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전쟁 2년 만에 항만 물동량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1월 오데사항을 비롯한 인근 항구에서 수출 물동량 630만t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쟁 전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반적인 수출입 물동량도 늘었다. 우크라이나 항만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크라이나는 약 6200만t의 화물을 처리했다. 2021년 1억5300만t에서 2022년 5080만t으로 3분의 1 토막 났다가 다시 22% 상승했다. 지난 7월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 중단이라는 악재를 넘어선 결과다.
월 평균 곡물 수출 또한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농업위원회(UAC) 발표에 따르면 전쟁 전 750만~800만t을 수출했는데 최근 이 규모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 화물 보험 비용도 7%에서 1.25%까지 크게 줄었다.
레오니드 코자첸코 UAC 회장은 “영국 보험사가 운송 보험을 시작한 덕분”이라면서 “전쟁으로 물류비가 4배 늘어 겨울 곡물 파종을 줄일 수밖에 없었는데 해상 수출 문제가 경감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 곡물 수출량은 4550만t으로 집계됐다.
이전까지 우크라이나는 오데사항을 수출입 거점으로 삼고 흑해를 통해 곡물과 철강을 수출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항만 봉쇄와 물류시설 피해가 잇따르면서 해상 운송이 차단됐다. 같은 해 7월 러·우는 국제연합(UN)과 튀르키예 중재로 우크라이나 곡물을 흑해로 수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지만, 1년 뒤인 지난해 7월 러시아가 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022년부터 오데사항을 대신해 다뉴브강에 위치한 소형 항만에 투자를 감행했다. 지난해까지 투자액은 총 1억달러(약 1331억원)에 달하며, 민간 투자로 23개 화물 터미널을 신설했다. 니블론, 커널, 루이스 드레이퓌스 등을 비롯한 곡물 기업들은 이즈마일, 레니, 우스트두나이스크 3개 항만을 중심으로 곡물 저장과 운송 관련 시설을 구축해 수출을 이어나갔다.
다뉴브강은 투자에 힘입어 물동량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이 지역 항구는 3200만t의 화물을 처리하면서 물동량이 전년(1650만t) 대비 2배, 전전년(550만t) 대비 6배로 급증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즈마일, 레니, 우스트두나이스크 세 곳은 2020만t 1000만t 170만t 물동량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실적인 880만t 680만t 78만t과 비교하면 대폭 상승했다.
화물 종류별로는 곡물 2000만t, 벌크 화물 530만t, 금속 170만t, 건설 자재 50만t, 컨테이너 6만7667TEU를 각각 기록, 190만t으로 하락한 광물을 제외하고 모두 전년보다 2~7배 증가했다. 지난해 1만4031척의 선박이 입출항했으며 화물 취급량은 일 12만t에 달한다.
다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김동환 연구원은 최근 유럽 물류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오데사항 대체 항만이 개발돼 우크라이나 항만의 전체 처리량은 늘었지만 이 항만들은 곡물 운송을 위한 철송 연계가 미흡하고 농업지역과 거리가 멀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곡물 수출에 경쟁력을 높이고자 인프라 개발과 현대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변국과 협력해 철송 서비스 도입을 진행하는 한편, 다뉴브강 인근 항만을 중심으로 투자해 안정적인 물류망 확충을 노릴 거란 해석이다.
우크라이나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도 다뉴브강 항만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리 바스코프 인프라부 차관은 지난해 12월 다뉴브 항구를 ‘믿을 수 있는 수출 경로’라고 표현하며, “우크라이나 임시 회랑이 기능하더라도 다뉴브 항만 개발은 올해 우선순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흑해 곡물 협정이 파기되고 우크라이나는 한 달여 만에 흑해 임시 항로를 개설했다. 이후 6개월 동안 오데사항 초르노모르스크항 피우데니항이 2200만t 이상 화물을 수출하면서 기능을 회복하고 있지만 안전을 위해 다뉴브강 항로를 계속 이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우크라이나의 지난해 총 수출량은 1억t으로 전년도보다 11만2000t이 늘었다. 반면 금액 기준으로는 연간 수출액이 358억달러(약 47조6500억원)를 기록하면서 18.7%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인 유리아 스비리덴코는 “지난해 수출 실적은 지난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는 물류 문제에서 비롯한 예상된 결과”라면서 “우리는 서서히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흑해에 대체 통로를 개설했고, 다뉴브강을 지속 개발하고 있으며, 원활한 육상 운송을 위해 폴란드와 협상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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