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톤세제도가 올해 연말 일몰을 앞둔 가운데 톤세제의 경제적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톤세 제도는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이 아닌 선박의 순톤수와 운항 일수를 기준으로 해운사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해운사 경쟁력 제고에 효과가 커 전 세계 주요 해운강국이 모두 톤세제를 시행 중이다. 해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선대 21억5600만t(재화중량톤) 중 89%인 19억2000만t이 톤세를 적용받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 홍범교 박사는 한국해사포럼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주최한 해운 톤세제도 세미나에서 톤세제로 발생한 총 편익이 비용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홍 실장에 따르면 톤세제가 도입된 2005년부터 코로나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까지 집계된 비용 대비 편익(BC) 값은 1.74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톤세제 도입 이후 15년간 선박 투자, 선박 운영, 노동 소득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거둬들인 부가가치 편익은 3조1810억원에 달한 반면 조세 지출 비용은 1조8272억원에 그쳤다. 홍 실장은 선박 투자금 1조5542억원, 추가 선박 운영에 따른 자본소득 1조249억원, 추가 선박 운영에 따른 노동 소득(인건비) 6019억원 등의 부가가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분석 기간을 해운사들이 사상 초유의 이익을 거둬 들인 코로나 사태 기간으로 늘려도 편익은 비용을 웃돌았다. 홍 실장은 2005년부터 2022년까지의 톤세제 편익은 5조5028억원, 톤세제 비용은 4조738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BC 값은 1.16이었다.
실제로 톤세제 도입 이후 국적선대는 크게 늘어났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05년 537척 1345만t(총톤·GT)이었던 우리나라 국적 외항상선대는 2022년 1114척 5580만t으로 확대됐다. 척수 기준 2배, 톤수 기준 4배를 웃도는 성장률이다.
국적선박 43% 톤세제 폐지되면 해외이전
현대경제연구원 이원형 박사는 “톤세제 절감액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증가, 자산 증가의 결과를 거쳐 선박 자산 투자 증가로 이어진다”며 “톤세제가 폐지되면 해운업 경쟁력의 핵심인 선박 확보 구조를 약화시키고 과점 특성의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국내 선사의 생존 여건도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박사는 톤세제가 일몰될 경우 1조4500억원의 매출액이 증발된다고 추정했다.
2005~2022년 사이 해운협회 회원사 71곳의 재무 실적을 조사한 결과 톤세를 적용 선사 37곳의 평균 부채 비율은 평균 281.2%에 불과한 반면 톤세제를 도입하지 않은 34개 선사 부채율은 평균 735.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도입 선사의 과반수(54%)가 부채율 200% 이하인 반면 미도입 선사 중 부채율 200%를 밑도는 곳은 44%에 그쳤다.
이 박사는 아울러 해운협회 회원사 93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70%가 선박과 선복량 확보에 톤세제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고 64%는 선원 복지 등 사회적 기여에 톤세제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해운사의 74%가 톤세제 영구화를 원했고 43%는 톤세제가 일몰되면 선박 국적을 바꿀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톤세제는 수출화주 지원 정책”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참석한 전문가들이 톤세제의 유지 또는 영구화를 주장했다. 사회를 맡은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유럽 각국은 10년 단위로 적용할 톤세제도를 설계해 실시하고 있고 재연장을 위한 의회 승인도 필요 없다”며 “톤세제도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순효과가 이미 검증됐기에 영구화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윤성만 교수는 “톤세제를 도입한 국가 중 우리나라는 5만t을 초과하는 선박에 1000t당 960원, 프랑스는 850원, 영국 551원, 독일 473원, 네덜란드 168원의 톤세를 과세하고 있다”고 말해 우리나라 해운사들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톤세율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국무역협회 이봉걸 물류서비스실장(화주협의회 사무국장)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외 선사들이 국내 수출화주에게 추가 운임을 부과하고 코로나19 기간 동안 국적선사들이 임시 선박을 투입해 국내 화주 지원에 나선 점을 들어 톤세제를 유지해 국적선사를 보호하는 게 곧 수출 화주를 지원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삼정회계법인 이성태 부대표는 “해외에 나간 기업을 국내로 유턴시키려고 세제 혜택을 주는데 현재 있는 제도(톤세제)를 폐지해서 우리나라 선사가 해외로 빠져 나가 국가적 손실을 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위원은 “외항해운기업은 국제 경쟁에 완전 노출돼 있고 조세 제도는 각국 해운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톤세제도의 5년 단위 일몰제를 마감하고 영구 존속하는 형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미나를 참관한 고려대 김인현 교수도 “우리 선사들이 톤세로 절약된 수익을 선대 확장과 재무 구조 개선에 활용한 점이 입증됐다”며 “해운사가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톤세도 일반법 제도와 같이 시한 없이 영구화하는 게 좋다”고 의견을 밝혔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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