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6 17:46

판례/ “세금을 내라구요?”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12.23자에 이어>

[평석]

1. 들어가며
이번 호에서는 대한민국 정부에 물품을 공급하는 무역업체가 예상치 못한 수입관세를 물게 된 사안에 관해 살피고자 한다.

2. 소송의 진행

가.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 나라 (방위사업청)에 미화 약 300만불 상당의 물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입찰 절차를 통해 체결한다. 이 계약에는 아래와 같은 조건이 있다: 
일반조건 제2조 용어정의 및 해석기준
차.  본 계약의 양 당사자가 별도로 서면합의 하지 않는 한 본 계약에 명시된 FCA, FOB, CFR, DAP 조건 또는 기타 인도 조건은 Incoterms 2010(국제상업회의소, 공표 제715조)에 따라 규율한다.
특수조건 Schedule 4. 물품의 인도조건과 일정
4. 2. 매도인은 DAP 조건으로 [2015년 10월30일] 이내에 물품을 인도해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물품이 관세법 제92조 제2호 본문의 ‘정부의 위탁을 받아 정부 외의 자가 수입하는 전비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면제받았다. 그런데 감사원은 관세심사 업무처리실태 감사결과 원고와 방위사업청 사이에 이 사건 물품에 관한 수입대행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에도 수입대행계약서가 제출돼 관세를 면제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시정을 요구했다.
그 결과 인천세관장은 원고에게 수 억원 대의 관세, 부가가치세 등(이하 수입관세)을 납부하게 됐고 그후 나라를 상대로 그 지급액에 대한 구상소송을 제기한다.

나. 법원의 판단

(1)
DAP 조건에 관해
이 건에서 물류계약에 기재된 인도조건은 ‘DAP(Delivered At Place; 목적지 인도 조건), 서울’로 돼 있어, 그 의미에 관해 살피는 것이 선결 이슈이다.
O DAP 조건에서 매도인이 자신의 운송계약에 따라 최종목적지까지의 모든 비용 및 최종목적지에서의 양하(하역)에 관한 비용을 지출해 한다. 
O 그러나 DAP 조건에서 매도인은 물품을 수입통관하거나 수입관세를 부담하거나 수입통관절차를 수행할 의무가 없다. 만일 수입관세를 매도인이 부담했다면 매수인에 구상할 수 있다
O 그리해, DAP 조건은 수입통관하거나 수입관세를 부담하는 관세지급 인도조건 (DDP: Delivered Duty Paid)에 비해 매도인의 의무가 좁다.
상기의 이해를 바탕으로,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산하 방위사업청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물품을 DAP 조건으로 인도하기로 약정했고, DAP 조건에 의하면 수입관세는 매수인이 부담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계약에서 피고가 관세를 부담하기로 약정한 것이다.”라고 보아 원고의 주장이 일응 타당함을 인정했다.

(2) 원고가 납부한 수입관세에 관한 원고의 구상권에 관해
그런데 이 건 항공화물운송장 등 통관서류에는 수입자가 ’원고‘로 기재돼 있었고 이로써 DAP 조건의 전형적인 루트에서 달라진 것인지 하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관해 법원의 판결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O 이 건 피고는 국가기관이므로 관세법 제92조(정부용품 등의 면세) 2호 “정부가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군수품(정부의 위탁을 받아 정부 외의 자가 수입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따라 면세품이 된다. 
O 원고와 피고는 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물품의 관세 면제를 전제로 계약조건을 정했다. (이 사건 계약 일반조건 제15조 나.항에 의하면, 각 포장단위 또는 컨테이너에는 수입자가 ‘방위사업청’으로, 수하인이 ‘대한민국 국군 수송사령부’로 표시돼야 한다고 정했다.)
O 아울러, 관세법 제19조(납세의무자) 1항 1호는 “수입신고를 한 물품인 경우에는 그 물품을 수입신고하는 때의 화주”를 관세납세의무자로 규정한다. 이 점을 더하면, 원고가 과세처분에 따라 관세 등을 납부하게 된 것은 물품의 수입자를 ‘원고’로 함에 따라 관세면제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3. 결론에 갈음해
그리해, 법원은 원고가 통관 서류에 자신을 수입자로 기재한 이상 관세 부과처분은 당연하고, 이러한 경우 원래 납세의무가 없던 피고(즉 나라)에 관세 납부액을 구상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 원고 즉 무역업체는 수입신고서의 “수입자” 항목을 자신으로 기재해 원래 DAP 조건에서 자신이 납부하거나 부담치 않을 수입관세를 물게 됐다. (원고는 이 판결에 항소했으나 항소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결국 DAP 조건이라 해 매도인이 수입관세를 무조건 납부 내지 부담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서류의 기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므로 이 사례는 통관 서류의 기재에 있어 신중한 판단과 섬세한 검토가 요청됨을 잘 보여 준다고 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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