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11 13:14

항만운영 논란, 美경제 명분ㆍ실리 모두 타격

아랍에미리티연합(UAE) 국영회사 두바이포트월드(DPW)의 미국 주요 항만운영권 인수가 좌절된 것은 미국 경제의 명분과 실리에 모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은 우선 '테러'와 '국가안보'라는 추상적인 정치적 목표를 위해 '자유로운 투자와 교역'이라는 미국 경제 최대의 장점이자 명분을 포기한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모든 것을 시장의 결정에 맡긴다고 강조해온 미국 경제가 언제든 '보호주의 정서'로 기울며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입증되면서 세계 최고의 투자지역으로서의 미국의 매력을 크게 훼손시킬 수도 있다는 것.

특히 이번에 항만운영권을 인수하려 했다가 결국 좌절된 기업이 아랍국가 소속이라는 점에서 미국에 대한 중동의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게 사실이다.

UAE의 경우 중동 국가로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3위의 대미(對美) 교역국이고, 미국 군수산업의 핵심 시장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이 지역에서 추진중인 중동자유무역지대(MEFTA) 창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정가가 DPW의 미 항만인수에 극력 반대한 것은 이와 함께 미국내 시장의현실을 도외시한, 실리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악수'라는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전직 해안경비대원이자 항만안전 전문가인 스티븐 플린은 10일(현지시간)자 뉴욕타임스에 "화물 선적 및 하역 작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외국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고, 미국 회사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면서 이를 둘러싼 안보논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IHT)도 미국내 항만운영권의 상당수가 이미 외국 회사 손에 들어가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내 주요 10개 항만의 컨테이너 부두 가운데 60% 이상의 운영권을 외국인이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소유하고 있고, 일부 부두는 외국 정부의 국영 회사가 운영권을 갖고 있다는 것.

특히 외국인의 항만운영권 보유 비율은 캘리포니아주내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오클랜드항과 미국내 입출항 컨테이너의 절반을 취급하는 뉴욕과 뉴저지항에서 무려 8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 등도 이미 미국 대형 항만의 80%를 외국 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삼스러운 안보 논란을 비판한바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은 외국에서 들어 오는 돈과 국가안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시련대에 섰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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