를 건조하는데 투자하는 방식과 배를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 크게 나뉜다.

전자의 경우 대부분 보증보험에 가입돼 조선사가 부도가 나는 최악의 상황에도 원금 보전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임대료를 받는 방식의 선박펀드의 경우 해운사의 경영 상황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해운사가 자금압박을 받는 경우 임대료를 늦게 내거나 최악의 경우 돈을 떼일 수 있어서다.

선박펀드 대부분이 10~30위권 규모의 해운사와 용선계약을 맺은 후 배를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형태다. 이들 배를 빌린 해운사가 좀 더 작은 해운사에 다시 재용선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규모가 작은 해운사가 무너지면 덩치가 큰 해운사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나UBS 선박펀드도 27위권의 중형 해운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해운사가 사실상 파산하면서 자산의 75%를 상각할 수밖에 없었다.

선박을 담보로 잡고 있거나 지급 보증 등 안전판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최근 상황에서 제값을 받고 배를 팔기는 어렵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KB자산운용용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우량한 대형선사와 용선계약을 맺어 현재 운용중인 펀드에는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면서 "용선계약을 맺은 해운사 등 계약상대방의 신용상태가 펀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선박펀드가 대개 사모형태로 운용돼 구체적 투자내역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일부 펀드는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해운사와도 용선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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