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2-07 15:53
-한진해운‘영사모’
내 생애 최고의 영화는?
“영웅본색! 지금은 무척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87년 개봉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저로서는 열광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주윤발이 입에 성냥을 문 채 멋지게 버버리코트를 날리며 총 쏘는 모습을 흉내내보기도 했죠.” (방현기대리)
학창시절 추억으로 다가온 영화든 감동으로 다가온 영화든 누구에게나 한 편쯤 생애 최고의 영화는 있기 마련이다. 영화를 통해 추억은 물론 현재 또는 미래까지 가늠하려는 영화동호회가 있어 한진해운이 떠들썩하다.
한달에 두 번... 다소 지치게 했던 업무가 끝난 후, 다수의 한진해운 사원들이 반짝 생기어린 표정으로 사옥 23층 강당으로 모여든다. 바로 사내 동호회 ‘영사모(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영화 관람을 위한 정기모임에 출석하는 것.
영사모는 지난 94년 출범, 88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진해운내 동호회로 영화를 좋아하는 직원들의 호응도가 높다.
현재 영사모는 반장직에 홍보팀 백승구 과장과 총무직에 역시 홍보팀 방현기 대리의 관심과 열정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두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영사모의 향방과 그들의 생생한 영화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람마다 영화에 대해 갖는 애착은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영화가 갖고 있는 ‘힘'을 긍정하는 편입니다. 특히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린 후 갖는 한 두 시간의 영화 관람은 하루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좋은 방법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현실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또 영화가 끝난 후 회원들 끼리 맥주한잔 마시면서 영화에 대해 느낀 점을 나눈다면 더 없이 좋은 교제의 장이 되겠죠."
영화가 갖고 있는 효과를 일석삼조로 요약한 방현기 총무의 이야기. 그는 단순히 킬링타임용 영화를 보기 보다는 제3세계 영화나 중국 6세대 감독의 영화 또 좋은 우리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영사모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영사모는 이들 3기 반장과 총무의 재직을 통해 그전과는 사뭇 다른 모양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사모는 그간 많은 분들의 수고로 바쁜 생활 속에서도 많은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습니다. 앞으로의 방향도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진 않을 것입니다. 다만 보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게 저희의 바램입니다."
백승구 반장의 이야기처럼 영사모는 그전처럼 개봉흥행작 중 선별해 단체 관람하는 활동도 이어가지만 이화 함께 얼마 전에 사내 강당에서 개최했던 「스탠리큐브릭展」처럼 「페미니즘」, 「제3세계」, 「인권」 등 다양한 테마의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어 다양한 영화 맛보기를 좋아하는 사내 직원들에겐 여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올해 영사모는 ‘운영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운영위는 각 부서별로 한 사람씩의 영사모 회원들로 구성돼 좀 더 자연스럽게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무엇보다 임원진의 독단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자유스런 분위기의 모임인 만큼 그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임원진의 배려인 셈.
“초등학교 3학년 때 지금은 없어진 국제극장에서 본 <킹콩>과 <타워링>이에요. 또 세기극장(현 서울시네마)에서 본 <로보트태권브이>도 빠뜨리면 안되죠.”
처음 본 영화에 대한 기억이 뭔가란 질문에 대한 백승구 반장의 이야기. 그는 <로보트태권브이>를 지금도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코멘트를 덧붙였다.
한편 자신만의 영화 사랑법이 있나란 질문 방현기 총무는,
“저 사실 영화광 아닙니다. 그냥 영화보기 좋아하는 한 사람이죠.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많은 영화를 보고싶고 다른 사람들과 영화 본 느낌을 나누고 싶습니다."
라며 소탈한 성격을 드러냈다.
이렇듯 갑갑한 현실을 딛고 한 편의 영화를 나누며 친목을 다지길 기대하는 이들이 있어 영사모 회원들은 보다 풍요로운 영화 속 파라다이스를 꿈꿀 수 있겠다.
글·박자원기자(jwpark@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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