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카훼리항로는 지난 상반기 화물과 여객에서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화물은 두자리수로 뒷걸음질친 반면 여객은 오히려 두자리수 상승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말 드디어 운항에 나선 평택-웨이하이노선 운임이 지나치게 낮아 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소무역상 몰린 여객부문 상승세
황해객화선사협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중 카훼리항로 13곳의 올해 상반기 여객 수송실적은 51만89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4만6178명에서 14.5% 성장했다.
씨앤훼리가 운항해왔던 평택-르자오노선의 중단에 따른 반사이익과 경기불황으로 인한 소무역상들(보따리상)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르자오항로의 지난해 상반기 실적인 5만6171명을 포함시킬 경우 올해 여객수송실적 증가율은 1.7%로 크게 떨어진다.
인천항 기점의 10개 노선은 34만2385명으로 1% 늘어나는데 그쳤으나 평택항 2개 노선 실적은 10만611명으로 44.4%나 폭증했다. 평택항 노선의 성장은 전체 실적의 경우와 같이 평택-르자오노선의 중단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르자오노선을 포함할 경우 지난해 평택항 노선 상반기 실적은 12만5843명이 된다. 올해 실적이 20.1% 하락하는 셈이다.
노선별로는 대룡해운의 평택-룽청노선이 7만1444명으로, 13개 한중카훼리항로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석도국제페리의 군산-스다오노선은 6만7894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위동항운의 인천-웨이하이, 화동해운의 인천-스다오 노선은 6만7894명, 6만2342명으로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위동항운의 또다른 카훼리 노선인 인천-칭다오 노선도 3만9154명으로, 3만9074명을 실어 나른 단동항운의 인천-단둥노선을 근소한 차로 제치고 5위에 올랐다.
상반기 여객수송실적에서 1위와 2위 노선이 모두 비(非)인천노선이란 점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이들 노선은 모두 소무역상 비중이 높은데다 인천기점 노선에 비해 경쟁도 심하지 않아 여객유치에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대룡해운 관계자는 “예전엔 단체여객의 비중이 70% 정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신종플루나 교육청의 중국여행 자제 공문 등으로 그 반대 상황이 됐다”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장년층 이상이 보따리상에 나서고 있으며, 나이 드신 분들도 용돈벌이, 활동하는 차원에서 배를 타고 있다”고 전했다.
1위부터 5위까지 20%를 넘거나 육박하는 높은 성장세를 보인 점도 이채롭다. 반면 6위권 이하 노선의 성장률은 하락세를 보였거나, 늘었어도 한자리수 성장세에 그친 곳이 대부분이었다. 노선별로 여객 유치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커진 셈이다. 증가율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인 곳은 군산-스다오노선이다. 지난해 대비 80.8%의 성장세를 과시했다. 실적 순위에서 8위에 오른 연운항훼리의 평택-롄윈강 노선이 58.8%를 기록, 증가율에선 두 번째에 랭크됐다.
상반기 여객수송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중국이용객들은 많이 늘어난 반면 한국 이용객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 기간 한국인 이용객은 28만3685명으로, 지난해의 31만5709명에서 10.1% 감소한 반면, 중국인 이용객은 21만1532명을 기록, 지난해 17만864명에 비해 23.8%나 늘어났다. 올해 초 원화 약세에 따른 중국 단체여행객들의 한국 여행이 늘어난 데다 최근엔 중국인 보따리상이 카훼리선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보따리상 증가는 여객 수송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선사들이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전하는 이유다. 보따리상들은 일반 이용객보다 20~30% 저렴한 운임을 내는데다 마일리지 이용으로 수익성에 큰 보탬이 안된다.
“그 많던 화물 어디로 갔나”…15%↓
여객과 비교해 화물수송 성적표는 상반기 동안 크게 위축됐다. 상반기 13개 노선의 컨테이너수송 실적은 20피트 컨테이너(TEU) 14만5955개로, 지난해 17만2736개에 비해 15.5% 줄어들었다. 평택-르자오노선 물량 1만5489TEU를 지난해 실적에 포함시킬 경우 감소율은 -22.5%로 치솟는다. 카훼리화물수송을 견인해 왔던 중국 진출 임가공업체들이 현지 생산여건의 악화로 철수하거나 동남아 지역으로 옮겨간 까닭이 크다. 물론 국내 경기침체의 여파로 중국에서의 수입화물이 크게 줄어든 것도 이유가 됐다.
A취항선사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중소기업들의 물동량이 몰락하다시피 했다”며 “지금은 전자나 자동차 관련제품 등 대기업 물동량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관계자는 “휴가철인 7~8월은 전통적인 항로 비수기에 해당된다”고 말해 향후 전망도 불투명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자뎬샤샹(家電下鄕) 정책의 효과로 가전제품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점은 고무적이다. 자뎬샤샹이란 중국 중앙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농촌에서 가전제품을 구입할 경우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다.
