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04 20:45
연일 사상 최고기록을 깨고 있는 국제유가가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전반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로 가라앉은 주식시장에 말 그대로 '설상가상'의 악재로 작용하면서 종합주가지수를 한 번의 지지선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720선 밑으로 끌어내린데 이어 연중 최저치 수준까지 밀어내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증시의 어려움을 한꺼풀 벗겨보면 그 영향은 상당히 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4일 증시의 특징중 하나인 항공주의 약세와 해운주의 강세가 그 대표적인 예다.
두 업종이 모두 해외 관광객 증가나 수출호조에 따른 화물수송 증가로 주식시장에서 '불황속 피난처' 구실을 하고 있지만 국제유가의 상승강도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면서 주가흐름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003490]의 경우 지난주 중반부터 '하루 오르고 하루 내리는'장세를 반복하더니 4일 거래소시장에서 오전 11시30분을 넘어서면서 하락폭이 5%가까이 나타나고 있고 조종사 파업에서 한발 비켜서있는 아시아나항공[020560]도 전날 나흘만의 오름세를 반납하고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반면, 해운주들은 한진해운[000700]이 지난 이틀간의 약세를 떨쳐버리고 2.7%대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필두로 현대상선[011200], 대한해운[005880], 흥아해운[003280] 등이 모두 약세장속에 오름세에 가담하고 있고 실적호전소식이 재료로 작용한 세양선박[000790]은 가격제한폭까지 뛰었다.
항공주와 해운주의 다른 흐름은 아무래도 비용구조상 항공업의 유가비중이 해운업보다 클 수밖에 없는 비용구조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 1달러 상승시마다 연간 영업비용이 400억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여객보다 화물위주인 해운업은 유가 상승분을 운임에 전가할 여지가 항공업보다 큰데다 하반기가 원래 더 성수기여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 더욱 큰 실적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우증권 신지윤 애널리스트는 "해운업체들은 운임상승 추세와 업황 호조 등에 힘입어 실적이 매우 좋을 것으로 기대돼 유가 급등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며 "한진해운이 오늘 실적을 발표하면 많은 증권사들이 올해 실적 추정치를 상향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바이유 기준 37달러, 뉴욕 선물거래소 44달러선에 이른 유가가 말 그대로 한계선에 가까운 상태라 더 이상의 급등은 업황이나 주가전망에 모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교보증권 장근호 애널리스트는 "해운주는 운임에 할증료를 붙이지만 여객비율이 높은 항공주는 고유가를 만회할 부분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지금은 수요가 받쳐주고 있어 큰 문제는 아니지만 더 뛰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으며 특히 지금 유가도 중요하지만 9∼10월 유가가 아주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해운업도 할증료를 붙일 수 있지만 현재처럼 운임이 비싼 상태에서는 할증료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동원증권 윤희도 애널리스트도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가 7월 수준인 40달러 초반만 유지해준다면 올 영업이익이 5천억원선을 넘을 것"이라면서도 "항공주의 경우 업황에 따른 주가상승을 유가가 계속 억누르고 있어 유가상승이 지속될 경우 투자심리개선은 더딜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끝)(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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