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적담당자로 물류관리사 자격 취득… 印 전자부품시장 베테랑
●●● 전자부품 수출기업인 하니상사는 TV용 전자부품과 가전에 들어가는 화학제품을 주로 수출하고 있다. 인도가 주 수출시장으로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과도 거래하고 있다. 선진국시장에선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동남아 시장을 타깃으로 잡고 있다.
화주기업 물류담당자로는 드물게 물류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는 하니상사의 이현선 부장은 인도시장을 무대로 10년을 넘게 무역업을 벌여왔다. 이 부장은 삼성전기 출신이다. 그 곳에서 몇 년간 일해 오다 서른살에 창업을 결심하고 지난 1993년 하니상사를 설립했다. 몇 달 후 남편도 합류해 지금까지 17년 동안 부창부수의 힘을 자랑하며 사업을 해오고 있다. 이 부장은 하니상사를 경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평범한 직장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그때는 젊었고, 부양할 식구가 없었기 때문에 회사를 나와 바로 창업을 할 수 있었죠. 지금 같아서는 못할 것 같아요. 다만 이 일을 하면서 한 번도 후회해 본적이 없어요. 하니상사를 꾸려오는것도 쉽지는 않았지만 결과론적으로 훨씬 낫지 않나 싶어요.”
인도 문화 의사소통 차이로 어려움 겪어
인도와 동남아 시장을 대상으로 무역을 하는 어려움에 대해 이현선 부장은 ‘문화차이’를 꼽았다.
“인도는 시장상황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무역 거래에 어려운 점이 많아요.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던 곳이라 거래 시 요구하는 수준은 선진국 수준이고, 작은 거 하나하나 물어보고 다시 확인하고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죠. 반면 전반적인 생활은 동양적인 사고방식이라 애를 많이 먹었죠.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처음에는 고생을 하기도 했고,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있었죠. 인도에서는 ‘노 프라블럼’이라고 자주 말하는데, 저는 문제없다. 알겠다의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그 쪽에서는 이해한다는 의미로 매번 사용하더군요.”
17년째 사업을 하다 보니, 신규거래처를 찾기보다는 기존 거래처와 동종업계에서 소개를 받거나, 새롭게 창업한 기존 고객과 다시 거래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재 하니상사는 크게 확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고 처음의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니상사에는 3불(不) 정책이 있다. 술접대, 블랙머니, 돈 빌리는 것은 금지사항이다. 돈을 빌려 회사를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회사를 꾸려올 수 있었다는 것. 원칙과 소신으로 버텨온 17년의 무역인생이다. 이 부장은 인복이 있어서인지 모두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여자로서 일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무역이라는 직종이 원래 여자들이 많아서 어려움은 없죠. 하지만 집안일을 같이 하려다보니 힘들어요. 완벽주의라 가정에서의 역할과 직장에서의 역할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기 위해 정말 많이 애썼죠. 그러다 불혹의 나이가 지나고 나니 좀 여유를 갖게 됐어요”라고 답한다.
일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묻자 이 부장은 망설이듯 인도에서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겪었던 고생담을 소개했다.
“한번은 인도출장을 갔는데, 정말 웃지 못 할 일도 있었죠. 인도는 5월이 한여름이라 40도까지 기온이 올라가요. 바이어 미팅 후에 차를 타고 고속도로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데, 에어컨이 없어서 땀이 비 오듯이 흘러도 꿋꿋이 참았죠. 그런데 갑자기 배가 살살 아파오는 거예요. 아무리 둘러봐도 화장실은 없고, 목적지까지는 1시간은 족히 가야하고, 정말 초인적인 힘으로 참다가 운전사에게 통사정을 해서 한 공사장에 인부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을 발견하고 뛰어갔죠. 기쁨도 잠시 이게 웬일……. 화장실에 문이 없는 거예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남편에겐 망을 봐달라고 하고, 가릴 수 있는 걸로 대충 가리고 일을 봤죠. 그 후 어디를 이동할 때는 절대 콜라나 찬 음료를 먹지 않고 웬만하면 참죠.(웃음)”
이 부장은 하니상사에서 남편과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많다고 한다.
“사람들은 부부가 같이 일하니까 불편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소릴 듣는 게 어떻게 보면 제일 큰 불편이죠. 사실 회사, 집 24시간 붙어 있다 보면 서로 모르는 게 없어서 개인 사생활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사업을 같이 하다 보니 더 많은걸 공유하고 얘기하게 돼요.”
물류 흐름 알고나니, 무역에 많은 도움돼
화주로서 물류관리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드문데 이현선 부장은 합격률이 현저히 낮았던 지난 1996년 물류관리사 1회 시험에서 당당히 합격했다. 자격증을 획득해서 어떤 이득이나 도움을 받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어느 날 신문에 난 물류관리사 시험 공고를 보고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테스트를 해보기 위해 신청했다고 한다. 단순한 계기로 시험을 봤지만, 물류관리사를 취득하고 나니 전체적인 물류흐름을 알게 돼 일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개인적으로는 무역을 하는 분들은 물류를 공부해야하고, 물류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무역에 대해 공부를 하시는 것이 도움이 확실히 될 것이라고 봐요.”
하니상사는 거래처에서 요구하는 경우 외엔 포워더 한 곳만을 이용하는 편이다. 지금 거래하고 있는 포워더완 10년 이상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인도와 동남아 등이 워낙 변수가 많은 곳이라 포워더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문제해결능력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운임이 시장에 많이 오픈돼 있는 만큼 가격보다는 서비스에 중점을 두는 편이다.
이 부장은 무역업무의 애로사항으로 변수가 가장 많다는 것을 들었다.
“무역을 하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변수가 너무 많다는 거예요. 환율, 원자재 흐름, 국제정세 등 나 혼자 잘한다고 해서 잘되는 게 아니에요. 또 요즘에는 고객이 왕이라는 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가 점점 높죠. 예전에는 100을 투자하면 100만큼의 효과를 봤지만, 지금은 200을 투자해야 100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죠. 인도를 주 시장으로 하면서 수시로 바뀌는 정책으로 거래선이 바뀌는 것도 10년 동안 일을 해와 그나마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힘들어요.”
일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는 걷는 걸로 푼다는 그는 작년에 다리를 다쳐 그마저도 못하고 있다. 대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책이나 시집을 읽는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조곤조곤 말하는 모습에서 차분하고 깔끔한 평소 모습이 보였다.
<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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