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화물실적 두자리 성장…여객부문 ‘평택항 선전’
●●● 지난해 한·중간 국제 카훼리업계는 여객부문은 항공기와의 경쟁으로 전반적인 침체를 보인 반면 화물운송부문은 대다수 선사들이 선전하며 두자릿수 성장을 나타냈다. 다만 평택항 노선의 경우 화물 뿐 아니라 여객수송에서도 상승세를 나타내며 최근 추진중인 신설항로 전망을 밝게 했다.
지난해 12월14일 해양수산부로부터 국제여객선항로 신설 사업자로 선정된 정인해운과 진양해운, 창명라이너스(창명해운)는 서비스 개설 준비로 한창이다. 이들 3개 선사는 각각 평택-웨이하이(威海), 평택-칭다오(靑島), 군산-스다오(石島) 노선에 늦어도 상반기까지 배를 띄운다는 계획이다.
신설 서비스의 첫 테이프를 끊는 곳은 정인해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인해운은 이미 중국측 파트너인 위해교동국제집장상유한공사와 400만달러(약 38억원)를 투자해 국제여객선사인 교동훼리(주)를 지난달 설립했다. 양측이 50:50의 지분율로 참여해 설립된 신설회사는 중국측에 본사를 두고 평택에 한국본사를,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교동훼리는 한국측 대표로 씨앤라인(옛 동남아해운) 및 씨앤훼리 출신의 최우락 부사장을 선임하는 한편 진천항운·씨앤훼리 창립멤버로 참여한 최홍달씨를 상무로 선임했다.
교동훼리는 정인해운이 구매한 1만6500t급 자오둥펄(膠東 Pearl)호를 임대해 선박문제도 해결했다. 선박은 지난달 17일 일본에서 계약을 마치고 18일 부산항에 입항한 후 곧바로 수리를 위해 조선소 도크로 향했다. 이 선박은 여객승선능력 700명, 화물적재능력 170TEU로, 여객 승선공간이 비교적 넓은 편이다. 현재 14개 한·중 국제여객선항로를 취항하는 선박중 이 선박보다 여객수송능력이 높은 선박은 6척 뿐이다.
◆평택-웨이하이 자오둥펄호 내달말 취항
자오둥펄호는 당초 예상과 달리 자동차로 화물을 싣고 내리는 Ro-Ro(Roll on Roll off)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 노선이 일반부두인 평택항 동부두(3번선석)를 입항터미널로 이용키로 함에 따라 선박은 크레인을 이용해 화물을 하역하는 방식인 Lo-Lo(Lift On Lift off)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이에 대해 교동훼리측은 선박시장에서 Lo-Lo형 선박은 수배가 어려울 정도로 수가 많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까지 Lo-Lo 형태의 국제여객선은 중국 차이나쉬핑 소유의 향설란, 자정향, 욱금향, 자옥란호 등 4척 정도로 파악된다. 이 선박들은 이미 인천-옌타이, 인천-잉커우, 인천-친황다오, 인천-롄윈강 노선을 취항하고 있다.
교동훼리는 선박수리가 끝나는 다음달 20일 이후 서비스를 개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동훼리는 화물 하역은 바지선을 이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Ro-Ro형 선박임을 들어 동부두내에 폰툰(함선) 설치를 검토하기도 했으나 현재 이 부두에 취항하고 있는 자동차전용선과의 취항마찰을 우려해 부득이 바지선으로 선박과 부두를 연결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바지선 이용방식은 초창기 평택항 취항선사인 대룡해운(평택-룽청)과 씨앤훼리(평택-르자오)가 썼던 것으로 바지선에 실은 후에 다시 선박이나 부두로 양적하하는 2단계 이상의 하역절차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롭다는 단점은 피할 수 없다.
동부두 이용으로 문제로 지적됐던 여객터미널과 부두간 교통수단의 경우 동국관광여행사가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이용될 전망이다. 교동훼리측은 포스코부두를 가로지르는 교통로를 확보해 이동시간은 당초 예상보다 길지 않은 5분내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노선은 입·출항일에 토·일요일이 껴 있어 이에 대한 세관의 지원이 요구되는 한편 또 셔틀버스 이동로로 검토되고 있는 포스코부두의 보안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한편 진양해운은 이달 11일께부터 법인 설립에 들어갔다. 법인명은 청도풍양페리로 진양해운과 중국측 파트너인 청도풍양항운이 설립자본금 200만달러(약 19억원)를 절반씩 나눠 투자할 예정이다. 진양해운은 이달말까지 법인설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한국(평택)에 본사를 둘 예정으로, 교동훼리와 마찬가지로 서울사무소를 별도 운영하게 된다. 한국측 대표이사는 진양해운의 홍승두 사장이 맡을 예정이며 김재윤 부사장이 이사로 내정된 상태다. 3년 임기의 양국 초대 총경리(대표)의 경우 한국측 홍승두씨가 선임됐다. 또 청도풍양페리는 위동항운·대룡해운 출신의 이범철씨를 평택사무소장으로 선임해 평택항 현지 운영을 전적으로 맡길 계획이다.
◆평택항 검색대 2기 추가 설치
선박의 경우 현재 3~4척을 상대로 가격을 놓고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선박은 구입 성사 단계에까지 이른 것으로 알려졌으나 CIQ나 시설 여건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뒤로 미뤄졌다.
이와관련 이 노선은 컨테이너장치장(CY) 확장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정부는 이 노선 개설에 여객터미널 뿐 아니라 CY 여건의 확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해양청은 2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현재 동측관리부두 배후 매립지 2만5천㎡(7600평)를 6월까지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럴 경우 이 노선의 상반기 개설은 힘들 수도 있을 전망이다.
