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07 16:44

기획취재/ 아시아-유럽항로 시황은? '수급 균형 OK'

서향항로 선복과잉 우려 잠재우고 수급 균형 ‘OK’
선사간 노선 개설 ‘전쟁’중…치솟는 유가 큰 악재
동향항로는 空 「컨」 운송 많아 고민


●●● 유럽항로는 선박 대형화와 추가 선박 투입에 따른 선복과잉이 다소 우려되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양호한 물량 성장세로 이같은 걱정을 잠재웠다. 운임수준은 올 2분기에는 서향항로와 동향항로 모두 1분기 보다는 소폭 상승했고 작년 동기에는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함부르크항.
CI(Containersation International)에 따르면 특히 아시아-북유럽노선을 서비스하는 해운선사들은 최근 아시아발 운임의 하락현상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정기선 원양항로의 수급상황은 매우 균형이 잘 잡혀있으며 이가운데 아시아-북유럽간 항로가 특히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항로 운임이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온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다만 선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문제는 이러한 운임하락 상황이 일시적인 이상현상인지 아닌지 하는 점이다.

CMA CGM의 동서향항로담당 이사 니콜라스 사티니는 “선사들은 결국 자신들의 발등을 스스로 찍었다는 사실에 동감할 것이다. 이 항로의 화물증가율은 여전히 강세다. 하지만 지난해 말 새롭게 투입된 신조선 때문에 시황이 다소 떨어지기도 했는데 당시 이들 신조선박 투입으로 시장은 일시적으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실상 이 항로는 신조선을 투입해야할 만큼 선복이 부족하진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4월초 항로는 다시금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우리 선박들은 만선을 이뤘다”라고 말했다.

아시아-북유럽노선은 해운시장의 수급상황과 관련한 시황문제에 대해 조사하기에 가장 알맞은 항로다. 왜냐하면 이 항로가 바로 이 문제의 심장부에 서 있기 때문. 2002년 이래, 선사들은 이 항로에 필사적으로 수퍼포스트파나막스급 신조선박들을 투입해 왔다. 선사들이 이렇게 대형선박을 항로에 투입한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보다 큰 선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것. 현재 8500TEU급 선박의 장기용선료(선원비, 선박관리비용 포함)는 일일 4만8천달러며, 5500TEU급 선박의 경우 3만5천달러 정도다. 또 톤당 297달러하는 선박유의 경우 8500TEU급 선박은 하루에 7만2468달러정도, 5500TEU급 선박은 4만4550달러다.

유럽운임동맹(FEFC)의 로드 라이스보로 회장은 회원사들이 보유선박의 60% 이상을 이 항로에 배치했다면서 “모든 비용을 고려해본다면 4500TEU 이하 선박의 경우 북유럽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 급수의 선박운영을 고수하려는 선사 모두 보다 큰 선박을 운영하는 모험을 받아들여야한다”고 강조했다.

◆’02년이래 대형선 투입 이어져

실제로 한 선사가 대형선박을 운영하게 되면 다른 선사들도 이를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1만3천TEU급의 대형선박으로 선대를 바꾸는 선사는 최초의 용감한(혹은 무모한)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작년 9월 현대중공업이 독일 선급 GL(Germanischer Lloyd)로부터 설계도면을 승인받은 동급선박은 원금을 포함해 모든 비용을 고려해볼 때 7500TEU급 선박보다 운영비가 29% 가량 적게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전 이 항로에서 운항되던 선박의 평균사이즈는 5300TEU였다. 2005년에는 그것이 5450TEU로 커졌으며 현재는 5950TEU로 더욱 성장했다.

‘CI-online’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6000TEU 이상의 신조선 47척이 인도될 예정이다. 평균 척당 선복은 8100TEU에 달한다. 이 선박들 대부분은 아시아-북유럽항로에 투입될 전망이다. CMA CGM과 차이나쉬핑컨테이너라인(CSCL)은 9600TEU급 선박 8척을 중국→북유럽항로에 개설되는 새로운 FAL2 노선에 이달부터 투입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FAL1 노선에 투입되는 선박은 지난해 기존 6500TEU에서 8500TEU로 업그레이드 됐다.

이렇듯 대형 신조선박의 투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생기는 의문은 물량성장세가 신조선 투입량에 맞출 만큼 충분한가 하는 점이다. 이와관련 선사들은 ‘올해 남은 기간동안 일어날 수 있는 수요와 공급사이의 불균형을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기 때문에 ‘하주들은 향후 운임 수준의 하락가능성에 대해서 너무 크게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문제에 대해 FEFC와 미국의 경제 분석 전문지인 글로벌인사이트(Global Insight)는 모두 아시아에서 유럽 전지역(지중해 포함)으로 향하는 항로의 총 물동량 성장률이 올해 14.5%에서 13%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항로의 화물 성장률은 2004년에는 17.5%였다.

이같은 하락세가 즉시 일어나지는 않을 테지만 FEFC에 따르면 이 주요항로는 지난해 10%만 성장했으며 올 1분기에도 이보다 약간 높은 11% 성장세를 기록해 이러한 부정적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FEFC, 올 물량 성장률 13%

글로벌인사이트의 CEO 벤 해케트는 “하지만 또 예외적인 환경으로 인해 갑작스런 물량증가가 일어날 수도 있다. 예를들면 예측이 힘든 중국시장 같은 경우가 그렇다”라며 “드라이 도킹이나 선박관리로 인해 일시적으로 선복이 줄 수도 있다. 또 1분기는 항상 이 항로의 성수기 시즌이지만 중국의 춘절이 돌아오는 시기에는 일시적으로 물량감소현상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CI의 대략적인 추산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북유럽으로 나가는 서향항로의 선복량은 지난해 14.8% 정도 늘어났으며 올해에도 이보다 약간 증가할 전망이다. 이렇듯 물량성장세는 약간 주춤하는 가운데 선복량은 늘어나 수급불균형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불균형은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선사들을 크게 위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CI가 이 항로를 운항하는 10개 선사들의 평균운임을 조사해 발표한 해상운임 지표에 따르면 2005년 4분기에 서향항로(아시아→유럽) 운임은 전년도 동기간 대비 7% 하락했으며 올 1분기에는 15% 하락했다. 이 지표는 기본운임과 부대운임 등 모든 운임을 포함한 것. 이같은 운임하락 현상에 대해 선사들은 유가의 급등을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벙커유가는 모든 선박 운항비의 40~60%를 차지하고 있어 선사들로서는 큰 골치거리로 인식되고 있다.

