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02 09:24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 세계적인 경기불황 속에 정부가 올해 목표로 잡은 무역수지 흑자 70억∼100억달러 달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수출이 12.5%나 감소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무역수지 만큼은 목표치에 근접하는 95억달러를 달성한데다 반도체 경기가 서서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부는 일단 실현가능한 목표로 보고 있다.
특히 `월드컵 특수'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수출확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엔저현상'의 장기화 여부와 유가의 향방, 주5일근무제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 등 복병들이 적지 않아 낙관은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1년 무역흑자 악재속 `선방'= 당초 정부의 지난해 목표는 수출 1천910억달러, 수입 1천810억달러, 무역수지 100억달러 흑자였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의 가파른 하락세 탓에 연간 실적은 수출 1천506억5천만달러, 수입 1천411억달러로 목표치와 격차가 벌어졌다.
반도체와 컴퓨터가 2000년 수준만 됐어도 수출감소율은 3.8%에 그쳤을 것이라는게 산자부 설명이다.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목표인 100억달러 흑자는 현대차의 노사분규와 해외선주들의 선박인수 연기 등 막판 악재들이 튀어나오면서 물거품이 됐다.
작년 수출은 품목별로 보면 무선통신기기가 2000년에 비해 22% 늘어나면서 1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하고 자동차(0.6%), 조선(17.9%), 일반기계(1.0%) 등 전통산업이 정보기술(IT) 산업의 공백을 메우는 버팀목 역할을 해 낸 것이 특징이다.
품목별 수출비중은 반도체가 2000년 15.1%에서 9.5%로 떨어졌는데도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자동차 8.8%, 컴퓨터 7.4%, 무선통신기기 6.6%, 선박 6.4% 등의 순이었다.
상위10대 품목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55.9%에서 54.1%로 떨어졌다.
특히 해외플랜트 수주도 2000년 84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01억달러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한 것도 괄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또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수출이 각각 2.7%와 11.4% 가량 늘어나고 수출시장 다변화정책이 주효하면서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3대 선진국시장의 수출비중이 2000년 47%에서 작년에는 45%로 감소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아울러 1.2% 감소에 그친 대(對)중국 수출액이 18.7% 감소한 일본을 제치고 제2위의 수출상대국으로 부상한 것도 특징이다.
◇올 무역수지목표 달성 가능할까= 정부는 올 목표로 수출 1천620억달러, 수입은 1천550억달러로 각각 잡았지만 무역수지 흑자의 폭은 `70억달러 내지 100억달러'라고 명시했다.
이번 수출 목표치는 지난해 목표였던 1천910억달러에 비해 300억달러 가까이 적은 규모로, IT 경기의 회복에 대한 불투명한 시각 등이 반영되면서 목표치 대비로 볼 때 감소폭이 이례적으로 큰 게 특징이다.
무역수지 흑자폭의 범위를 정해놓은 것은 100억달러라는 상징적 목표를 잡아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세계일류상품과 해외플랜트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경우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산자부는 말했다.
최근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의 국제가격이 상승세를 타거나 바닥을 다지고 있어 2.4분기부터는 증가세로 반전될 것이라는 분석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교역증가율을 지난해의 1.0%보다 높은 2.1%로 전망한데 이어 미국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도 3개월간의 하락에 이어 12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경기회복을 점칠 수 있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도 상반기까지는 배럴당 17∼19달러선에서 안정세를 보이다 하반기에 21∼22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월드컵특수와 중국의 WTO 가입에 따른 수출확대, 대우차 매각 및 하이닉스반도체의 구조조정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호조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품목별 증가율은 반도체 18.9%(170억달러), 무선통신기기 16.0%(116억달러), 자동차 9.0%(145억달러), 컴퓨터 12.0%(125억5천만달러), 조선 1.5%(98억5천만달러), 삼유류 4.2%(165억달러) 등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엔화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시장에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데다 국제유가도 반테러전쟁이 확산될 경우 중동지역 정세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점은 불안요인이 될 것 같다.
또 중국 상품의 급신장으로 세계시장에서 무한경쟁이 본격화되는데다 미국의 철강 수입규제가 가시화될 경우 세계적으로 철강 보호주의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고 주5일근무제 시행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