다만 당초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터미널 입국검색대의 경우 엑스레이 검색대 2기가 추가설치되면서 해결됐다는 평가다. 검색대는 이로써 총 6기로 늘었으며 입국시간도 종전 4시간에서 2시간30분으로 단축됐다. 또 터미널 별관 증축의 경우 6월말께 완공이 예상되고 있으나 항로개설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군산-스다오 노선의 경우 창명라이너스가 모회사인 창명해운과 함께 다음달 말 또는 4월초를 목표로 항로 개설을 준비중이다. 이달초 중국 파트너인 산동석도수산공급그룹, 한국측 대륙인터내셔날등과 함께 45:45:10의 지분구성으로 서비스를 위한 별도 법인인 석도국제페리사를 발족했다. 초기 설립자본금은 300만달러가 투자됐으며 법인 본사는 양국 협상을 통해 한국 군산에 설립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선박의 경우 현재 창명해운이 3~4척을 놓고 물색중이며 창명해운이 구입해 신설법인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선박이름은 스다오항의 이름을 따 ‘스다오호’로 정했다. 이와관련 신설법인은 선박구입자금을 일정액 투자하기 위해 자본금을 추후 1천만달러로 증자할 계획이다. 창명라이너스는 다음달초 선박구입을 마무리 짓고 2주 가량의 수리과정을 거쳐 빠르면 늦어도 4월초까지는 항로에 배를 띄운다는 구상이다.
◆화물실적 쾌청…여객은 ‘흐림’
이렇듯 신설항로 개설이 임박해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한·중 국제여객선 항로의 실적은 화물수송은 크게 웃은 반면 여객수송 부문은 뒷걸음질쳤다.
황해객화선사협회가 집계한 2007년 한·중 국제여객선 14개항로(평택-롄윈강 제외) 수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화물수송은 38만3868TEU로 2006년의 33만6천TEU와 비교해 14.3%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물동량이 9.7% 늘어났고 수입물동량은 17.4%나 성장했다.
수출입 물동량 모두 높은 상승세를 띄긴 했으나 수출입 물동량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는 점은 물동량의 두자릿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마냥 좋아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해 수출입 물동량 비율은 38:62로, 2006년의 40:60에 비해 불균형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선사들의 빈컨테이너 재배치 문제와 수출화물의 운임하락을 불러와 선사들의 채산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
황해객화선사협회 이상조 부회장(단동항운 및 화동해운 사장)은 이에 대해 “물동량은 늘어났어도 선사들은 장비 공급 문제와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호황 속에 묻힌 선사들의 시름을 털어놨다.
항로별로는 위동항운의 인천-칭다오 노선이 6% 늘어난 5만43TEU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91년 한·중 여객선항로 개통 이후 처음으로 같은 선사의 인천-웨이하이 노선(4만7431TEU)을 제쳤다. 한중 여객선 원년항로인 인천-웨이하이 노선은 1.2%의 소폭 감소세를 보이며 2위로 처지고 말았다.
3위는 29.8%의 폭증세를 과시하며 4만4092TEU를 수송한 인천-롄윈강 노선이 차지했다. 이 항로는 중국횡단철도(TCR)의 기종점인 롄윈강항의 풍부한 물동량을 무기로 매년 괄목할만한 급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어 한중훼리의 인천-옌타이 노선와 진천항운의 인천-톈진 노선도 10.6%, 11%의 두자릿수 성장세와 함께 4위와 5위로 도약했다.
두 평택항 노선인 평택-르자오(3만1108TEU) 및 평택-룽청(2만3252TEU) 노선은 35.7%와 111.1%의 눈에 띄는 성장세로 주목받으며 각각 7위와 9위를 차지했다. 평택-룽청 노선은 증가율에선 한·중 여객선 항로 최고치를 나타냈다.
물동량의 성장세와 비교해 한중 국제여객선항로의 여객수송실적은 매우 저조했다. 지난해 14개 노선이 수송한 여객수는 115만명으로, 2006년의 124만명과 비교해 7.3%나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인천발 10개 노선중 무려 7곳이 지난해 감소세를 나타냈고 4곳은 무려 20% 이상 하락해 여객유치의 심각한 퇴조를 엿보게 했다. 인천발 노선의 전체 여객수송실적은 13.3%나 하락한 76만6737명에 그쳤다.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던 것과 비교할 때 지난해 실적은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비교해 평택발 노선은 27만2253명으로 전년대비 17.6%가 늘어났다. 평택-르자오 노선이 0.7% 성장에 머물렀으나 평택-룽청항로가 항로를 중단했다 재개하면서 42.2%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인천발 노선이 여객실적에서 침체를 면치 못한 것은 항공노선의 요금 인하와 세관 검색강화에 따른 보따리상들의 감소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한국과 중국 산둥성간 항공자유화협정(오픈스카이) 이후 양국 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요금을 내리면서 인천-웨이하이 항공 운임은 최저 23만원대로 떨어져 여객선 요금과 불과 1만원밖에 차이나지 않게 됐다. 또 보따리상들의 경우 수익 감소와 양국 세관이 검색을 강화하면서 갈 수록 줄어들고 있다. 반면 평택항의 경우 평택세관이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평택지역 보따리상들에 한해 통관을 완화해주면서 보따리상들의 여객선 이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이 양 항만간 여객실적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평택항 기점의 평택-르자오와 평택-룽청 노선이 지난해 여객수송실적에서 1~2위를 나눠 갖는 기염을 토했다. 이와 비교해 인천-웨이하이 노선은 화물실적에 이어 여객실적에서도 항로 개통 이후 17년만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주면서 맏형 항로로서의 자존심에 흠집을 새겼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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