FEFC는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이렇듯 운임이 계속 하락하자 상황에서 운항의 채산성을 조정하려고 지난 4월1일 북유럽수출항로 운임을 TEU당 200달러 인상한 바 있다. 그나마 선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하던 선복량이 올 1분기에 최고 정점을 기록하고 2분기부터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다소 안도감을 나타내고 있다.

아시아→유럽항로의 소석률은 몇달 전부터 80%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이 항로 운항선사들은 “소석률 80%는 올해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점차 이 수준에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중국발 화물의 성장률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소석률 80% 유지 전망

한편 정기선항로의 운임수준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머스크라인(Maersk Line)의 피앤오네들로이드(PONL) 인수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머스크라인은 지난해 PONL을 인수·합병(M&A)함에 따라 메가캐리어로 등극했다. 이에대한 여파로 PONL은 기존에 소속됐던 그랜드얼라인언스(GA) 등 선사동맹과 공동운항서비스 등을 탈퇴하면서 정기선업계의 서비스 구조는 대대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PONL이 그랜드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함에 따라 시장은 더욱 불안정성에 접어들게 됐다. GA는 하파그로이드(Hapag- Lloyd), NYK, OOCL, MISC 등 4개 선사가 참여하는 서비스 동맹. GA는 PONL이 빠진 후 이들 선사의 스케줄을 재편성해야 했기 때문에 정기선 시장은 다소 혼란스런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GA는 메가캐리어 머스크라인에 맞서기 위해 현대상선, MOL, APL이 참여하는 서비스동맹인 뉴월드얼라이언스(TNWA)와 동맹을 맺었다. 이같은 선사간 동맹으로 서비스 스케줄은 새롭게 재편성돼 하주들은 서비스 개편에 따른 기항지 순서나 트랜짓타임 등의 변화에 대해 고민해야했다.

아울러 머스크라인은 지난해 PONL을 인수한 후 PONL의 기존 고객들에게 이용선사로 자신들을 선택하도록 영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와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선사들이 인수합병을 단행할 때 합병되는 선사의 기존 경영권 확보를 위해 비용이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머스크의 PONL 인수합병이 1+1이 2가 되는 식의 단순 산술결과가 성립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었다.

한 재정분석가는 업계의 이러한 의견과 관련 “비록 1+1이 2가 되지는 않는다고 해도 모든 선사들은 합병이후 많은 자본을 확보하게 되므로 단시간에 경제적으로 더 큰 스케일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합병은 결과값이 1.7 이하였다”는 다소 실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머스크라인의 아시아-북유럽항로에 대한 선복기준 시장점유율 20%는 현재 이 노선의 화물 확보량을 뛰어넘는 수치다.

◆선사간 경쟁 더욱 치열

또 한동안 운임시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선사간 경쟁이다. 이 항로는 현재 일부 선사들이 더 큰 선복을 보유하려고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성과는 거리가 먼 상태다. 이러한 상황은 몇몇 선사들이 올해 중에 다른 선사들보다 더 많은 신조선을 인도받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점점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각 선사들의 선복보유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선사들의 선복보유율을 알아보기 위해, 올해 서비스 스케줄을 지난해와 비교해봤을 때 머스크라인의 경우 선복보유율이 거의 99%나 증가했다. 다만 선복 점유율이 지난해 PONL이 그랜드얼라이언스 탈퇴 전에 유지했던 선복점유율 34%가 포함된 것이라면 증가율은 29%로 떨어진다. 그렇더라도 머스크라인의 시장점유율은 가장 높아 지난해 11%에서 올해 20%로 상승했다.

머스크라인의 뒤를 잇는 선사는 MSC로 선대 업그레이드를 통해 총 79만920TEU의 선복량을 보유해 45% 성장률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은 선사는 에버그린그룹으로 에버그린, 이탈리아 마리티마, 하추 등 선사가 속해 있다. 에버그린 그룹은 20%의 증가율을 보였다. CMA CGM의 증가율도 수치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역시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스코, 한진해운, K라인과 양밍해운 등이 소속된 CKYH 얼라이언스 등을 포함한 모든 주요선사 및 선사 컨소시엄의 선복량은 시장 평균 보다 다소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글로벌인사이트에 따르면 올 동향항로(북유럽→아시아)의 성장률은 5.8%일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동향항로의 물동량은 선복증가분보다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선사들은 이 항로의 운임인상 협상이 서향항로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올 1분기 평균운임은 지난해 동기간대비 변화가 거의 없었다.

선사들은 올해 지속적으로 동향항로의 운임을 인상하려고 노력해왔다. 비록 이러한 운임인상 노력들이 적절한 시황의 뒷받침을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물류비 상승분이 커 이를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선사들은 동향항로에서 공컨테이너 상태로 아시아로 들어가는 경우가 늘고 있어 고민이 커지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약간의 시황 하락세가 예상되긴 하지만 본격적인 불황에 빠지려는 조짐은 아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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