이 정책에 힘입어 중국의 LCD TV 시장 규모는 연간 2400만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B선사 관계자는 “중국내 TV 수요 증가로 한국에서의 LCD 수출도 굉장히 늘었다”며 “소수기업 대량화물 중심으로 화물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량화물은 그만큼 운임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어 선사들은 썩 달갑지 않은 눈치다.
TEU당 200달러…“컨선사와 경쟁하나”
선사들의 채산성 확보가 숙제로 남겨진 가운데 최근 한·중카훼리항로가 운임을 둘러싸고 들끓고 있다. 최근 평택-웨이하이항로에 첫 배를 띄운 교동훼리는 기존 선사들 운임보다 무려 3분의 1이나 낮은 수준으로 화물유치에 나서고 있다. 교동훼리는 지난해 초 한국측 정인해운이 중국측 파트너와 400만달러를 공동투자해 설립됐으나 시황 하락과 선박수리 문제 등으로 무려 1년 반이나 지난 올해 6월20일에야 첫 항해에 나설 수 있었다. 그 사이 한국측 투자자가 정인해운에서 인천 소재 항만물류기업인 선광으로 바뀌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교동훼리는 항로에 배를 댄 뒤 공격적인 영업으로 기존 업계를 뒤흔들어 놨다. TEU당 200달러의 화물운임과 왕복 8만원의 여객운임(이코노미클래스 기준)이 그것이다. 기존 한·중 카훼리항로에서 화물운임이 700~800달러, 여객운임이 왕복 16만~20만원인 것과 비교할 때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야말로 ‘컨테이너 선사도 울고 갈 운임’인 셈이다.
교동훼리는 이 같은 파격적인 저운임 영업으로 여객실적에서 한달 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궜다. 평택지방해양항만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교동훼리가 수송한 여객은 8740명, 업계 5위권에 드는 실적이다. 낮은 운임이 알려지면서 소무역상들이 크게 몰린 까닭이다. 이와 비교해 화물수송 성적표는 아직까지 초라한 형편이다. 같은 달 교동훼리가 실어나른 물동량은 340TEU. 평택-웨이하이노선이 왕복 26항차를 운항하는 점에 비춰 한 항차 당 10TEU 안팎의 화물을 실어나르고 있는 실정인 셈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화주 빅3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운임에 사용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아직까지 항로 안정화가 담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보 입장에 기울어 있다. 싼 운임에 덜컥 화물을 맡겼다가 더 큰 화를 자초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기존 한·중 카훼리선사들은 교동훼리의 무분별한 운임정책에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항로의 운임인하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중엔 “교동훼리는 시장 파괴자나 다름 없다”고 격한 어조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눈에 띄었다. 교동훼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위동항운은 “공격적인 영업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항로 질서를 지키려다가 오히려 피해만 입을 수 있다는 논리다.
C선사 관계자는 “교동훼리가 화물운임 200달러를 제시한 건 7월 말에 벌어진 일”이라며 “카훼리항로는 한 시장이나 마찬가진데 기존 시장 질서를 무시하고 수익성에 턱없이 못 미치는 운임을 내놓으면 다 같이 죽자는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국토해양부의 안일한 대응을 두고 쓴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황해객화선사협회를 중심으로 기존 선사들이 교동훼리의 운임덤핑 영업을 시정해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국토해양부를 찾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시장 문제라 쉽게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D사 관계자는 “국토해양부가 손 놓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지금 카훼리 선사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훼리항로 발전을 위한 여러 목소리가 들린다. 노선별 공동운항이나 공동마케팅 등의 비용 절감책에서부터 1사 1항로로 돼 있는 정책 변화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뜨겁다. 화동해운 곽주철 상무는 “이제 카훼리항로도 전략을 바꿔 중견 재벌 정도 되는 사업자가 항로에 들어와 4~5개 노선을 운영해야 한다”며 “이럴 경우 볼륨인센티브나 영업다변화, 고정비 절감, 매일 운항 등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단된 평택-르자오노선 재개를 위해 진행한 신규사업자 공모에서 마감에 임박해서야 겨우 2개 기업이 신청한 것을 두고 최근 카페리항로의 심각한 불황을 말하기도 한다.
국토부는 12일 오후 6시 마감된 항로 사업자 공모에서 마감 1시간 전까지 신청기업이 없다 5시께 돼서야 2곳이 신청을 했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사업계획 타당성, 재정능력 등 심사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신설항로가 생길 때마다 운임문제로 진통을 겪는다면 한중카페리항로는 존폐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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