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22 13:20
한중항로/ “이젠 수입이 더 어려워”
환율 상승에 수입화물 급감…수출 레진물량 일시 상승
전부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던 한중항로는 최근 불어 닥친 금융위기가 직격탄이 되고 말았다. 일부 선사별로 ‘제로운임’이 나타난데다 항로 안정화를 위해 추진중인 선적물량 상한제(실링제) 도입도 가시밭길이다.
한중 수출항로는 주요 수송품목들인 레진(합성수지 원료)이나 폐지 등이 급감하면서 운임이 급전직하했다. 중국 경제의 침체로 제조기업들의 원자재 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일컬어졌던 중국의 왕성한 생산활동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원부자재 공급기지였던 우리나라 기업들도 동반 하강하는 것이다.
국제 원자재값 하락으로 중국측 수입하주들이 가격 하락을 기다려 수입을 유보하고 있는 점도 물량 하락에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레진 가격은 t당 500~600달러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3분의 1토막 난 셈이다.
이번달 들어 상하이나 닝보 등 남중국 지역으로의 레진 물동량이 일회성으로 늘어나 선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긴 했으나 이것이 중국 실물경제가 살아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는 평가다. 레진 물량의 호조로 이달 수출 물동량은 보합세를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A선사 관계자는 “레진 물량 상승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며 “몇 개월간 레진 거래가 되지 않아 재고가 소진되면서 물량 확보 차원에서 사들였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비교해 수입물동량은 하락세가 거세다. 환율 상승세가 계속 이어진데다 은행권의 신용장(L/C) 개설 기피로 수입하주들의 수입활동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선사별로 대략 10% 안팎의 물량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고 이 가운데 20~30%까지의 물동량 하락세를 호소하는 선사도 눈에 띈다.
B선사 관계자는 “수출항로는 원래부터 안 좋았다지만 최근 들어 수입항로 물동량까지 크게 악화돼 선사들에게 깊은 시름이 되고 있다”며 “수출입 항로가 동반 악화되면 선사들은 최악의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중항로의 운임수준도 한계상황까지 내몰렸다. 수출항로의 경우 제로운임이 확산되고 있고 수입항로도 20피트 컨테이너(TEU)당 5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제로운임은 유가할증료(BAF)나 통화할증료(CAF) 등의 부대운임만으로 기본운임을 대신하는 경우를 말한다.
C선사 관계자는 “부대운임을 받는다고 해봐야 용선료나 연료비도 안된다”며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운항을 할 수록 적자를 내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적물량 상한제(실링제) 도입은 선사들의 이견으로 답보상태다. 한중항로는 한국과 중국 선사 뿐 아니라 제3국 선사들까지 취항을 하고 있어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이 항로 BAF는 수출항로의 경우 TEU당 55달러, 수입항로의 경우 110달러가 적용되고 있다.<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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