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가 건설된지 93년만에 통항능력을 2배로 늘리기 위한 공사가 현지시각으로 3일 대대적인 착공식과 함께 시작됐다.
이번 공사는 52억5천만달러의 공사비가 투입돼 기존 통항로 외에 대서양과 태평양쪽에 각각 2개의 대형 수로를 추가 건설하는 사업이다.
1914년에 개통한 파나마 운하는 현재 파나막스형 선박(길이 294m, 폭 32m, 흘수 12m)만 통항할 수 있는 물리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때문에 통항 선박의 상한을 철폐하거나 개선하지 않는 한 운하 운영은 한계 상황에 도달할 수밖에 없고, 수에즈 운하와의 경쟁에서도 뒤쳐질 수밖에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파나마운하관리청(ACP)은 운하 확장 공사를 크게 세 단계로 진행할 계획이다. 첫째 대형 컨테이너선이 운항할 수 있는 갑문을 대서양과 태평양연안 운하 입구에 설치하고, 둘째 태평양과 대서양 운하 진입 수로를 확장 또는 신설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현재 이용되고 있는 운하 전 구간을 포스트파나막스(5천TEU급 이상) 선박이 다닐 수 있도록 가툰(Gatun) 호수의 수위를 높이고 수로 수심을 15.2m로 깊게 판다는 내용이다. 현재 포스트파나막스 선박은 파나마운하의 수문을 양쪽 30cm를 남겨두고 아슬아슬하게 통과하고 있다.
이날 시작된 공사는 첫 단계중 파라디소 힐 지역에 대한 기초굴착공사로 2010년까지 태평양 연안 포스트파나막스급 신갑문과 가일라드 컷(Gaillard Cut) 구간을 확장하게 된다.
ACP는 운하 개통 100년만인 2014년께 운하 전체 확장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공사가 완공되면 파나마 운하 82km 구간은 현재의 통항능력보다 2배이상 확장된다. 파나마운하 최대 통항능력은 현재 5천TEU급 컨테이너선에서 1만2천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으로 확대되며 크루즈선 및 초대형유조선 등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현재 쓰이고 있는 파나막스급 선박의 정의도 바뀌지 않으면 안될 전망이다.
ACP는 확장공사가 끝나는 2015년께 운하를 통과하는 물동량은 현재의 290만TEU보다 두배이상 늘어난 740만TEU까지 확대되고 통항료 수입도 12억달러에서 2025년엔 62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공사비 조달과 관련해선 세계 해운업계와 불협화음을 일으키고있다. 파나마 정부는 오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총 23억달러의 차관을 도입해 공사비를 조달할 계획이다. 그런데 차관 상환을 운하통항료를 매년 3.5%씩 인상해 그 수익금으로 지불한다는 방침이어서 선사와 하주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해운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파나마 정부는 작년 10월21일 국민투표를 통해 60% 이상의 지지로 확장사업을 확정지었다.
파나마 운하는 지난 1903년 콜롬비아로부터 파나마를 독립시켜준 대가로 미국이 운영권을 확보하고 건설한 것으로 1914년 8월15일 완공됐다. 미국 지미카터 대통령이 지난 1977년 '1999년 파나마에 넘겨준다'는 내용의 조약을 체결한 이후 1999년 12월31일 파나마 정부로 운영권이 완전 이양됐다.
운하 건설 이후 연간 1만4천척의 선박이 이용하면서 세계 물동량의 5%를 수송하는 등 태평양과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최단노선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미동안간 수송 화물의 38%가 파나마 운하를 지나고 있다. 또 파나마운하는 파나마에도 엄청난 재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파나마 국내총생산(GDP)의 80%가 운하 관련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편 이날 착공식엔 지난 1977년 미국 정부가 파나나 정부에 파나마 운하의 운영권을 넘겨줄 당시의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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