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12 18:22
중국탐방기/ 한·중 우정을 잇는 실크로드를 가다
/한중훼리 강원경
●●●우리 회사(한중훼리)는 중국 파트너와의 관계가 돈독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두 회사가 대표이사라 할 수 있는 ‘총경리’를 3년마다 번갈아 맡아 경영 잡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제도가 경영자 교류를 통해 양사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라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양사 직원들도 매년 직접 만나 원격 통신을 통한 교류의 서먹함을 떨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바로 한중훼리와 중국 파트너인 연태 중한윤도가 지난 2004년부터 매년 갖고 있는 중국 탐방행사를 통해서다. 해마다 4차례씩 열리는 이 행사를 통해 양국 직원들은 중국의 명승고적이나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면서 한발짝 가까워지는 기회를 갖는다. 서해 바다를 사이에 두고 먼발치서 상상할 수밖에 없었던 협력사 친구들을 직접 만나고 친분을 쌓을 수 있어 어찌보면 이 행사는 우정의 실크로드인 셈이다.
올해는 우루무치와 황산팀으로 조를 나눠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나는 지난달 우루무치 팀에 섞여 실크로드의 끝자락인 우루무치와 둔황, 시안 일대를 여행했다. 여행길에 오른 한국과 중국 직원 12명은 중국과는 또다른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는 북쪽 도시들의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첫 여행지인 우루무치(烏魯木齊)는 몽골어로 ‘아름다운 목장’을 일컫는다. 신장웨이우얼(위구르) 자치구의 도읍지인 이곳은 옛날부터 전원 풍경이 아름다운 목장들이 많았다고 한다. 신장 지역엔 위구르족과 카자흐족이 섞여 살고 있는데 이중 카자흐족들은 기마족의 후예답게 말을 잘 타기로 소문이 나 있다. 이들은 광활한 목초지에서 말을 키우고 그 말로 관광객들을 태워 주면서 생활하고 있다. 우리가 첫날 갔던 남산목장은 우루무치에서 75km 떨어진 곳에 있는 방목지구다. 드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 위로 맞닿아 있는 맑고 푸른 하늘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남산목장에서 일행은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릴 수 있었다. 말을 타고 비단결 같은 초원을 시원스레 달리는 기분은 경험해보지 않고선 느낄 수 없는 해방감을 맛보게 했다. 머리속까지 맑아지는 느낌이랄까?
남산목장과 함께 우루무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천산(天山)과 화염산이다. 천산은 20m 높이에서 춤추듯 떨어지는 폭포수가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가는 이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화염산은 서유기에서 삼장법사와 손오공 일행이 천축으로 가기 위해 넘는 곳으로 한여름엔 평상시 지면 온도가 80도를 넘을 만큼 열사(熱沙)의 지역이다. 멀리서 보면 아지랑이가 마치 화염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우루무치에서 다수를 점하며 위세를 떨치고 있는 위구르족들이 중국어와 위구르어를 같이 표기한 상점 간판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인은 약 160여명 정도만이 터전을 잡고 살고 있다고 한다. 신장에 가면 꼭 맛봐야 하는 별미가 양꼬치란 점도 여행객이 알아야할 필수 지침. 맥주 한잔과 함께 먹는 양꼬치는 먹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 맛을 쉽게 잊지 못하는 진미중의 진미다.
다음 여행지인 둔황(敦煌)은 고대어로 ‘성대하다, 찬란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둔황시의 인구가 4만명 정도밖에 안되지만 4성급 호텔이 여러개 있고 연중 불교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일반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신라시대 혜초스님이 쓴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또 세계인류문화유산인 막고굴은 그 규모와 정교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중 명사산(鳴沙山)은 특히 이번 여행에서 잊을 수 없는 장소였다. 명사산과 그 한켠에 자리잡은 오아시스 월아천(月牙泉)은 전부터 책이나 TV를 통해 접하며 동경해 마지 않던 곳이었다. 명사산은 고운 모래산이 40km나 길게 이어진 곳으로 산으로 바람이 부는 날엔 모래가 우는 소리를 낸다 해서 이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한다. 초생달을 닮았다 하여 이름붙은 월아천은 천년동안 가물지 않은 곳으로 유명하며 신용문객잔 등 영화 촬영지로도 자주 이용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물어 줄면서 죽어가고 있다는 얘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일었다.
명사산 들어가는 길목에 낙타들이 떼를 지어 앉아 있었다. 모래사막을 횡단시켜주는 고마운 운송수단이자 관광상품이다. 우리 일행도 낙타를 타고 모래사막을 찬찬히 여행했다. 낙타를 처음 타보는 것이어서 긴장도 했지만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일행은 사막에서 모래 썰매도 타고 미끄러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했다. 사막이 주는 여유와 즐거움은 여느 여행지에서 느껴본 것과는 남다른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일주일 남짓한 여행이었지만 마음속의 여운은 길었다. 실크로드가 무역 통로로서 뿐 아니라 동양과 서양의 독특한 문화와 전통, 종교, 과학기술 등 서로 다른 두개의 문명을 이어주는 가교였다면 이번 한중훼리와 연태중한윤도 직원들의 우루무치 여행은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알아가는 값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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