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해운 불황이 첨예화하는 모습이지만 그리스 선주들의 신조선 발주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리스해운협회(UGS)가 최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의 신조 발주량은 올해 4월 현재 241척 1900만t(이하 재화중량톤)을 기록, 1년 전의 173척에 비해 40% 급증했다. 현재 짓고 있는 전 세계 유조선의 2척 중 1척(40%),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6척 중 1척이 그리스 선주들 소유다.
그리스 피레에프스에 본부를 둔 그리스 선주단체는 “자국 해운이 선단 현대화에도 선두주자라는 걸 입증하고 있다”며 “그리스 지배선단의 평균 선령은 전 세계 평균인 11년보다 젊은 10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리스 선주들의 신조선 발주 명단엔 국제 사회의 환경 규제에 대응해 LNG 연료를 쓰는 선박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37%의 신조선이 LNG 이중연료 엔진을 장착한 선박들이다. 탈황장치(스크러버)를 단 선박 비중은 18% 정도로 집계됐다.
이 밖에 27%는 에너지저감기술(EST)을 적용했고 4%는 메탄올 등의 대체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스해운협회는 “신조하는 자국 탱크선의 41%가 스크러버를 장착해 전 세계 선단의 31%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 선주들의 현존 선단은 5520척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9월 발표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해운연례보고서에서 제시한 4870척 3억8400만t에 견줘 650여 척이 늘어났다.
그리스 선주들의 투자 분야는 벌크선과 탱크선 분야에 몰려 있다. 전체 선단의 47%가 벌크선이고 35%가 유조선이다. 컨테이너선과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은 각각 6%, LNG선은 3%, LPG선과 일반화물선은 1%로 집계됐다.
선박량을 기준으로 한 그리스 선단의 선종별 시장점유율은 유조선 31%, 벌크선 25%, LNG선 23%,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16%, LPG선 11%, 컨테이너선 9%였다.
그리스 단체는 또 자국 지배선단의 평균 크기가 전 세계 평균(4만5300t)의 두 배 수준인 8만1400t에 이르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리스 선주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운송 비용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전 세계 무역 성장 촉진에 앞장섰다고 자평했다.
이어 자국 선대를 일컬어 “세계 최대 삼국 간 무역상(cross-trader)”이라고 정의했다. 그리스 지배 선단의 98%가 삼국 간 화물 수송에 투입되고 있고 자국 수출입 화물 수송엔 불과 2%만 활용되는 사실을 가리킨 말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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